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반짝 빛나는 Nov 01. 2021

전업맘이 되고 난 후 1년 동안 일어난 몇 가지 변화

지금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한 달  면 내가 아무 연고 없는 이곳으로 이사온지 1년 차,

경력 단절 후 일하다 퇴사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1년 전 이사를 결정하고

20년 11월 21일에 나의 1년 후를 기약하며 캘린더 21년 11월 21일에 

 글을 뒤늦게 보게 되었다.


1년전 내가 쓴 1년후의 나에게



문득 1년 전 내가 떠올랐다.

무슨 생각으로 저 글을 기록 했는지 얼핏 그때의 상황과 생각들이 머릿속에  필름처럼 지나갔다.


야심 차게 1년 후를 다짐했던 내게 지금도 제자리걸음인 나는 1년 전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안한 맘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니 그리 절망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한해를 성찰하며  글을 써 본다.






2020년 12월 이사를 오니 춥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 두 아들과 꼼짝없이 집콕을 했다.


아이들과 나름 홈스쿨링이라며 열심히 엄마표로 이것저것 열심히 놀았는데(DIY 키트 만들기, 요리활동, 색종이 놀이, 물감놀이, 보드게임 등등) 일을 하다 오롯이 아이들을 보니 즐거움반 힘듦 이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일상이 익숙해졌고 엄마표 집콕 놀이가 싫지만은 않았나 보다. 몇 개월 동안이나 어린이집 가고 싶다는 말을 입 뻥긋하지 않았으니...


3월이 되고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둘째도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내 시간이 생겼다.


갑자기 주어진 시간이 당황스러웠다.

이사 오기 전엔 일을 했었고, 이사 와서도 아이들과 함께라 나만의 시간이 없었는데 갑자기 내게 자유가 주어졌다.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저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에  갈 곳도 없고, 3월 꽃샘 추위에 내 마음도 닫혔는지, 늘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킨 후 나는 집콕, 방콕이었다.


바닥과 핸드폰과 리모컨을 혼연일체하고 1시가 되면 큰 아이를 데리러 바닥을 기어  나갔다. 1시에 하교를 하기에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지만 난 몇 개월이나 뭘 할지 몰라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냥 이렇게 사라지는 시간들이 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나를 잡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이렇게 시시하고 지루하게 40대를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내가 처음 한일은,


1. 걷기 시작했다. 


오락 만보 어플은 걸으면 오케이 캐시백으로, 우리 지역은 오천보를 걸으면 지역 화폐로 돌려주는 어플이 있다.


하루 보가 내 목표였다.  

만보는 걸어야지 그래도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루를 시작을 알리는 목표는 햇빛을 보며 걷는  부터 시작이었다.


위: 지역화폐 연동 걷기어플  아래: 오락 걷기어플


우리 집 앞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아주 아름다운 공원이있다
아름답지 아니한가!


2.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 이유는 단순했다.

파값이 갑자기 오른 겨울 파를 심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수확이 크지는  않았고 그새 다시 저렴해졌다. 

아들이 학교에서 씨앗 5개를 가져왔다.

까맣고 작은 씨앗이 뭔지는 모르지만 심어보고 싶다고 해서 따뜻한 봄에 화분에 심었다.

그 후 강낭콩 한 알, 작두콩 두 알, 길에서 본 마모사 씨앗..


그런데 이런 일이 커져 버렸다.


베란다를 식물들이 점령한 것이다.

두 알의 작두콩이 넝쿨을 타고 올라 '잭과 콩나무' 동화처럼 자라더니 우리 집 베란다를 천장까지 닿았다. 한참 후 예쁜 연보라색 꽃이 피더니 손바닥보다 더 큰 작두콩 깍지가 맺혔다.

아들이 가져온 씨앗은 나팔꽃과 봉선화였다.

여름 내  핑크, 자주색 봉선화 꽃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 외, 염좌, 미니 스투키, 제라늄을 나눔 받아 키웠다.


그리고 이상한 취미가 생겼다.

길가에 예쁜 꽃이 지고 난 후 말라 있는 씨앗을 하나씩을 가져와 화분에 고이 묻어보는 취미가 생겼다.

초록 파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 싱싱한 파를 즉석해 잘라먹는 즐거움이 있다.
제라늄꽃이 이렇게나 예쁜지 몰랐다. 손바닥만한 작두콩까지도 신기했다.
열심히 키운 식물들. 위가운데 주워온 씨앗을 발아 해 심은 마모사 나무 씨앗 .우리집 팽돌이는 4년차 우리 가족이다


3. 음악을 다시 듣게 되었다. 


결혼  음악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결혼 후 가사가 귀에 들릴 여력은 없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가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잔나비라는 그룹을 알게 되었는데, 모든 노래를 완전 푹빠져 찾아 듣게 되었다. 


아래 링크: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https://youtu.be/5 g4 KsIizYhQ

가사와 목소리까지...정말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정말 잔나비는 내 최애 가수다.


아이유 옛 노래 리메이크도 좋아한다.

그녀는 숨소리도 너무 아름답다.(아이유는 원래 좋아하는 가수이다. 남편 최애 가수라)

루시드폴 노래도 가사가 너~~무 좋다.(그대는 진정 시인이십니다)



4. 책을 읽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도서관이 늘 내가 지나가는 길에 있었다.

