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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Nov 03. 2021

이 죽일 놈의........ 모기

스키터 증후군 아이를 키우며


윙~~~~~~~~~!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아주 불쾌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을 양옆에 재우고 브런치의 재미있는 글들을 보는 나의 꿀 같은 시간을 방해하는


이... 죽... 일... 놈... 의...

.

.



반사적으로 휴대폰의 라이트를 켜 둘째의 온몸을 비췄다.

볼에 한방 물고서 그 옆에 앉아있다.

정말 순식간에 아이의 볼로 손바닥을 철썩!


0.1초의 시간 나는 생각한다.

이 모기를 놓치면 우리 둘째는 더 괴로울 것이다.

나는 반드시 이 모기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둘째의 볼에 앉아있다.


얼굴에 두 방이나 물리게 할 수 없다.

이 찰나의 생각은 1초도 사치다.

단 0.1초 만에 생각하고, 반응하고, 움직여야, 모기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철~썩!'

다행히 아들은 깨지 않았다.

나는 그 짧은 순간 모기도 죽이고 아이도 느끼지 못할 만큼  약하게 손바닥의 힘을 조절하는 결과를 이뤄 냈다.

내심 뿌듯!






우리 가족은 모기 하면 '치'를 떤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다.

모기가 나타나는 그 즉시 아이들은 '호랑이를 본 마냥'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우리에겐 그럴 사연이 있다.


모기에 별로 물린 적이 없다.

한 여름 시원한 저녁 공원과 저수지를 산책해도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모기가 옆에 있어도 애써 죽이지 않았다.

내 피가 맛이 없겠거니 그러려니 그냥 근처 오면 피하는 정도였다.


결혼을 하고 난 후 여름밤 남편과 산책 하고 돌아오면 남편 팔과 다리에 모기가 엄청 물려 있었다.


큰 아이를 낳고 여름 산책을 하고 오면 모기는 이제 남편이 아니라 큰 아이 팔과 다리를 물었다.

이제 우리 셋 중 큰 아이의 피가 제일 맛있했다.

(실제, 암컷 모기는 산란기에 냄새에 반응하여 문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을 물 때랑 상황이 다르니 아이가 모기 물리는 게 맘 아파서 그때부터 모기퇴치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도는  애교에 불과했다.


나는,


우리 가족은,


둘째를 낳고부터 모기와 전쟁을 선포했다.

.

.

.

둘째는 모기에 물리면 일단 살이 엄청나게 붓는다.

그 살이 얼마나 탱탱하게 부어오르는지 피부 표면이 바람 빵빵하게 불어넣어 한번만 입김을 더 불면 곧 터질 것 같은 풍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발에 물리면 신발을 신을 수 없고

팔과 다리에 물리면 그 부위 주변이

심하게 부풀어 올라 몸이 비대칭을 이룬다.


한 번은 어린이집에 다녀왔는데 옆구리가 너무 심하게 부풀어 올라 벌에 쏘인 줄 알고 병원을 달려갔다.

알고 보니 모기였다.


그러다 수포가 올라오면 화상을 입은 모양처럼 극심한 통증과 진물이 흘러내리고 농가진이 와서 온몸에 번져 보름 넘게 피부과 치료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흔적은 아직도 아이의 몸에 거뭇하게 남아있다.

봉와직염까지 갈 수 있다며 조심하란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께 듣고는

난...


이제 모기는 공포 그 자체이다.


검색을 했더니 이와 같은 증상을 '스키터 증후군'이라고 한다.

모기 물린 부위가 심하게 가렵거나 부었다면 스키터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모기의 침 때문에 발생하는 국소 피부염증반응을 스키터 증후군은 모기 알레르기라고도 말한다. 면역체계가 성숙되지 않은 어린이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급격한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된 성인에서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생한다.
출처: 메티칼 트리뷴. 박완종 원장. 2020.07.23

스키터 증후군인지 알려면 ▲부기 ▲지속기간 ▲물집 발생 여부 등을 비교해보면 된다. 일반적인 경우 살짝 붓고, 가려움도 1~2일이면 가라앉는다.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스키터 증후군이라면 손등에 물렸을 때 손 전체가 새빨개지거나, 발목에 물렸을 때 부종이 있는 사람처럼 다리가 붓는 등 눈에 띌 정도로 심하게 붓는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10일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성인보다 면역체계가 미숙한 어린이에게 더 빈번히 나타난다.
출처: 헬스조선. 20201.08.04
출처: 메티칼 트리뷴. 2020.07.23' 클립아트 코리아' 재인용


아이는 모기가 물리면 너무 간지러우니 매일 긁고 싶고,

긁게 되면 세균 감염이 일어나 더 심해지게 되니 엄마는 말리고,

만지지 말라는 부탁과 잔소리가 왔다 갔다 사정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고 아주 그냥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나름 6년 차 아이의 모기와 전쟁을 치른 노하우를 살짝 공개해 본다.


*먼저 모기가 물렸을 때 치료방법이다.


모기가 물리고 난 직후엔 스텐 숟가락을 따뜻한 물에 담가 모기 물린 부위에 30초 정도 갖다 댄다.

