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관점에서 비즈니스 재설계하기
본 글은 Ribbit Capital의 리포트를 한국어로 재해석한 것이며, 총 4편으로 구성됩니다.
1. AI 전환: 토큰 관점에서 비즈니스 재설계하기
2. 토큰 소싱: AI 시대의 첫 번째 기회와 최종 해자 (링크)
3. 에이전트 혁명: 도구가 아니라 결과를 파는 시대 (링크)
4. 지능의 풍요: 무엇이 희소해지는가 (링크)
당신의 회사는 토큰을 생산합니까, 정제합니까, 아니면 흐름을 지배합니까?
이 글은 위 질문에 대한 명확한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인류는 언제나 복잡한 정보를 작은 단위로 압축해 왔습니다. 시대마다 이 작은 단위의 외형은 달라도, "기억하고 신뢰하고 교환하기 위한 최소 단위"라는 본질은 같았습니다. 우리는 이를 토큰(Token)이라 부릅니다.
과거 세상을 해석하는 주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토큰(점토 조각·탤리 스틱·지폐)은 모두 사람이 기억하고, 믿고, 교환하기 쉽도록 만든 정보 단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을 읽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기계는 자연어·문서·이미지를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표현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최소 단위로 쪼개는 과정, 즉 토큰화(Tokenization)가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AI 시대의 토큰은 기계가 세상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정보의 최소 단위입니다. 고객 정보, 결제 내역, 행동 흔적, 센서 데이터 등 개인과 회사가 매일 만들어내는 거의 모든 데이터가 이런 토큰이 됩니다.
토큰을 “AI 시스템이 세상을 해석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원”으로 바라보면, 각 토큰의 상대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가치는 보통 두 축으로 구분됩니다.
1. 희소성(Scarcity): 얻기 얼마나 어려운가?
2. 비공개성(Secrecy): 특정 개인·회사만 가질 수 있는가?
예를 들어,
- 웹 데이터는 풍부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천문·지구과학 관측 데이터는 희소하지만 대부분 공개됩니다.
- 병원의 의료 영상·판독 데이터는 희소하면서도 독점적입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모든 토큰의 가치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희소하고 독점적일수록 전략적 가치가 더 높습니다.
위 그래프의 색은 토큰의 성격을 나타냅니다.
빨간색 - 돈 그 자체: 계좌 잔고, 주식, 암호화폐
초록색 - 전문가 지식: 의사의 판독 노하우, 변호사의 판례 분석
파란색 - 당신에 대한 정보: 구매 패턴, 건강 기록, 선호도
토큰은 만들어지는 순간이 끝이 아닙니다. 각 토큰은 계속 정제되며 가치가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의료 영상 같은 원시 토큰은 판독 결과처럼 부가가치 토큰으로 정제됩니다. 여기에 환자의 가족력, 유전 정보와 같은 다른 토큰이 결합되면 더 높은 가치의 토큰, 예를 들어 더 정확한 진단이 됩니다.
이렇게 토큰이 정제되는 과정에서 각 토큰에는 고유한 수요·공급 곡선이 생기는데,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얼마나 개인적인가
얼마나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가
얼마나 신선한가
얼마나 검증 가능한가
얼마나 재사용 가능한가
이 모든 생성·정제·결합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이 토큰 공장(Token Factories)입니다.
토큰 공장은 여러 종류의 토큰을 받아 더 높은 가치의 토큰으로 변환하는 기술 및 조직입니다.
넷플릭스는 “시청 기록 토큰”을 넣으면 “추천 목록 토큰”이 나오고,
병원은 “의료 영상 토큰”을 넣으면 “판독 결과 토큰”이 나오는 토큰 공장입니다.
전통적인 언어로 말하면, 더 높은 수준의 지능을 만들어내는 엔진이죠.
AI 시대의 비즈니스는 결국 세 가지 역할로 나뉩니다.
토큰 공급자 (Token Suppliers)
고객·거래·행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커머스, 금융, 제조, 의료처럼 현장에서 데이터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업이 해당됩니다.
토큰 변환자 (Token Transformers)
들어온 토큰을 처리해 더 가치 있는 토큰으로 변환하는 비즈니스입니다.
