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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Nov 19. 2021

내 남자의 러브레터



잠자기 전 큰 아들 1호가 나에게 당부한다.

 


 "엄마 이거 절대 치우지 마~~~~"




아들의 편지.     

2021.11.'반짝반짝 빛나는 1호'


번역이 필요한 글-  옮긴이:엄마


아빠~!

내가 만든 몰랑이 케릭터야

외산냐면(왜샀냐면) 그거 코로나(검사)하면

(넣는)(거) 아무튼 그걸하면 사 준다고 했어

근데 엄~~ 청 어려웠다(몰랑이 캐릭터 만드는 게)

코에 그거(코로나 막대) 넣을 때는 아프지 않고 간지로왔다.(간지러웠다)



아빠 퇴근 후 답장.


우와~~ 블럭 진짜 잘 만들었다~ 너무 멋져
그리고 코로나 검사 진짜 용감하게 잘했어
아빠가 다 기분이 좋네 멋져 사랑해.




둘은 평일엔 해와 달처럼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관계이다.


내 남편은 아들이 잠잘 때 출근하고 잠들면 퇴근하는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이다.



한글을 쓰면서부터 종종 잠들기 전 아빠에게 저렇게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적어 러브레터를 남긴다.


그러고 아침이 되면 식탁으로 달려와 아빠의 답장을 읽으며 엄청나게 행복해 한다.



월~금 자기 수발(빨래, 청소, 밥, 챙기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드는 사람은 나인데, 주말 공휴일에나 볼 수 있는 삼촌 같은 아빠가 왜 여전히 제일 사랑하는 사람 부동의 1등인지, 나는 살짝 억울하기도 하고 서운한 감이 있다.


내가 아무리 엄마의 노고를 어필해도 여하튼 이유 불문 우리 집 1호에겐 양보다 질인 아빠가 최고다.



지난달 주고받은 편지.


아들의 편지.


아빠 재규에 접었어 어때? 멋지지?

아빠 많이 힘들었갰다.

내일 토요일이야 옆에 있는 종이로 답장써죠

아빠 혹시나 늣게 일어날까봐  ->



아빠의 답장.


와~ 재규어 진짜 멋지다. 딱 아빠가 좋아하는 스타일 인걸?

종이접기 실력, 끈기, 이런 부분은 아빠가 1호에게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아.

멋진 작품을 볼 수 있게 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아빠 아들이어서 고맙고, 사랑해.

- 1호를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빠가-



엄마는 토요일 아침 일찍 깨워도 되지만,

아빠는 토요일 늦잠을 주무시라고 아이들은 아빠를 깨우지 않는다.


아빠의 늦잠을 배려하며 글을 쓴 아들,

몇 시간 걸려 만든 자기의 멋진 결과물을 아빠한테 제일 먼저 자랑하고 싶은 우리 집 1호다.




 

예전에 웬일로 8시 전 남편이 퇴근을 한다고 전화가 왔다.

30분 안에 오겠지 싶어서 밥을 준비하고 아이들도 아빠 얼굴 보고 잔다고 신나서 잠자리들 시간도 놓치고 아빠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9시가 넘어도 오지 않고 끓이고 끓이던 국물이 졸고, 밥도 다시 데워야 하는 시간이 되자 나는 드디어 폭발했다.


전화를 걸고 또 걸어도 받지 않아 열 받은 상태에서 남편을 맞이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다다다 쏘아붙였다.

(나오려는 순간 팀장님께 붙잡혀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했다고 했다)


화난 나의 모습을 보더니 우리 집 1호는 이렇게 말한다.


" 엄마! 지금 엄마가 너무나 화난 건 알겠어!

그런데 아빠도 이유가 있었다는데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아빠 밤늦게까지 일하고 너무 불쌍하잖아... 엄마!..ㅠ.ㅠ" 

라며 자기도 아빠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쳤으면서 아빠한테  왜이리 늦었냐고 짜증 한 번 낼 법도한데, 오히려 화난 나를 설득시키는 든든한 아빠 지원군 우리 집 1호이다.




2021.03.'반짝반짝 빛나는 1호'



1학기 때 있었던 시 쓰기 대회에 쓴 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난감은?

----이라는 제목을 쓰고 싶다고 했다.

(우리 집 1호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난감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들의 창작 세계를 내가 감히 수정했다..ㅠ.ㅠ

(왠지 아빠를 너무 우습게? 보는 아들로 비칠까 봐)


그래서인지

보기 좋게 탈락을 했다.

(내용은 아들이 말한 내용 그대로 내가 타이핑 쳐준 건데 나는 좋았는데 ㅎ ㅎ 고슴도치 엄마라 그런가 보다.)


그 뒤로 예스 24  독후 감상문 대회에 자기가 5번이나 읽은 최애 책을 감상문으로 썼는데 그것도 탈락!

이젠 글을 안 쓴다...ㅠ.ㅠ (쓰기 싫다며 동기부여를 잃었다... 흑흑)



짜식,,, 단 두 번 만에 글쓰고 타면 그럼 네가 천재이게??

글은 꾸준히 쓰는 거야 봐라, 엄마처럼...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브런치 작가 된 지 62일째야!!!!!!!!!

(헙...이야기가 삼천포로 새긴 했지만, 브런치에 결산 리포트가 왔더라구요!

제가 62일이나 글을 썼더군요.

결국엔 내 자랑으로 마무리! 아하하!^^)



당신은 참 좋겠어요.

우리 집 아들이 당신 아이들이라서

너희들은 참 좋겠다.

내 남편이 너희들 아빠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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