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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hans

이커머스의 팔란티어가 될 수 있을까

by 김윤서
팔란티어 펠로우십에 선정된
한국 유일의 스타트업

누적 투자액 175억

Enhans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그리고 이 회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분명하다.


데이터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


팔란티어의 슬로건은 'AI 기반 운영 및 의사결정'이다. 즉, 해결하는 문제도 팔란티어와 동일하다. 팔란티어가 국방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다면, Enhans는 유통과 판매에 집중한다. Enhans는 이커머스의 팔란티어를 꿈꾸는 듯하다.


재미있는 점은 홈페이지의 분위기조차 팔란티어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넘어 검은색 계열의 톤, 시스템 다이어그램, 임팩트 중심의 문구, 애니메이션까지. 전달 방식뿐 아니라 톤 앤 매너에서도 팔란티어의 색이 짙게 묻어난다.


(좌) Enhans (우) Palantir, 두 회사의 홈페이지는 정말 비슷하다.


더 나아가 핵심 서비스인 Ecommerce OS는 팔란티어의 Foundry, Ontology, AIP 위에서 구동된다. 팔란티어의 플랫폼 위에서 서비스를 만든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제약도 많았겠지만, 복잡한 데이터 인프라 설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핵심 문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Ex. 데이터하우스에 대한 완전한 가시성이 있는 AI Agent를 만드는 것)


사실 Enhans의 선택이었다기보다는 팔란티어 펠로우십 프로그램 과정 중 만든 서비스였기에 그런 것 같긴 하다. 아무튼 현재 개인적으로 복잡한 데이터 인프라 설계를 하느라 고통받고 있기에, 조금 부럽기도 하다.


뭐든, 뒤에서 돌아가는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팔란티어를 좋아하기에 (한 때 팔란티어에 지원할까 고민도 했었다) Enhans가 흥미로워 여러 자료를 찾아보던 중 재무제표를 보게 되었고, 거기서 진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직접 운영하며 문제를 푼다?


Enhans가 추구하는 Ecommerce OS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Autonomous Brand, 즉 브랜드 운영의 대부분을 AI가 맡고 인간은 방향을 조정하고 판단하는 구조로의 진화를 목표로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Vertical AI Agent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다. 즉, Enhans는 유통과 판매업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보는 것 만한 것이 없다.


Enhans는 실제로 그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조금 더 정확히는 (타임라인 상으로 보면), 유통과 판매를 직접 경험하며 문제를 정의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Ecommerce OS를 만든 듯하다.




변화는 재무제표에 드러난다


Enhans의 실적은 2023년부터 급변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매출의 폭발적인 증가다. (22년 4억 → 23년 72억) 그리고 22년에는 매출액과 매출총이익이 동일한데,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금액이다. 즉, 22년에는 매출원가가 없는 수수료성 모델 또는 컨설팅 위주의 파일럿 수익 구조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3년도부터는 상황이 완전 달라진다. 매출은 약 18배 증가하였으나, 매출총이익률은 급감하였다. (100% → 20% 수준) 재고 회전율도 크게 감소하여,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수치를 단순한 SaaS 수익 구조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




실물 유통인가?


일반적으로 SaaS 회사의 매출총이익률은 70~90%에 달한다. 운영원가가 낮고, 반복 수익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Enhans의 24년 매출총이익률은 19.9%, 영업현금흐름도 -38억으로, 매출 증가와 함께 현금 유출이 악화됐다. 게다가 2024년에는 재고 회전율이 13.9%로 급락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수치는 아래와 같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1. 원가 비중이 높은 판매를 시작했고

2. 재고가 빠르게 쌓였고

3. 자금이 묶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표는 Enhans가 단순한 SaaS 모델을 넘어서 실물 기반 사업, 예컨대 직접 유통, 혹은 브랜드 운영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도메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5년도에 Ecommerce OS를 출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테스트베드로서의 운영


자체 브랜드일 수도 있고, 타사의 제품을 유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Enhans가 직접 도메인에 뛰어들어 문제를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을 아는 통찰 : 문제를 밖에서 바라보는 게 아닌, 도메인 안으로 들어가 직접 부딪히며 푸는 방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이며, 이건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복잡성과 고통을 알아야 진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개인적인 철학이기도 하다. 아무튼, 만약 이 모든 가정이 맞고 Enhans가 그런 회사라면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된다.




✍️ 참고

- 본 글은 공시된 재무자료, 회사 소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개인적 해석을 덧붙여 정리한 것입니다.

- Enhans의 실제 전략, 운영 방식은 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투자, 경영 판단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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