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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Nov 15. 2021

조퇴한 아들에게 죽과 라면을 끓여줬다.

1학년 아들의 3번째 조퇴


"띠리리리리~~~~!!!"   

폰이 울린다.

액정을 보니


.

.

<1호 담임 선생님>

.

.


지금 시간은 수업이 한창 중인 11시 30분



일과 중 담임선생님의 연락은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한다.

.

.

아이가 배가 아파서 조퇴를 한다고 한다.


"네~~~!  선생님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바람의 속도로 학교를 달려갔다.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아이가 총총총 학교 현관을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흠... 아픈 게 맞..는...지?'


어느 순간 나를 발견했나 보다.

걸음이 느려진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고 배를 살포시 잡는다.



"아들!!! 어때? 괜찮아? 많이 아픈 거야? 지금 당장 병원 가자!(조금 오버하며 )


그러자 아들 왈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괜히 헛수고하지 말고 일단 좀 있어볼게.

내일까지 아픔 그때 병원 가자."

.

.

(아들과 집으로 손잡고 걸어오며, 아무리 봐도 심각해 보이지는 않다.)


"최대한 견뎌보고 참은 거 맞지?"


"응! 엄마 내가 그동안 학교에서 아파도 참고 견딘 적이 얼마나 많았는데?

한 10번은 되었을걸?

그런데 고작 조퇴는 지난번 한번 그리고 이번 한번 두 번 뿐이잖아?"


"어머! 그렇게나 많이 아팠어? 어디가 아팠는데?"



"배도 조금 아플 때도 있었고 친구랑 다퉈서 맘이 아플 때도 있었어!

하지만 견딜 수 있어서 참았어.

하지만 지금은 정말 진심으로 배가 아파!!!"






지난번에도 조퇴를 하고 온 적이 있었다.

친한 친구 세명이 조퇴를 하고 먼저 집으로 갔다고 했다.

뭔가 의심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네 번째 아이의 조퇴를 허락해 준 선생님도 계신데, 내가 뭐라 할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러려니 하고 아들의 아픔을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한번 더 급식 직전에 아프다고 친구랑 조퇴를 하였는데(이것은 생활기록부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때 밥을 못 먹은 친구와 아들을 데리고 햄버거를 사줬더니 엄청나게 잘 먹었다.

(이런!! 밥은 먹고 나오지 급식 직전에 조퇴를 하다니,,, 오늘 메뉴가 별로였나???  별 생각을 다 했다)


두 번째 조퇴 날 아들에게 이야길 했다.

조금 아픈 걸로 조퇴를 하게 되면 나중에 네가 진짜 아플 때 너의 마음을 진심으로 느껴주지 않을 수 있다고(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해가며) 그리고 생활기록부에 너의 조퇴가 다 기록된다는 말과 함께

아! 물론 지금 너의 아픔엔 이해를 한다는 진심 어린 위로와 함께!





여하튼...

오늘의 요지는 자긴 견딜 만큼 견뎠다고 했다.

한 시간 전에 아파서 보건실을 다녀왔는데 수업을 한 시간 더 했으니 견딘 것도 같다.


집에 오니

"엄마! 죽을 좀 끓여줘!" 

라고 이야길 한다.


죽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죽을 끓여 달라니,,,,

정말 병원을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  당장 죽을 끓였다.


오랜만에 냄비 죽을 끓이니 뭔가 어설프다.


30분을 끓인 흰 죽

 

참기름과 간장을 넣고 김가루를 뿌려 준 흰 죽을 아들은 한 그릇 뚝딱! 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조퇴에 죽까지 끓여주고 나니 허기가 몰려왔다.


'이런 아침도 못 먹고 점심도 아직이구나!'


간단히 먹을 겸 라면 하나를 끓였다.


신기하게 냄새를 맡고 침대에 누워있던 아들이 달려 나왔다.


"엄마 라면 먹어? 나도 나도~!"


"안돼, 배 아파 조퇴한 아들에게 라면 주는 엄마가 어디 있니? 그리고 너 방금 전에 밥 먹었잖아"


"내가 언제 밥을 먹어? 죽? 그거 간식 아냐?

나도 라면 한 입만 줘~ 나도!  이제 좀 괜찮은 것 같아!"


"흠..... 배 아파 조퇴한 아들에게 엄마가 라면을 줘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세가지만 대봐! 

그 이유가 합당하면 그럼 줄게!"

(뭐가 필요하거나 갖고 싶거나 하고 싶으게있으면 엄마를 '설득'시켜야 할때가 종종있다.)


"첫째, 아까는 진짜 아팠지만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

둘째, 난 라면이 지금 너무 너무 먹고 싶으닌까!

셋째, 내가 좋아하는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야 한다면, 먹고 싶은 나를 놀리는 것만 같아. 그래서 나도 먹어야겠어"



내 라면인건가? 니 라면인건가?


결국 나는 1호에게 라면을 한 그릇을 떠줬고 남은 라면을 앞에 두고 남편에게 1호의 아리쏭?한 조퇴 이야기와 근황 사진을 찍어  간단히 전송하고 라면 한 젓가락을 후후 불며 나도 한입 넣으려는 순간!


"엄마, 면 조금 더 없어?"


'짜식, 엄만 한 젓가락도 안 했는데 벌써 다 먹은 거야?'

그리고 한 젓가락을 더 줬더니


"우와~! 있었네?  헤헤 감사합니다. 행벅(행복)~~ 행벅(행복)~! "

하며 애교를 부린다.


라면 흡입 중입니다. 책읽으며 라면 흡입!

엄마의 잔소리에 독서대를 들고 나와 다시 라면 먹으며 독서 중ㅡ


'짜식~! 뭘 보면서 먹으면 뇌가 밥 먹는지 책 보는지 헛갈린다고 해도 참,  그러니 네가 죽 먹은 걸 뇌가 헛갈렸나 보구나!'


아들, 오늘 괜찮은 걸로~!

하지만 꾀병은 아닌 걸로~!

분명히 아까까지는 아팠던 걸로~!



선생님과 통화 중에


"어머니! 1호가 너무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잘 지내요.

(늘 모범생이라고 하시면서 칭찬만 해주시는데 감사하지만 솔직히 엄마인 나는 믿을 수 없긴 하다)

그런데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혹시.... 심리적인 부분은 아닌지 살펴봐 주시겠어요?

1호의 마음을 다독여 주세요. 어머니~!"


라고 말씀하셨는데.....


1호의 담임 선생님께서는 혹시...

꾀병(심리적)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계신 걸까?

알고도 모른 체해주신 걸까?


정말 바다와 같이 맘이 넓으신 1호의 담임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그나저나 아들은 죽도 먹고 라면도 먹고

난 한 젓가락 먹으니 이미 니가 다 먹었구나!;;;

밥이라도 한 그릇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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