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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소년 Nov 22. 2024

코세이와 함께

보이지 않는 힘과 함께한 여름

여러분은 친한 친구가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고, 같은 목표를 꿈꾸며 동고동락한 ‘동료’가 있으신가요? 일본의 고교야구는 유대 깊은 야구로도 불립니다. 2년 반이란 시간 동안 함께한 선수들이 고시엔을 향해 부딪히는 마지막 여름, 그들의 유대 깊은 여름은 많은 야구팬들의 심금을 울립니다. 고시엔 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패배한 선수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며 “고마워” , “수고했어” 라 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야구소년들에게 있어 동료의 존재는 매우 크게 작용합니다. 서로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서로가 있었기에 고시엔에 올 수 있었다는 말을 하는 야구소년들의 유대는 고시엔이란 대회를 더 특별하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오늘의 고시엔 이야기는 이러한 유대가 운명 밖에서 끊어지지 않고 힘을 실어준 이야기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요시카와 코세이 군 (출처: oab, 오이타 뉴스)

 2022년 여름 고시엔, 아이쿄다이메이덴과의 3차전에서 패하며 여름을 끝마친 오이타 현 대표 메이호 고교는 곧바로 3학년 은퇴 이후 1, 2학년 위주의 새 팀 편성에 돌입했습니다. 새 팀의 라인업에서 포수는 당시 2학년이었던 요시카와 코세이 군이 맡게 되었는데요, 각 선수들의 기량과 가능성을 보기 위해 주간한 연습시합에도 포수 마스크를 쓰며 경기에 나섰습니다. 그러던 8월, 연습시합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파울볼이 포수였던 코세이 군의 쇄골에 직격해 머리의 벼랑이 파열되어 의식을 잃는 사고였습니다. 코세이 군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고 곧장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몇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요시카와 코세이 군 (출처: oab, 오이타 뉴스)

 팀은 2년 동안 함께 해온 동료의 갑작스러운 이탈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흽싸였습니다. 그러나, 분명 돌아올 것을 믿으며 이탈해 있는 코세이 군의 몫까지 열심히 임한다는 일념 아래에 가을 대회에 향했습니다. 가을대회에 돌입하자마자 12-5 승리를 따냈고 그 기세를 이어나가며 추계 오이타 대회를 우승하며 추계 규슈 대회로의 티켓을 따냈습니다. 규슈대회 1차전에서도 타카나베 고교를 상대로 2-0 승리를 만들어냈고  이어진 준준결승에서 오키나와 쇼가쿠에 아쉽게 끝내기 패배했으나 함께하지 못한 동료의 몫까지 싸워나갔던 가을의 힘은 분명 코세이 군에게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가을 대회 기간 중에도 동료들은 코세이 군을 생각하며 매일 영상 편지를 찍어 그에게 전달했습니다. 의식이 없어도 들을 수는 있다는 말에 어떻게 지내는지,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등을 매일 아침 영상을 찍어 전송하며 그가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도했습니다.

친구들의 목소리를 코세이에게. (출처: oab, 오이타 뉴스)

 특히 코세이 군과 같은 오사카 출신으로 입학했을 때부터 기숙사에서 함께 지낸 타카하시 유야 군은 매일같이 이러한 영상 편지를 촬영하여 “고시엔을 향해 힘내고 있어. 코세이도 같이 힘내자, 힘내 코세이!”라는 말을 하며 다시 그와 야구를 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타카하시 군뿐만이 아닌 많은 야구부원들이 영상 편지 촬영에 참여했고 모두가 코세이 군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모두의 힘이 코세이 군에게 분명 닿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코세이 군은 끝내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부원들의 힘을 받은 덕인지 코세이 군은 의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2달 반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2022년 11월 5일,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료. (출처: oab, 오이타 뉴스)

끝내 돌아오지 못한 동료를 위해, 부원들은 ”코세이를 고시엔에 “라는 일념으로 뭉쳤습니다. 함께하지 못하지만 분명 보이지 않는 힘으로 코세이 군이 함께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봄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으나 시드(어드벤티지, 1차전 부전승)를 지정받아 다가올 여름 대회를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6월, 연습 중인 메이호 그라운드에 배팅볼 머신 한 대가 들어섰습니다. 아랫부분에 ”기증, 요시카와 코세이“라는 팻말이 부착된 배팅볼 머신이었습니다. 코세이 군의 부모님이 본래 함께여야 했던 3학년의 마지막 여름에, 코세이 군도 분명 함께 부원들과 함께 연습하고 싸워나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야구부에 기증을 한 것이었습니다.  

배팅 머신을 본 카와사키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두고 말을 건넸습니다.

