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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Sep 26. 2021

며느리와 설거지

''며느라기''를 읽고.. 설거지에 대한 나의 생각!

추석 잘 보내고  집으로와 여유가 생긴 토요일,

문득, 지난번에 읽어 보았던 며느라기 책이 생각나서

도서관을 갔다.


예전 TV에서 '며느라기' 정주행 방송을 했을 때,

박하선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에피소드가 공감되고 웃프기도 해서 남편에게 같이 보자고 했다.

남편은 잠시 보더니 흥미가 없다는 듯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내용이 불편해서 그러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울 남편은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예능 파다)

그때 며느라기를 알게 되어 책을 보았는데

공감도 되고  어떤 점은  '이건 좀 아니네' 하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게도 며느라기 시절이 있었다.


출처; 며느라기 책


아주 예쁨 받고 싶고  잘하고 싶은 시기~ 며느라기


시댁 근처 사는,

하나뿐인 며느리라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이 결혼을 해서  허점과 오점을 안 들키려 부단히 애를 썼지만 실패..  했다.




출처; '며느라기' 책



며느리의 명절은.. 왜? 유독  설거지에 꽂힐까?


추석 전, 포털을 우연히 넘기다가.

''시댁에서 설거지하시나요?' 메인 질문글이었다.

  

난 시댁 가면 어지간하면,  매번 설거지를 한다.


어머님께서 늘 요리를 준비하시고,

형님들과 같이 상을 차리고  밥을 다 먹고 나면,  

 치우거나 과일 깎는 게 더 힘들고 번거로워(결혼 전 사과를 깎다가 껍질이 두껍다고 외할머니께 혼이 많이 났었다.)

 설거지 자리를 재빠르게 선점한다.



친구 집에 놀러 가도 밥을 얻어먹으면 설거지는 내가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친구 집 가서 밥을 먹고는 설거지 한 번  했다가 친구 어머니께서  소문을  내시는 바람에, 엄마가  들으시고는 ''집에서는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애가,  밖에서 잘~~  했다''  칭찬해 주셨다.


난 설거지를 별로 안 해보고 결혼을 해서 그런지 여름엔 시원한 물로, 겨울엔 따뜻한 물로 그릇을 빡빡 문 때는 게 좋다.

게다가 시댁에서 아주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나면,

원피스 배 앞부분이 물에 흠뻑 젖어

 혼자 일 다한 것 같은 착각(?)불러일으킨다.


다들 식세기(식기세척기) 천국을 맛본다 해도, 

별로 탐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더 정확히는 주방이 매우 좁은 게 이유지만)

집안일을 별로 안 해보고

결혼을 하게 해 준 엄마께  감사했다.

결혼하고 나서 보니

진짜  할 일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결혼 전부터 저 많은 것들을 다 알고서 하고 살았다면,

진짜 결혼 후 집안일이 지긋지긋(?) 했을 텐데..!





하지만!

나에게도 설거지에 대해 조금 속상한 기억이 있긴 하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주말, 시댁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정말  나 혼자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ㅡ네이버 이미지 펌ㅡ

(저 글을 쓰신 분의 마음이 조금은 공감)


어머님은 식사 후 각종 빈 그릇들을 옮기고 계셨고, 아주버님은  과일을 깎고 계셨고, 형님은 1살짜리 껌딱지 조카를  케어하고 계셨고,

남편은 나에게 설거지를 같이 하자고 들어왔지만,

아버님께서 혼자 계셔서 이야길 나누라며 돌려보낸 상황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자발적? 혼설(혼자 설거지)이긴 했었다.

모두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일들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단지, 그 순간 내가 특별히 할 일이 없기도 했고,

제일 어리기도 했고,

설거지는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니 내일 같다는 자석적 이끌림으로  싱크대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이제 갓 결혼해서  남의 집(정말 몇 번 안 간 곳이)

가족들끼리 거실에서 두런두런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나누는데(그렇게 각자의 일들을 하다가, 서로 우연찮게 다들 같이 계셨다.)

나는 저~ 멀리 주방에서(거실과 주방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시부모님께서 50평 아파트에 살고 계셨다.)

혼자 설거지를 하고 있자니..


그 순간  웃음이 났다ㅡ푸핫

'뭐야  엄마가 밥 해주실 때나 설거지 좀 해드릴걸,

나 또 밖에 나와서  가식 떨고 있는 것 '


(이건 무슨 상황이지? 지금  가족들  모여있는 집 주방에서, 이방인 하나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

이제 갓 이 집의 가족이 된, 내겐 낯설고 어색해서

이유 모를 웃음이 났다.


훗날 형님처럼  나도 아이를 출산하면 모든 일엔 열외가 될까? 있지도 않은 아기 상상도 하고 기대를 해보곤 했었는데...

(우리 집 1호와 2호는, 100일 때부터  특히 시댁엘 가면 날 찾지 않더이다. 부엌일  땐  엄마 열심히 일하라며 어찌나 아빠와 할아버지와 잘 노는지,  조카는 7살 까지도 형님을 찾곤 했다. 이것도 괜히  기대한 내가 민망해지는 웃픈 에피소드.)



나에게 있어 시댁에서의 설거지란..?

나에게 밥과 반찬을 준비해서 차려주시고,

고생해 주신  어머님에 대한,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매우 주관적 결론이다만, 적에도 에겐 그렇.

혹, 이 결론이 불편하다면, 시댁에서 달랑? 설거지 하나밖에 안 하는 불량 며느리의 최소한의 변명쯤으로 하자)


물!!  론!!!

시댁에서  남편에게 설거지를 시킬 수 도 있겠지만,

평일엔 남편이 바빠 집안일도 육아도 함께할 시간이 부족해 남편이 시간이 난다면,  

집안일보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내겐 더 중요하다.

집에서도 못 하게 하는 설거지를 굳이  시댁에서 시킬 이유가 없다.


저는 이방법도 좋을것같습니다~!-출처: 며느라기 책-


''설거지는  아들이!''

라고  외치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친정에 가면 남동생에게 설거지를 시키고,

실제로 우리 집은 명절에 친정 가면 언니와 는 앉아 있고, 남동생이 주방에서 엄마를 돕는. (미혼남이긴 하지만, 결혼 후도 동생이 마땅히 하리라 믿는.)

지금의 남편부터  된다,

내 아래 세대, 나의 아이들부터  내가 교육시키면 되지 않을까?ㅡ오호라 다행히 아들이 둘이다.ㅡ

(내 아들들이 결혼을 하면, 주방일은 , 남편, 아들들이 하는 것이다.

아!! 그때쯤이면 나도 같이 빠지면 어떨까?

-이 글을 박제해서 20년 후  보자-




출처:  며느라기 책


며느라기  시절엔 그렇게나 잘 들렸던. 이른 아침 어머님의  탁탁탁 소리가,  어느 해 아침부터는 들리지가 않아서

어느 순간부터

어머님의 아들과 함께 잘 차려진 아침상을 같이 받고 있다.

친정에 이야길 했더니 엄마는

''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언니는,

'' 니도 참~!  골 때리는 며느리다.''

라고 이야길 한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저도 제가 시댁 가서  꿀잠을
그것도  9시가 되도록  
눈을 뜨지 못하는 며느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제 저도... 어머님 댁이 편한가 봅니다.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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