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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Nov 30. 2021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네.  제가 곧 마흔입니다만;;



이제 한 달 후면 나는 마흔이 된다.


우리 집 6살 2호에게 "엄마 곧 마흔이야!"라고 이야길 했더니 그게 뭐냐고 묻는다.


엄마 나이가 39살인데 이제 곧 40살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아들은 "우~와! 엄마 나이 많다!" 하더니

"엄마, 40살이 되면 키가 커져?

아님 할머니가 되는 거야?"

라고 묻는다.


(아들아ㅜㅜ흑흑. 할머니 되면 키는 줄어든단다~)


매년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먹었는 한 살 더 먹는다고

처음으로 자랑? 하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어 

2호의 질문에는 이런 생각이 섞여있는 듯했다.

("엄마!!  40살이 되면 무슨 특별한 일이 생겨?")


하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나이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본 적이 별로 없긴 했다.


아이들이 6살이 되고 7살 형아가 되고

8살 초등학생이 되고,

아이들의 새해를 기다리고 설레어했지만 

특별히 새해에 대해 이야길 해본 적이 없던지라


아직 12월도 안되었는데 엄마가 곧 마흔 살이 된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니

아이가 저렇게 물어볼 법도 했다.





31살에 결혼을 해서 39살이 된 지금까지 어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주변 아이들 친구 엄마나 이웃을 사귀어 통성명을 할 때마다 나이가 순간 헛갈려 

"83년생이에요." 

라고 대답하곤 했다.


20살 때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대학 1학년, 2학년, 졸업반, 이렇게 나이가 저절로 학년별로 새겨졌고,

직장에 취업을 해서는 취업 1년 차, 2년 차로 자동으로 나이가 각인되었다.


하지만 31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의 첫돌, 18개월, 24개월, 36개월...

아이의 나이가 나이가 되고,

아이의 이름이 내 이름이 되다 보니 

 이름이나 나이를 이야기할 경우가 별로 없긴 했다.



기억력이 순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문득 기억 장애인지 조기 치매인지, 

지인에게  걱정된다고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으로 인해 기억하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자꾸 머리에 넣다 보니 뇌 용량이 과부하가 되어 더 이상 들어갈  없는 필요 없는 정보들은 머리 밖으로 나와버려 삭제 시킨다고 했다.


(나름 위안이 되었던 위로였다. 샤워를 하는데 바디워시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바디워시 거품을 두 번 칠한 날 동네 언니에게 받은 위로였다.)




20살이 될 때도

30살이 될 때도

앞자리가 바뀐다는 나이 듦으로 인해

매년 맞이했던 1월 1일 새해보다는

조금 더  비장하게

헉;;!

정도 감탄사를  짧고 굵게 마무리하고

지났긴 지만

(작심삼일이  작심 칠일쯤 되는 각오 정도?)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게 나의 마흔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갑자기 키가 크는 것도

할머니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지나간 30대가 그리운 건지

아님 40대가 기다려지는 것인지 모를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나의 마흔을 기다려본다.





ㅡ'마흔...... 괜찮아' 책은

미혼의 마흔 싱글이 가볍게 보기 좋은 책이다.

미혼 여성마흔을 맞이 하는 에세이적 요소가  다분한 책이라..  지금의 나의 상황에서는 좀 맞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마흔이 되었다.'책은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제임스 홀리스' 저자의 책이다.  

이 책은 아주 추천한다.

전혀 가볍지 않고 무겁지 않고  마흔을  적당히 비장? 하게 맞이하는 내가 읽기에  너무나 좋은 책이다.


제임스 홀리스는 미국 정신분석가이자 교수이며 주로 중년의 심리책을 많이 집필하신 분이다.

이번을 계기로 다른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내 삶과 역할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물어야 하는 시기.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흘러온 중년의 나이 40대를 저자'중간 항로'라고 표현한다.


내가 누군지도모른채 마흔이 되었다. 중에서..


거짓된 자아를 벗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시기.

진짜 자신을 만나는 2차 성인기로 넘어가는 시기인 .


이때 오는 중년의 결혼 위기, 바람기, 직업과 소명,

나의 페르소냐(가면) 내가 직면해야 할 콤플렉스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 


뭐 결국  '내면의 나를 보자'라는 이런  느낌이긴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심리학 책이다.

문학적 사례를 들어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중간 항로에 나 자신을 잃고 진정 내면의 나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의식적으로 내면의 목소리가 지닌 힘을 따르는 사람만이 인격을완성한다"ㅡ카를 융ㅡ






정말  한 달 하고 하루 후면

새해가 또 밝아온다.


늘 똑같은 해는 늘 거기 그 자리 있었겠지만

나도 남편도 아이들도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 없이 맞이했던 내  나이,


아니다!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때 늦은 남편의 퇴근으로 혼자 아이들을 보며 너무 힘들 땐,

'제발.. 늙어라 늙어

내 나이 마흔이 되고 쉰이 어서 돼도 좋으니

아이들아, 제발 크거라'

라며 나의 젊음을 쉽게 세월에 팔아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



공자님은 40을 세상의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나이라 불혹이라 하였지만,

그건 공자님 말씀이시고 아직은 저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미혹의 나이입니다.


그리고 사실,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40이 된 기념으로 꿈을 꾸며

제2의 나의 직업을 찾아보려 합니다.


결코 늦진 않은 시기가

마흔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나는 점점 자라나

이 세상의 것들 위로 벗어난

궤도 안에서 살아간다.

아아 나는 마지막을 이뤄낼 수 없겠지만,

시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신의 주위를 돈다.

고대의 탑 주위를,

이미 천 년 동안을 그렇게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내가 매인지,

폭풍인지,

아니면 위대한 노래인지 알지 못한다.

ㅡ라이너 마리아 릴케ㅡ



메인 사진.윗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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