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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Oct 19. 2021

누군가의 아내,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결혼 전엔 미처 몰랐던 불편한 진실 앞에서...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공무원인 부모님처럼 나도 크면 평범한 직장을 갖고, 집도 한 채, 차도 한 대, 당연히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엄마와 할머니께서 맘에 쏙 들어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 나는 너무나 평범히 살아갈 줄만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누리셨던 그 평범한 것들 그 모든 것들은 치열한 노력과 과정의 결과였고, 여전히 계속되는 당신들의 삶의 끊임없는 노력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보다 직급이 높은 어머니가 공무원 10년 차에 육아로 퇴사했다는 이야기는 나에겐 기억 없는 과거이기에,

그 후 어머니의 직업이 여러 번 바뀌셨을 땐 그저 당신이 원해서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하지 않았지만 부유하진 않았기에 평범했던 그 삶들이 나에겐 지루한 결핍이라고 생각 되었다.


결혼을 하면 부모님보다는 더 여유롭게 살겠다는 다짐과 생각을 하며 나의 미래의 결혼 생활을 꿈꿔 보곤 했다.




하지만 결혼 후의 나의 삶은  부모님 이상은커녕 만큼도 되지 않았다.

나 또한 육아로 실직을 했지만 어머니 같은 능력도 용기도 없었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내가,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유년기엔 희생인 줄도 모르고 너무나 당연히 여겨왔던 엄마의 삶.  엄마가 된 지금, 내 그릇은 한없이 작은지 엄마라는 나의 역할은 아직도 적응이 잘되지 않는다.



‘난 모성이 없는 걸까? 난 좋은 엄마가 될 수는 없는 걸까?’ 늘 그런 갈등과 고민으로 지내던 어느 날, 아이들과 논두렁을 걷다가 아주 작은 쌀알에 달린 더 작은 벼꽃을 보았다.


매일 먹는 밥이 쌀인데,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건만, 이삭에 달린 자그마한 꽃들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엔 이삭에 벌레가 붙었나? 싶어 유심히 본 벼꽃은 내가 본 꽃 중에 세상에서 가장 작고 볼품없는 모양으로, 자기보다 몇 배나 큰 이삭들 틈틈이 한 알도 빠짐없이 달려 있었다. 


꽃에 이삭이 달린 것인지, 이삭에 꽃이 달린 것인지도 모르게 삐죽삐죽 달려있는 모양이 참 볼품이 없었다.

향기도 모양도 색깔도 노랑인지 흰색인지 헛갈릴만한, 매일 먹으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벼꽃을 보며, 문득 이 땅의 ‘엄마’라는 존재 같다고 생각했다.    


저 작은 벼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열매인 이삭을 잉태하여 이 땅을 풍요롭게 하겠지, 그렇게 자기의 모습은 기억도 없이 찰나의 흔적들로 사라지고, 이삭이 알차게 여물기 위해 자기 몸을 땅에 떨어뜨리겠지, 그 열매는 알곡과 쭉정이로 나뉘는 그 결과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리라…



‘벼꽃! 너는 말이야, 세상 꽃 중에 제일 못생기고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서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열매를 맺는구나, 나도 그런 너를 닮고 싶구나!’ 


나의 엄마가 그러셨듯이, 나 또한 그 길을 걷고 있지만, 튼튼한 알곡을 이 땅의 결실로 보게 하는 아주 소중한 꽃이기에, 나에게 또한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하며 저 벼꽃을 바라본다.


‘감히 나는 너를 닮았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나는 감히 너를 닮고 싶구나!’






 

벼꽃-꽃말은 '풍요'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나를 사랑하는지 묻진 말아요. 햇살 쏟아지던 여름, 나는 조용히 피어나서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가을이 오면 이런 작은 사랑 맺어준 이 기적은, 조그만 볍씨를 만들 거예요..(중략).... 모두들 날 알지 못한다고 해도 한 번도 날 찾아본 적 없다 해도 상관없어요, 난 실망하지 않으니 머지않아 나락들은 텅 빈 들판을 채울 테니.... 루시드폴의 –벼꽃



ㅡ아래 링크는 루시드폴의''벼꽃''이라는  곡입니다.

이글을 쓰고난후 검색해보았더니 발견한 음악입니다.

루시드폴님의 노래를 솔직히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이분의 곡을 일주일 내내 들으며 너무 가슴이 울리더라구요.

이분은 음악가이자, '시인'이신것같아요!-

http://youtu.be/90Ug8MBqB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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