기증, 제 23기, 요시카와 코세이, 레이와 5년 5월. (출처: oab, 오이타 뉴스)
“3학년들도 알고 있겠지만, 요즘 생각한 대로의 배팅이 잘 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이 타이밍에 이 배팅 머신이 들어왔다는 것은
코세이가 너희에게 ‘똑바로 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고, 코세이로부터의 격려라고 생각한다. “

평소 배팅 연습에서 배팅볼 투수까지 도맡았던 코세이 군이었기에 코세이 군의 이름이 적힌 배팅 머신이 메이호 그라운드에 들어선 것은 마치 코세이 군이 함께 고시엔에 가기 위해 그라운드로 돌아온 것과 같았습니다. 많은 3학년 선수들이 눈시울을 붉혔고 이후 배팅 머신이 던져주는 공을 코세이 군이 던져주는 공이라 생각하며 연습에 임했고 드디어, 마지막 여름에 도달했습니다.

마지막 여름, 끝까지 함께. (출처: oab, 오이타 뉴스)

부전승으로 시작한 마지막 여름의 예선, 2차전의 상대는 오이타 토요후였습니다. 코세이 군의 부모님도 응원석에 마치 코세이 군이 그라운드에 있는 것처럼 부원들을 응원했습니다. 경기 개시 후, 코세이 군의 배팅 머신과 함께 연습해 온 시간들에 힘입어 2회 말에 대거 5 득점하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3회 말, 타석에 들어선 3학년 시바타 군이 걷어올린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가며 2023년 오이타 현 지역 예선 첫 홈런이 되었습니다. 경기는 12대 2, 메이호 고교의 5회 콜드승으로 3회전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홈런을 친 시바타 군이 사용한 배트는 코세이 군이 사용하던 배트, 시바타 군은 코세이에게 힘을 얻고 싶어서 사용한 코세이의 배트가 힘을 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힘을 얻기 위해. (출처: oab, 오이타 뉴스)

 이후 이어진 3차전과 준준결승도 타선의 힘으로 승리하며 순조롭게 준결승으로 향했습니다. 준결승의 상대는 3월 규슈 대회 예선에서 패했던 오이타 마이즈루 고교였습니다. 이날은 오사카에 사는 코세이 군의 동생들도 경기장에 찾아와 코세이 군의 영정 옆에서 부원들을 응원하며 한마음으로 함께 싸웠습니다. 그러나 준결승까지 순조롭게 올라왔던 메이호는 오이타 마이즈루의 선발 투수에게 7회까지 2안타 무득점으로 막히며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8회 말 1-0의 상황에서 동점 주자가 2루에 나간 상황에서 타석엔 코세이 군과 중학교 팀에서부터 함께 했던 니시카와 군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안타 하나면 동점인 긴박한 상황에서, 니시카와 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올려다본 하늘에서 들린 친구의 목소리 (출처: oab, 오이타 뉴스)

힘을 얻기 위해 올려다본 친구가 있는 하늘, 조금 더 편하게 타석에 들어선 니시카와 군은 높게 들어온 변화구를 그대로 밀어쳤습니다. 공은 좌익수가 잡지 못하는 곳에 떨어지며 장타로 연결되었고 긴 침묵을 깬 동점 3루타가 되었습니다. 니시카와 군은 이 타석에 대해
 

”코세이가 치게 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계속해서 버티고 버텨서 그 순간에서 쳤다고 생각합니다. “


라 말했습니다. 이후 득점까지 성공하며 만들어낸 역전승, 메이호 야구부원들의 일념이 단 1승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이러한 기세는 결승까지 이어졌고 ”코세이와 함께 “라는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도전한 여름, 오이타 상고에 3-0 승리를 거두며 그 마음은 성지, 고시엔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무실점으로 막은 이후 최종회였던 9회 초, 에이스인 나카야마 군은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기 전, 모자를 벗어 모자챙에 쓰인 ”코세이와 함께 “ 문구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코세이와 함께. (출처: oab, 오이타 뉴스)

고교 입학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공을 잡아줬던 포수인 코세이 군을 떠올리며 던진 혼신의 1구에 타자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고 그렇게 경기 종료. 메이호 야구부원들은 보이지 않는 코세이 군의 힘과 함께 싸워 코세이 군의 영정을 고시엔으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오이타의 고교야구 역사상 최초로 오이타현 대회 3연패와 동시에 통산 9번째 고시엔 출장이 확정된 순간,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로 달려 나와 하늘로 손가락을 모았습니다. 그 손가락 너머엔, 함께하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으로 함께한 동료가 있었습니다.

손가락 너머 하늘에 닿은 유대. (출처: 닛칸스포츠)

 고시엔에 진출한 메이호 고교는 1차전 남홋카이도 대표 호카이 고교를 만나 10회까지 가는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끝내기 패배하며 여름을 끝마쳤습니다. 하지만 고시엔의 알프스 스탠드에서, 고시엔의 검은흙 위에서 코세이 군은 메이호 부원들과 분명 함께 싸웠을 것입니다.

졸업도 함께. (출처: oab, 오이타 뉴스)

여름으로부터 시간이 지나 올해 2월, 메이호 고교의 졸업식 날, 부원들은 이때도 코세이 쿤의 영정과 함께했습니다. ‘요시카와 코세이’ 이름이 호명되자, 야구부원 전체가 다 같이 ‘네’라 대답하며 고교생활의 마지막까지 메이호 부원들은 코세이 군과 함께했습니다. 함께하지 못하는 동료를 고시엔에 데려간 소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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