수많은 상승과 추락을 동반할 혁신적인 변화
멀지 않은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AI 비서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 자비스)
위 문장에 동의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본 글을 읽지 않는 편을 추천한다. 어차피 결론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어떤 상품에 대하여 X축이 "필요한 정도"이고, Y축은 "인구수"인 그래프를 그려보자.
1. U자형 분포 (ex. 전문가용 장비)
대다수는 아예 필요 없고, 소수 초심자는 적지만 매니아·전문가에는 필수라 두 극단에 인구가 몰리는 경우다.
물론 오른쪽 봉우리의 높이가 왼쪽 봉우리의 높이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다.
2. 우상향 분포 (ex. 생활필수품)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정 이상 필요로 해, 필요성이 높아질수록 인구수가 많아지는 경우다.
3. 우하향 분포 (ex. 명품)
극소수만이 강하게 필요로 해, 필요성이 낮아질수록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다.
4. 종형 분포 (ex. 키보드)
대부분의 소비자가 중간 정도 필요성을 느끼고, 낮고 높은 구간에는 소수가 존재해 중앙에 집중되는 경우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필요해서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기에 과한 가정일 수 있으나,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만큼은' 그럴 수 있다.)
그러면 "구매 역치"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제품에 대한 개인의 필요성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변동한다.
높아졌다가, 낮아졌다 하다가 어느 순간 필요성이 "구매 역치"를 넘게 되면 그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즉, "구매 역치" 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성으로, 사람과 제품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앞서 어떤 제품에 대한 개인의 필요성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변동된다고 했다.
어떤 이유로 높아지고, 어떤 이유로 낮아질까?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개인적 요인
- 연령 · 라이프 스테이지
- 소득 · 경제력
- 직업 · 업무 성격
- 건강 · 신체 상태
2. 상황적 요인
- 거주 지역 · 인프라 환경
- 계절 · 시기적 수요
- 긴급성 · 위기 상황
3. 사회적 요인
- 주변 추천 · 인플루언서 영향
- 유행 · 트렌드
4. 제도적 요인
- 제도 · 법규의 변화
- 기술 · 표준 변화
개인적, 상황적, 제도적 요인에 의해 필요성이 증가될 때, 제품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아래와 같은 경우들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결혼을 해서 식기 세트가 필요하거나, (개인적 요인 - 라이프 스테이지)
여름이 와서 에어컨이 필요하거나, (상황적 요인 - 계절)
산업안전법이 강화되어 모든 건설 현장에 안전모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제도적 요인 - 법규 변화)
이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보다는 제품 자체가 필요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제품 필요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제품에 (ex. 텀블러) 대한 전반적인 필요성은 그대로인 반면, 특정 브랜드의 제품에 (ex. 스탠리 텀블러) 대한 필요성만 변동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사회적 버즈나 인플루언서 언급등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경우다.
스탠리 텀블러 안에 있던 얼음이 전소된 차량 안에서도 녹지 않아 화제가 되었거나,
유명한 연예인이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샤라웃 한 경우다.
이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필요성만 생긴 상황이기 때문에,
"브랜드 충동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필요성이 구매 역치를 넘어 구매가 이루어졌을 때, 이를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제품 필요형 수요 : 제품 카테고리 자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
- 브랜드 충동형 수요 : 특정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수요만 증가
소비자의 수요가 어떤 유형이든, 브랜드는 고객을 사로잡아 구매 버튼을 누르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브랜드의 노력들을 제품 필요형과 브랜드 충동형으로 구분해 보자.
(1) 검색 엔진 최적화 (SEO)
소비자가 “신혼 홈세트 추천”을 검색했을 때, 자사 상품이 상위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클릭 →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은 제품 필요형 수요를 잡기 위한 대표적인 노력이다.