LLM, 추천·검색 엔진, 예측 모델, 산업 특화 AI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토큰 오케스트레이터 (Token Orchestrators)
토큰의 흐름·보안·조합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비즈니스입니다.
결제 네트워크, 신원 인증, 데이터 중개 플랫폼 등이 대표적입니다.
토큰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그 토큰을 실제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운영자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맡는 존재가 바로 AI 에이전트입니다.
에이전트는 단순한 챗봇이 아닙니다.
환경을 읽고, 판단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수행하는 토큰 공장의 사용자입니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요청을 받으면,
어떤 토큰이 필요한지 결정하고
어디서 가져올지 찾고
어떤 토큰 공장에 넣을지 선택하고
결과를 조합해 실행하며
피드백을 학습해 다음 행동을 개선합니다.
즉, AI 에이전트는 “페이지를 대신 클릭해 주는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업무 단위 전체를 입력으로 받아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운영계층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바로 토큰 공장들로 구성된 토큰 생태계입니다.
토큰 관점에서 오늘날의 기업을 다시 보면,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1. 가치 있고 독점적인 토큰을 매일 축적하는 기업이 이깁니다.
고객이 신원·맥락·기억을 맡길 만큼 신뢰를 얻은 기업만이 이 토큰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2. 에이전트는 평준화되지만, 여전히 고객과 직접 맞닿은 토큰 공장은 평준화되지 않습니다.
고객의 눈앞을 점유한 기업이 데이터 흐름과 피드백 루프를 장악합니다.
3. 토큰 공장의 경쟁력은 ‘출력 품질’입니다.
동일한 입력을 넣었을 때 더 높은 가치를 뽑아내는 소수의 공장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4. 진짜 해자는 복리처럼 작동하는 토큰 루프에서 나옵니다.
좋은 출력 → 더 많은 입력 → 더 좋은 출력 → 더 많은 신뢰 → 다시 더 많은 입력
이 구조가 돌아가는 기업만 장기적으로 살아남습니다.
2025년은 세 가지 변화가 한꺼번에 터진 시점입니다.
1. 비용 붕괴
LLM 추론 비용이 3년간 1/1000로 떨어졌고,
프레임워크와 코딩 에이전트 덕분에 토큰 공장을 구축 비용도 급감했습니다.
2. 입력 폭발
전사 데이터, API, 센서, 합성 데이터 등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입력의 양과 종류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3. 진입장벽 소멸
결제 및 인프라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면서,
누구나 토큰 공장을 만들고 글로벌 자산을 다룰 수 있는 환경이 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하이퍼스케일러부터 데이터 센터, 에이전트 기업까지 전 스택에서 경쟁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가치 재편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AI 전환은 서비스에 단순히 챗봇을 하나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기업은 자신의 토큰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다음 네 가지 질문입니다.
1. 우리는 어떤 토큰을 축적하는가?
커머스는 구매 패턴·배송 정보, 병원은 진료 기록·영상·처방 이력을 쌓고 있습니다.
당신의 회사는 매일 어떤 데이터를 만들고 있나요?
2. 그 토큰은 어떻게 변환될 수 있는가?
넷플릭스는 시청 데이터로 추천 엔진을 만들고, 테슬라는 주행 데이터로 자율주행 모델을 만듭니다.
당신이 축적하는 토큰은 어떤 지능으로 변환될 수 있나요?
3. 고객이 우리에게 어떤 신원·맥락·기억을 맡길 수 있는가?
구글은 검색 기록을, 토스는 금융 데이터를 맡길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고객은 당신 회사에 무엇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4. 우리 비즈니스는 에이전트가 활동할 수 있는 구조인가?
아마존은 재고·가격·배송을 이미 자동화했습니다.
당신의 핵심 업무는 에이전트에게 위임 가능한가요? 혹은 외부 에이전트가 접근 가능한가요?
지금은 초기 불균형이 벌어지는 시기입니다. 토큰 루프를 먼저 구축한 기업은 매일 격차를 넓힐 것입니다.
더 많은 토큰이 더 나은 출력을 만들고,
더 나은 출력이 더 많은 고객을 불러오고,
그 고객이 다시 더 많은 토큰을 남깁니다.
이 복리 구조를 먼저 돌린 기업이 시장을 재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