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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 Dec 26. 2023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미래를 위한 선택

AI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기 (1)

이야기에 앞서, 저는 AI 관련 IT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3년 차 개발자입니다. 이 점을 서두에 밝히는 이유는 내용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글은 독백의 느낌을 주기 위해 평어체로 작성합니다.


1편)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미래를 위한 선택
2편)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조회수 100만 영상을 만들다
3편) 개발자의 유튜브 도전, 31일만에 수익화에 성공하다




7월 초, 갑자기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주변에 떠벌떠벌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타인에게 본인 얘기를 워낙 안 하는 편이기에, 떠벌떠벌이라고 해봤자 3~4명이 전부긴 하지만 말이다.


왜 그랬을까? 당시에는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켜 있었지만,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도, 내가 성공하는 길도 아니다.


현재 내가 재직 중인 회사는 60명 정도 규모의 IT 스타트업이고, 그중 개발자는 대략 60% (35~40명)이다. 하는 일이 완전히 같진 않지만, 이 정도 규모의 개발자가 모이면 항상 유별난 사람들이 있다. 유별나게 엔지니어링에 관심과 욕심이 많은 개발자들이 있다. 같은 개발자임에도,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그들의 고민은 다르다.


나는 "풀고 있는 문제가 시장에 존재하며 그 크기가 큰지",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의 MVP 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나는 "AI 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확장성 있는 구조는 무엇인지", "좋은 코드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들은 "AI 최신 기술과 구현"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보면서 "벽"을 느낀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방법엔 2가지 있다고 한다. (카더라)

1. 내 분야에서 상위 1% 하기

2. 세 가지 분야에서 상위 4% 하기


나는 위 말을 듣기 전부터 항상 스스로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교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 생각에는 점점 확신이 들었다. 스스로가 한 가지 분야에 최고로 능통하지 못하고 다방면으로 적당히 능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 1%를 보고 느끼는 벽은 아득했다. 결론적으로 25년간 쌓인 경험은,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도, 내가 성공하는 길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며, 어떤 길이 내 성공의 확률을 높여줄까? 이 고민은 2번으로 이어진다.

지금 나는 영상 기획에 도전하기로 한 세 가지 이유에 대해 논하고 있다. 



2. 일이 되게 하는 것을 잘한다.


현재 회사에서 개발자 5명, 디자이너 1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최초로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개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기획은 그중 하나다. 여기서 말한 기획이 통상 기획자가 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다만, 나는 아래 일도 하고 있고 이를 기획이라 칭한다.


- 우리 팀이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고,

-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떤 가설을 증명해야 하며,

- 이를 증명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내가 "기획"이라고 칭하는 위와 같은 일들을 하며 들었던 한 팀원의 피드백이 인상 깊었다.


"윤서님은 일이 어쨌든 되게 하는 것을 참 잘하는 것 같아요." (칭찬의 의미였다)


에너지와 행동력이 좋은 편이고, (개발자치고는)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한 편이기에 이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솔직하게는 스스로도 일이 되게 하는 것을 잘한다 생각하고, 일이 굴러가는 속도에 본인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위와 같은 일들을 하며 "기획자" 로서의 본인을 상상하게 되었고, 경쟁력이 있겠다는 근거 부족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걸 자만심이라고 하나..?)


이어지는 세 번째 이유가 중요하다.



3. 대 AI 시대엔 기획자의 경쟁력이 증가한다.


최신 AI 소식에 관심도 많고 밝은 편이다. 여기서 소식이라고 한 이유는 그 관심이 앞서 말했듯, 기술이 아닌 세상에 끼치는 영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AI의 발전 속도를 꽤 전방에서 체감하고 있다. (아마 최전방은 거대 IT 기업의 AI 연구팀이지 않을까?) 그리고 골수 진성 N인 나는, 정말 끊임없이 AI 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상상한다.


상상에 대한 최근까지의 결론 중 하나가 바로 3번, "대 AI 시대엔 기획자의 경쟁력이 증가한다"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기획자"는 전문가들을 모아, 그들이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이다. 이 말을 여러 산업에 적용시켜 보자.


IT 서비스 : 개발자, 디자이너, CX 매니저 등을 모아 특정 문제를 푸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

영화/광고 : 조명팀, 미술팀, CG팀, 배우 등을 모아, 특정 주제를 표현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

예능 : 다양한 출연자들을 모아 특정 아이템을 특정 포맷으로 연출하는 것


역할은 아래 두 가지로 구성된다.

1. 여러 전문가를 모으는 것

2.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그럼 나는 왜 기획자의 경쟁력이 증가한다고 생각할까? 현재 AI 기술은 지적 전문성을 대신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직업으로 치면 화이트 칼라직을 대체하도록 발전하고 있다. (여담으로 처음에는 이 사실이 의외였다. 블루 칼라직을 대체하도록 발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통상적으로 화이트 칼라직의 단가가 더 비싸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AI 기술의 발전 방향은 지적 전문성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획자의 첫 번째 역할은 여러 전문가를 모으는 것이다. 현재는 "사람 전문가"를 모으고 있지만, 수년 내에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 전문가"와 " 특정 분야에 능통한 AI"를 모으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특정 분야에 능통한 AI"를 여러 개 모으지 않을까?


그렇다면 전문가들을 모으는 역할은 대체 불가능한가? 당연히 아니다. 다만 그 시기가 좀 더 늦거나, 설사 늦지 않더라도 더 중요한 두 번째 역할,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있다.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래의 의문에서 시작된다.


알파고가 바둑을 제패했음에도 사람들은 인간 바둑 기사 간의 대국을 본다. 어차피 사람보다 AI 가 잘하는데, 사람은 AI처럼 두려고 노력하는데, "왜 인간 바둑 기사 간의 대국을 볼까?"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만약 사람보다 축구를 잘하는 "알파고 메시"가 등장한다면 과연 사람들은 인간 축구 선수 간의 축구 경기를 볼까?


내 직감은 "그렇다"인데 그럼 그 이유가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이 중요한 이유다. "인간이 하기에 의미가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바둑 대국, 축구 경기와 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다. 그러면 다시 기획자의 역할로 돌아와서, 특정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방향이 인간이 하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그것들이 대체 뭘까?


나는 그것을 "팬"이라고 생각한다. 


OO가 무엇을 하든, 팬들은 OO의 콘텐츠를 소비한다.

OO 에는 어떤 단어가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성시경, 기안84, 슈카가 떠오른다. 나는 그들의 팬인 것이고, 그들이 하기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다. 최종 결론이다. 나는 전문가들을 모아서 "팬"을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유튜브를 해야 하는가?


1. 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도, 내가 성공하는 길도 아니다.

2. 일이 되게 하는 것을 잘한다.

3. 대 AI 시대엔 기획자의 경쟁력이 증가한다.


위 세 가지 이유는 내가 유튜브를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내가 "기획자"로 일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회사에서도 일부분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으나, 나는 그 외 시간에서도 "전문가들을 모아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에 대한 경험을 쌓고 배우고 싶었다. 그게 내가 성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럼 어떻게 경험을 쌓고 배워야 할까? 대학교에서 어떤 조직이든 행사 기획 역할을 담당해서였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했을 때 처음에는 예능 PD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재 여건 상 바로 예능 PD에 도전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이 얼마나 좋은 시대인가. 원한다면 누구든지 국장이자 PD 가 될 수 있는 전무한 플랫폼, 유튜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도 시도해 보지 않고 예능 PD 가 하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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