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이런 상황을 흔히 '시집살이 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곳에서 형님과 시댁을 엄청 귀찮게 해 드렸다. 종종 '놀러 가면 안 되나요? 뭐하세요? 심심해서요!' )
게다가 이미 남편이 쌓아놓은 많은 관계 속에서 내가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참으로 멋진 인생을 살았는지, 남편과 어릴 적부터 함께 지냈던 지인들이 오로지 남편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그렇게나 살뜰히 챙겨주셨다.(나중엔 남편보다 내가 더 그들과 친해지기도 했지만!)
또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삼삼오오 마음에 맞는 동네 또래 엄마들도 사귀게 되었고, 일명 집순이 패밀리(서로의 집에 돌아가며 노는), 스터디 패밀리(자격증 공부), 말씀 패밀리(성경말씀 일상 나눔)가 생겼고 옆집 할아버지, 윗집 아주머니, 아파트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도 수다를 떨 만큼 열심히 잘 적응하며, 아주 즐겁게 잘 지내고 있었다.
남편 직장은 집 5분 거리에 있었고,
칼 퇴근하고 오면 신랑과 마트 쇼핑을 가거나,
외식을 하거나, 동네 한 바퀴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시며 근처 해수욕장 바닷가에 드라이브도 가고....
게다가 육아도 어찌나 잘했는지, '내가 남편의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아빠 죄송해요!)생각될 만큼 부러운 우리 아들은 지금까지도 늘 변함없이 엄마보다 아빠가 늘 1등이다.!
남편의 고향은 내가 결혼 후의 삶으로 꿈꾸던 곳과 아주 흡사했다.
내가 바라던 결혼 후의 생활권은,
일단은 엄마와 가까운 경상도였음 좋겠고,
서울 부산보다는 조금 덜 복잡했으면 좋겠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고향보다는 조금 더 큰 도시였음 좋겠고,
그리고아름다운 풍경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조건이 까다롭긴 했다)
그런데 이곳이 딱!!!
그런 곳이었다.
좋은 지인들과 편리한 생활권,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시원한 동해바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리...!
거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여기에 우리 집 한채만 딱! 있다면, 나는 정말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