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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풍요의 시대

일이 사라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by 김윤서

고도화된 인공지능과 인간형 로봇이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무한히 생산할 수 있게 되면, 희소성은 사라진다. 경제적 한계가 무너지고 돈의 의미도 희미해진다. 결국 모든 사람이 부자 (여기서 부자란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의미한다)가 된 것처럼, 원하는 대부분의 것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된다. 단, 희소함이 유지되는 일부 자원은 예외이다.


이러한 시대를 '급진적 풍요의 시대'라 부르며 아래와 같이 구체화할 수 있다.


1. 로봇의 수가 인간보다 최소 10배 많다.

2. 현재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로봇이 대신한다.

3. AI가 에너지 부족, 질병 등 사회에 뿌리 박힌 핵심 문제들을 해결한다.

4. 의식주, 의료, 교육, 에너지와 같이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들은 노동 없이도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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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도 이와 유사한 미래를 상정한다.



필자보다 미래에 대해 훨씬 깊이 고민하고 양질의 정보에 접근한 사람들이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아직 온전히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지난 100년간 서구적 자본주의와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가 세상의 발전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에 살던 사람이 지금의 사회를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나 역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후 논의를 위해, 급진적 풍요의 시대가 온다고 잠정적으로 인정해 보자.

그러면 중요한 한 가지 질문에 도달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재의 교육과 사회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생산 가능한 인간을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유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필자를 포함하여 대다수는 위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서 만약 생산이 무의미해지는 사회가 온다면, 대다수는 삶의 방향을 잡기 어려워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웃라이어를 찾아보자. 이미 자신만의 명확한 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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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진영은 진심으로 춤과 무대에 미쳐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무대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이유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그는 돈이 사라져도 여전히 무대에 서 있을 것이고, 서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박진영의 열정은 성시경의 만날 텐데 - 박진영 편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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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침착맨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작가 갈로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곤충을 사랑한다. 다양한 곤충에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애정을 보인다. 하지만 그런 그가 전혀 부담스러지 않고 멋있어 보이며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급진적 풍요의 시대가 오면, 그는 쾌재를 외치며 세계 곳곳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곤충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싶다.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내적 충동에 의한 몰입

시간과 조건에 무관한 일관성

'유용성'의 기준 밖에 존재하는 활동


제로섬 사고에 갇힌 우리의 눈에는 이들이 특이한 예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급진적 풍요의 시대'에는 이들이 보여주는 삶의 방식이 보편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감각에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진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감각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이다. 이 질문은 타인에게 물을 수 없고, 각자 스스로 찾아야만 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나는 무엇에 끌리는가’, ‘무엇에 몰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솔직한 답변뿐이다. 풍요가 보장된 시대에 진짜 결핍은 ‘자신만의 감각’을 발견하지 못하는 데서 올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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