(단, 이때 스푼이 뜨거운지 꼭 내 피부에 먼저 테스트)

모기는 40도-50도 열을 가하면 모기의 침 성분이 변성된다고 한다.

(산에 아이와 등산 다녀온 후 10방 정도 물렸길래 이 처치를 했더니 반은 좋아지고 반은 그대로였다.ㅡ반이 어디야 )


Jtbc. 비정상회담. 홍헤걸 여에스더 편


그리고 숟가락 처치 후 바이티드**이라는 주사기 같은 도구가 있다. 모기 물린 곳의 침을 주사기 원리로 (공기압력) 모기 물린 곳에 두어 번 당겼다 놓는다.(이것은 제대로 하면 모기 물린 곳 중앙에 침 구멍이 뻥 뚫린다. 약간 부황 뜨는 원리인 것 같다. 이것도 반은 되고 반은 그대로였다. ㅡ그래도 만족)

출처:   바이티드버그

그 후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른다. (정말 발라주기 싫다. 아이에게 스테로이드ㅠ.ㅠ) 독한 약을 발라주기 싫어 어릴 때 천연성분의 자운고 밤을 발라주곤 했는데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아 부위가 커지기 전에 막으려면 스테로이드가 직빵이긴 하다.


그리고 염증이 나면 반드시 항생제 연고를 바른다(병원 처방) 그리고 항생제 물약을 복용한다.

밤에는 어김없이 아이스 얼음찜질팩이 필요하다.

퉁퉁부은 모기 물린 환부는 아이에겐 고통의 연속이다.

아침이 되면 스테로이드를 한 번 더 바르고 간지러움 방지 모기 패치를 붙이고 하루를 보낸다.



*이젠 내가 모기를 퇴치하는 방법이다.


하루 4개씩 여름 두 달치의 스티커로 된 모기 패치는 반드시 구매한다.

모기가 싫어하는 시트로넬라 성분이 있는 모기 패치를 양팔 소매와 바지 끝에 붙인다.

그리고 각종 회사별로 모기퇴치 스프레이를 산다.

다양한 용도 퇴치제 산다.

(모기퇴치 스프레이, 팔찌, 목걸이,  피부에 바르는 밤 스타일도 있다.)


그리고 집안 곳곳에는 모스 큐브와 게피나무를 걸어 놓는다.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향도 좋다.

출처; 아이디어스 모스 큐브


우리 집은 여름 내내 시트로넬라 향기에 취해 산다. 저층에 살아 모기가 행여나 들어올세라 문도 잘 안 열고 매일 스탠드 LED 모기채를 세워 놓고 촉각을 곤두 세우며 여름을 보낸다.

(아! 물론 심한 날은 모기장도 치고, 전기로 끼우는 홈매트도 켠다)

출처; 쿠팡 스탠드 모기채





그렇게 여름을 겨우 보냈다.


올여름 처음으로 모기에 물려도 약만 바르고 항생제 약을 먹지 않고 보냈다.

아이가 6살 되니  이제 좀 괜찮아졌나 보다.


내 할 일 다 했다며 2달째 문고리에 달랑거리던 향이 다 빠진 모스 큐브도 치우고,

게피통도 버리고, 모기퇴치 패치도 어느 날부터인가 소홀히 하였더니

방심하던 순간 앗차! 가을 모기가 더 무섭다는 것을 깜빡했다.



한 방만 물린 줄 알았더니 내복 밖 노출된 팔 3곳, 다리 3곳, 볼 1곳, 그 순식간에 7방이나 물렸다.


모기를 잡고 약을 발라주고 한참을 지켜봤다.


'엄마가 방심해서 미안해. 아들'


 아직 좀 더 긴장해야겠다.

스탠드 모기채를 고 엄마는 또다시 보초를 선다.


이... 죽.. 일.... 노..... 무....... 모... 기....






아래 글은 모기 많이 물리던 여름 어느 날 둘째와 나눈 이야기이다.



"엄마 모기는 왜 있을까?ㅠ.ㅠ

하나님은 모기를 왜 만드셨을까?"


"그래 엄마도 모기 너무너무 싫은데, 하지만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이 세상에 필요 없이 태어난 건 하나도 없단다.

분명 모기도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


"모기는 우리처럼 밥 먹은 거지  그렇지?

우리 피 안 빨아먹으면 모기  못 먹어 굶어 죽잖아,

모기도 밥 먹는다고 우리 피 쭉쭉 빨아먹었을 텐데..."


"그렇네? 모기도 밥 먹어야지 그렇지?

그런데 엄마는 우리 아들 피 말고 차라리 엄마 피를 먹지. 우리 아들 아프게 너무 속상하다ㅜㅜ!"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안돼!

엄마도 아프잖아 동물한테 가서 물라고 할까? 

아니다! 동물도 괴롭지ㅜㅜ

커튼이나 돌멩이를 빨아먹지.. 모기는..

아! 그것들은 피가 없네?

음.... 모기도 어쩔 수 없네 

이제 모기 조금만 미워해야겠다....ㅠ.ㅠ



너를 괴롭히는 모기까지도 이해하는 우리 둘째!

너의 맘이 엄마보다 더 넓구나~!^^



출처: 명품 꼬마 자연관찰. 한국 차일드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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