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발자가 도자기를
팔며 알게 된 사실들

IT와 제조업의 두 가지 공통점

by 김윤서
전) AI 스타트업 개발자
현) 도자기집 김팀장

얼마 전까지 저는 도자기도 모르고, 제품을 팔아본 적도 없는 평범한 개발자였어요.

그저 IT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참 즐거운 사람이었죠. (전공도 컴퓨터예요)



image-removebg-preview (1).png

이렇게 IT가 인생의 전부였던 사람이, 우연찮게 도자기를 팔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IT와 제조업, 두 도메인의 차이점만 보였어요. 사실 IT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제조업에서는 안되니까 답답할 때가 더 많았죠. 때로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무력감에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 더 지나니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그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자신감도 붙었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질적으로만 보였던 두 도메인에서, 제가 느꼈던 공통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1. 변화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 (feat. 잘 몰라도 일단 하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던 것만 하면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발자로 일하며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서비스가 더욱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혹은 현재 상황에 뭔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했죠.


이직한 회사도 (도자기집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시도들이 필요했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제안하고 구성원들의 힘을 모았어요. 하던 것을 하면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제 경험이 스스로와 팀을 설득하는 유일한 근거였죠.



29CM_썸네일(1000x1000).png

새로운 방향의 첫걸음으로 기존과는 다르게 신상품을 기획했고, 기존과는 다르게 팔아봤어요. 그 과정에서 상품 기획, 패키지 제작, 외부몰 입점, 마케팅 모두 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죠.


결과는 어땠냐고요?



Screenshot 2025-01-26 at 4.36.32 PM.jpeg

기획했던 상품이 THE EDIT에 소개되었어요.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예전부터 좋아했던 매거진이라 신기했어요. 매출도 유의미하게 발생했고, 여러 회사들로부터도 다양한 컨택이 왔어요. 결정적으로, 첫걸음의 결과로 발생한 여러 일들이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변화의 방향에 부합했어요. 그렇기에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image.png

물론 아쉬운 것도 정말 많아요. 더 잘 준비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어요. 진짜 몰라서 준비 못했던 것들이 많아요. 경험의 부재에서 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죠. 그래도 처음이었잖아요.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깐요.


이러한 과정에서 제가 느낀 IT와 제조업의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이거예요.


1. 변화를 원한다면 기존과는 다른 일을 해야 된다.

하던 것만을 열심히 하면서 뭔가 바뀌기 원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사실. 조금은 현실적이고 차갑지만, 이 사실을 부정할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2. 기존과는 다른 일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의지와 용기다.

앞서 말한, 기존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워요. '지식도 경험도 없는 내가 그것을 어떻게 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죠. 선뜻 행동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질적인 두 도메인에서 "잘 몰라도 일단 해보면 뭔가 된다"는 반복되는 경험을 해보니 이제 알겠어요. 새로운 시도에 필요한 것은 지식과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요. 진짜 필요한 것은, 하던 것 하는 게 편한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는 '의지'와 무지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라는 것을요.



Screenshot 2025-01-26 at 11.10.49 PM.png

Just Do It, 나이키의 슬로건이자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반복적으로 했던 말. 어려워서 외면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실 같아요. 잘 모르지만 일단 하는 것.


그렇다고 처음부터 본인이 혼자 다 부딪혀가며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러기에는 세상에 이미 레퍼런스가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사실 대부분 새로운 것이 아니거든요.


의지를 가지고 찾아보니, 첫 시작을 위한 지식은 세상에 충분히 존재하더라고요. 그렇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지식은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물론 조금 부족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잖아요.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그냥 하는 것. 그렇게라도 무엇인가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제가 가장 크게 느낀 두 산업의 공통점이었어요.



2. 빠른 문제 해결


처음으로 기획한 상품을 출시했는데 배송 중 파손되는 문제가 생겼어요. 여러 배송 케이스를 고려해서 패키지와 포장을 기획했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케이스에서 제품 파손이 발생하고 있었죠.


81122135_632603560817204_6460684368661708800_n.jpg?_nc_cat=109&ccb=1-7&_nc_sid=3a1ebe&_nc_ohc=saAFfUdFgR0Q7kNvgEAQlEA&_nc_zt=23&_nc_ht=scontent-ssn1-1.xx&_nc_gid=Ahhb5TCHdEbA-ICJNOmKYxs&oh=00_AYCQoafMEIYx1gHUUfXt6NjlcW4gQBdVLPy_zxjkkvit0w&oe=67BD594C

(제품이 배송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우리 박스들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더라고요.. 또륵..)


파손에 의한 손해는 두 번째 문제였어요. 제품을 받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패키지를 열었는데, 파손된 제품을 마주할 고객님을 상상하니 너무 죄송했어요. 특히나 선물 용도로 구매를 주로 하셨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했죠.


f763ca59-06a5-49f1-a67f-a5976bd2a6a6.png

먼저 고객님들께서 보내주신 파손 사진을 보며 원인을 추측했고 재현해 봤어요. (콰직.. 정말 극소수의 케이스였지만 깨지더라고요) 바로 팀 회의를 소집해서 우선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했어요. 기존보다 비용이 증가했지만 고객님의 설레는 순간을 망칠 수는 없었죠.


04ti4uo4-T.jpeg

조치를 하고 나니 놀랍게도 배송 중 파손되는 문제가 아예 사라졌어요. 그리고 이때 깨달았죠. IT랑 똑같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IT 업계에서 흔히 일컬어지는 말이자, 제가 굳게 믿고 있는 말이기도 해요. 개발자는 모든 유즈케이스를 상상할 수 없어요. 진짜 이렇게 쓰신다고..?! 하는 케이스들이 반드시 있거든요. 그렇기에 어떤 기능이든 완벽할 수 없고, 항상 버그를 수반하죠. 따라서 일단 배포하고,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IT 업계에서 제가 배운 진리였어요.


제조업은 사실 다를 줄 알았어요. IT 서비스는 수정 및 배포가 쉬운 반면, 실물 상품은 한 번 만들고 나면 재생산이 힘드니깐요. 물론 분명 맞는 부분도 있어요. 제조업이 IT 서비스보다 첫 생산에 대해서 훨씬 높은 기준을 가져야 되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재생산은 비용이 크고 오래 걸리니깐요.


하지만 제조업도 IT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더라고요. 상품, 포장, 배송에 문제가 없을 수 없더라고요. 결국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빠른 해결이고요. 발생한 문제를 모른 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와 실천, 그리고 이것의 반복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잘 몰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그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


이것이 도메인을 막론하고 메이커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질적인 두 도메인에서 같은 경험을 한 덕분에 뭐든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 소중한 경험이 향후 제가 다른 도전을 할 때 큰 양분이 되어줄 것 같아 기뻐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이저엑스 퇴사 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