(2) 메가 인플루언서 협찬
인플루언서 협찬은 브랜드 충동형 수요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인플루언서가 보유한 팬덤이 제품의 주요 수요층과 얼마나 맞닿아있는가를 고려하기에, 카테고리를 아예 무시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메가 인플루언서 협찬의 경우, 주로 인플루언서의 이미지를 빌려오는 것이기에 브랜드 충동형 수요의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3) 디지털 광고 : 메타 광고, 네이버 광고 등
광고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신혼 홈세트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은 개인적 요인으로 필요성이 높아진 고객을 사로잡는 과정이다. 따라서 제품 필요형 수요를 잡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광고 소재도 "신혼 그릇 추천"이나 "O만원대 추천 식기 세트"처럼 제품의 카테고리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텀블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소비자에게 "스탠리 텀블러"를 각인시키는 광고는 브랜드 충동형 수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소비자는 텀블러에 대한 필요성이 낮았으나, 광고 자체가 특정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 경우 광고 소재는 인플루언서가 스탠리 텀블러를 들고 있는 이미지나 시선을 사로잡는 소재를 보여주곤 한다.
이렇듯 현재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서로 다른 수요를 잡기 위해 알맞은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우선 제품이 주로 수요 되는 방식에 맞는 마케팅을 해야 될 것이다.
주로 '제품 필요형'으로 수요 되는 제품인데 (ex. 신혼 홈세트) 브랜드 충동형 위주의 마케팅을 하거나, 반대로 '브랜드 충동형'으로 수요 되는 제품인데 (ex. 럭셔리 브랜드 굿즈) 제품 필요형 위주의 마케팅을 펼치면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마케팅에 노출되는 고객 중 잠재 고객 (필요성이 구매 역치를 이미 넘었거나 넘어설 고객)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구매 전환율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혼 홈세트 광고의 경우,
논타겟보다 25-35세 여성에게 노출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25-35세 여성보다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 노출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구글에 “신혼 홈세트 추천”을 검색한 여성에게 노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인플루언서 협찬도 마찬가지이다.
인플루언서가 가지고 있는 팬덤과 제품의 주요 소비층이 비슷할수록 그 효과는 좋을 것이다.
결국 비용 대비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은 특정 고객이 제품을 정말 필요로 할 때 “이것 보세요” 하면서 제안하는 것이다. 자연검색의 구매 전환율이 가장 높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자연 검색은 고객이 직접 "나 이것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이것 필요해요" 하는 고객부터 사로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고객으로부터 생긴, 제품 필요형 수요에 해당된다.
브랜드는 "나 이것 필요해요" 하는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그들의 시그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네이버에, 구글에, 쿠팡에 검색한다. 혹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SNS 알고리즘이 내게 먼저 제품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보 제품들의 스펙, 리뷰, 가격 등을 비교하며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택해 구매한다.
이는 제품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떤 제품이 나에게 최적일지 탐색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대부분이 공감할만한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너무 귀찮다.
따라서 가능만 하다면 이런 탐색의 과정을 생략하거나 대신 부탁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토스도 Do Everything Silo를 도입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신해 주는 것 자체가 직원들에게 큰 복지인 것이다.
Do Everything Silo - Toss
팀원들이 시간 들여서 해야 하는 일들을 모두 해주자!’라는 것을 목표로 청소, 빨래 등의 가사 서비스 연결부터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한 맛집 추천, 가족과의 기념일 챙기기, 주말을 위한 여행 플래닝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도움을 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때 커뮤니티에서 심부름꾼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였으나, 내부적으로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감사하는 소중한 존재일 것으로 확신한다. 왜냐하면 나 조차도 이런 팀이 있으면 신세 많이 지고 매우 감사해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보통 비서/총무가 담당한다.
처음에 언급했던 AI 비서를 기억하는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글을 두서없게 작성한 필자의 잘못이다.)