몇 개월을 외면하다 첫 발을 디뎠다.


 아이가 집에 읽을 책이 없다고 해서 처음엔 동화책을 빌릴 목적으로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었다.

아이들 책을 고르다가 나도모르게 성인 열람실에 발길이 닿았다.

결혼 전 월급 받는 날이면 소소하게 책을 사곤 했었는데, 결혼 후 여태 1년에 고작 한두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온 도서관은 다행히 낯설지 않고 반가웠다.

본격적으로 아들과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6월 즈음이었을까?

그때부터 약 5개월간 내와 큰아이가 대출한 책 권 수이다.

내가 올해 6월즈음 부터 빌린책이 130권정도된다


큰 아이가 올해 8월26일부터 빌린 책들이다



읽다가 포기한(거의 10년을 책과 멀어져 살았기에 어려운 책은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다.) 책도 있고, 두세 번 빌린 책도 있고, 아이와 함께 본 동화책이 절반 이상이긴하다.


책에 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꼭 써 보고 싶은 글이다.

사실, 내가 한 해 동안 아주 크게 내 삶에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이기 때문이다.  


목마를 때 물 마시듯 책을 읽으면서 내 속에 글들로 채워 갔다. 독서로 큰 갈증이 조금씩 해소되는 것 같았다.



4. 강의와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


다른 동네 도서를 빌리려면 상호대차를 신청해야 한다. 도서관 앱을 열면 상호대차 바로 아래  '문화강좌'라는 버튼이 있다.

책을 늘 빌리면서도 몰랐다.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 버튼이 보였다.


상호대차 버튼 바로아래 있다는 사실을..몇달을 몰랐다


호기심으로 강좌를 하나 둘 신청하기 시작했다.

글쓰기 강좌(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이지니 작가, 하부 루타 독서토론-신현정 강사(글쓰기 강의), 장현주 강사(독서토론 수업), 김용운 글쓰기수업

작가님 강연(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작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인,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김정은,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한재우, 서울대 입학사정관- 진동섭,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 가짜팔로 하는 포옹-김중혁...)

정말 대단한 작가님, 강사님 수업과 강연줌으로 집에서 정 편안하게 무료로 듣는 행운을 누렸다.  


그 외 큰 아이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자녀 교육, 둘째 어린이집 연합회 등에서하는 교육들도 많이 들었다.

(내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마음과 현실의 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5.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다가  '내가 글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삶 생각 느낌을 담은 내 글을 써 보고 싶었다.


그런 내가, 감히, 진지하게, 진심으로, 브런치를 첫발로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참 행복하다.

퇴고의 퇴고의 퇴고를 거친 나의 결과물? 들이 썩 들지 않을때도 있지만

글을 쓰면 내 머리와 마음이

정리되고 청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의 묵은 덩어리들이 깨끗 해지는 기분이랄까?


6.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 다 보고 싶어졌다.  


가족 심리상담사, 도형 심리상담사, 공부를 하고 이젠 또 다른 공부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리고 처음엔 재미있어 호기심에 시작한 글쓰기가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그래서 요즘은 필사나 글을 쓰는 공부를 위한 책들을 보며 혼자 공부 중에 있다.(교열 교정 20년, 김정선 작가님의 책이 도움이 많이 된다. '내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열문장 쓰는법' '동사의맛')





위는 1년 동안 내게 생긴 변화이다.


12월에 이사 왔고 2월까지 코로나로 아들 둘과 투닥거리다 3-5월 바닥과 리모컨과 일체가 되어 허송세월 보냈고 코로나 단계가 막 올라가기 직전, 아이들과 내가 두 발이 꽁꽁 묶이기 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들이니, 사실 반년도 채 되지 않은 나의 루틴들이긴 하다.


뭐 특별할 것도 없고 기간이 그리 긴 것도 아니고 내가 계속 이렇게 살아갈 거라고 미래를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1년 후를 바라보며 캘린더의 글을 남겼던 1년 전의 나에게,

눈에 띄게 뭐가 대단한 사람이 되었거나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이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나, 그냥저냥 잘 살았지?' 라고 이야기 해도 괜찮지 않을까?






 참! 마지막으로 찐 자랑 하나 하고 글을 맺는다.

이건 8년째 하고 있는 것이라 크게 자랑할 수 있다. 뭔가 자랑을 할 수 있는것에는 '꾸준함'이 필수 요소인것같다.


'맘스****'라는 어플을 100일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쓰면 100일간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할 수 있다.(배송비만 내면 무료다)


아래 왼쪽이 내가 맘스로 쓴 일기들(내용은 초기엔 조금 적다가 그 후로는 사진만 넣거나, 하트, 점, 간단한 단어들로 메모한다) 오른쪽은 다른 사이트 책만들기에서 여행을 가거나 틈틈이 아이의 추억들을 묶어 낸 사진첩이다.


내가 하루하루 찍은 우리 아이들의 사진은 이곳에 쌓인다.

그리고 나의 보물이 추억이 된다.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참, 어려운 일인것 같다.




내소중한 사진일기:  날짜가 나와 있어 궁금한 년도와 날짜에 뭐 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