당연하게도 앞으로 제품들의 스펙, 리뷰, 가격을 비교하는 일은 AI 비서의 일로 대체될 것이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1. ChatGPT, Claude 등 AI 검색이 등장한 이후에 Apple Safari에서 Google 검색이 2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링크)
2. 2015년 이후로 줄곧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유지하던 구글이 2024년 4분기에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졌다. (링크)
3. Google에서 AI Overview 가 노출된 쿼리 비중이 11% 이상으로 확대되었고, 그 결과 콘텐츠 퍼블리셔 (블로그, 뉴스 사이트)는 클릭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링크)
따라서 제품 필요형 수요의 경우, 인간이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는 과정이 생략됨에 따라
AI 비서가 자사의 제품을 추천하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즉, 자사의 제품을 AI 비서가 추천한다면 제품 필요형 수요를 사로잡을 확률이 높을 것이며,
추천되지 않는다면 제품 필요형 수요를 사로잡을 확률은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매출이 올라가고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지사다.
사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에 발맞춰, AI 서비스들은 쇼핑 기능을 출시하고 있다.
2024년 5월, Google 은 AI Overview (구글 검색 시 상위 AI 요약 결과) 기능을 공개하였다.
2024년 11월, Perplexity는 Perplexity Shopping 기능을 공개하였다.
2025년 4월, Amazon 은 사용자의 입력을 기반으로 AI 가 제품 검색, 비교, 결제까지 해주는 Buy For Me 기능을 발표하였다.
2024년 4월, OpenAI는 ChatGPT AI Shopping Assistant를 공개하였다.
2025년 5월, Google I/O 에서 AI Based Shopping Mode를 발표하였다.
이외에도 Microsoft Bing, Anthropic Claude 도 AI 쇼핑을 공개하였다.
AI 쇼핑은 과연 치열해진 LLM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단순한 마케팅일까 아니면 큰 변화의 흐름일까?
물론 당장은 이목을 끌기 위한 ‘과시형 마케팅’의 역할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고객에게 빠른 업데이트 소식을 알려 다른 경쟁자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이 검색에서 요청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AI 쇼핑은 전자상거래 경험 자체를 바꿀 변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자연어 대화로 상품 추천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내는 것과 비주얼 검색, 음성 명령 등은 기존의 키워드 검색, 상품 비교 방식보다 훨씬 편리하다. 그렇기에 Google, Amazon, Microsoft 등 대형 빅테크들이 AI 쇼핑 기능을 핵심 비즈니스로 로드맵에 앞다투어 올리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이커머스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AI 중심으로 이동 중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AI가 내 제품을 이해하고 고객에게 추천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는 사실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내 제품을 이해하고 고객에게 답변하도록 하는 것은 이제 시작되는 기술이라 아직 명확한 용어조차 정의되어있지 않다. 검색 엔진 최적화인 SEO 와에 유사하게, Answer Engine Optimzation (AEO), Geneartive Enigne Optimization (GEO)라는 개념으로 주로 불리는 것 같다. 최근 Google 2025 I/O 에서 해당 용어가 사용되어 관심도가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내 제품을 AI가 추천하도록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어떻게 AEO, GEO를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브랜드나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아직은) 잘 모른다. 긴 글 읽었는데 명쾌한 답이 없어 죄송하다.
몇 가지 자명한 답을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1. AI 서비스들이 운영하는 크롤러에 맞춰 튜닝하기
기본적으로 ChatGPT, Claude와 같은 LLM 서비스들은 본인만의 크롤러를 사용한다.
OpenAI의 경우 OAI-SearchBot을 사용해 인터넷의 정보들을 크롤 한다.
따라서 AI 서비스의 크롤러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주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하겠다. 이는 사람들이 AI에 검색할만한 내용 (ex. 신혼 홈세트 추천해 줘)에 대해 AI 가 생각하는 유의미한 키워드나 답변 (ex. 신혼 필수 그릇 세트)가 제품명, 상세페이지 등에 존재하고 크롤러가 이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 자사 제품 또는 브랜드 노출하기
ChatGPT 등 LLM 서비스들은 공신력 있는 사이트의 글들을 주로 참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 브랜드와 자사 제품이 많이 등장할수록 인용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제 시작되는 기술이기에 아직 시행착오가 충분하지 않으며,
나도 자세한 내용을 공부하고 있기에 좋은 답을 줄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마주할 세상이기 때문에 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자상거래의 판도가 바뀌는 것이기에 많은 상승과 추락이 동반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