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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Nov 11. 2021

아빠와 홍시



아빠는 퇴직 후 당신의 고향에 집을 지어 농사를 짓고 계신다.


감자, 고구마, 마늘, 가지, 상추, 깻잎....

처음, 아빠의 수확물을 받았을 땐 깜짝 놀랐다.

(이거 과연 먹을 수 있는 게 맞나?)


가을이면 아빠의 밭에 대봉감 홍시가 열린다.

감을 좋아하지도 않고 썩 즐기지도 않는데 게다가 기다림이 필요한 홍시라니!


엄마는 매년 가을 작은 딸네 먹으라고 택배로 감 한 박스를 부쳐주신다.


그때마다 나는 제일 예쁜 감들은 고르고 골라 주변 어르신이나 이웃분께 나눠주고 색깔도 안 예쁘고 모양도 안 예쁜 감들은 베란다에 둔다.


방치한(?) 대봉감은 맛있게 익은 시기를 넘겨버려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때가 더 많았다.(엄마 아빠 아시면 다시는 안 보내 주시겠지만,)


어느 해부터 아빠의 수고에 대한 죄책감에 하나둘 감이 익으면 먹을 마음보다는 냉동실에 감을 쟁여놓았다.


냉동실 열 때마다 제때 먹지 못한 애꿎은 감만 째려보다가... 


몇 해 후 또다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아빠를 닮은 작은딸이 오해와 상처로 아빠와 2년간 연락 두절을 했을때도..

엄마는 늘 그렇게 감을 보내 주셨다.


돈도 안 되는 농사는 왜 저리 지으시는지, 우리 가족이 살지도 않은 곳에 집은 왜 지으셨는지 늘 불평만 가득한 내게  '아빠의 감은.... 뭘까?'


베란다와 냉동실에 쟁여 놓은 감을 버리지도 못하고 째려보다 원망하다 아빠에 대한 미움과 아픔이 뒤엉켜 보기 싫을 때면 익다익다 상해 버린 감들을 그렇게 하나둘씩 마음을 청소하듯 버렸다. 


베란다 한편에 두었던 대봉감 홍시를 남편과 아이들에게 챙겨 주지도 않고... 

언제 사라진지도 모르게.. 

(아마 우리 가족은 내가 다 먹은 줄로만 알겠지)






올해도 그러하듯 지난주 또 감을 받았다.


이번 감들 또한 예쁘고 빛깔이 좋은 것은 이웃에게 나눠주고 못생긴 것들만 베란다 한편에 놓는다.


문득 올해는 못생긴 감들도 제법 예뻐 보인다. 


'이제 아빠 농사지어 판매하셔도 되겠는걸요?'라고 감 잘 받았다는 전화를 하면서 우스갯소리라도 해보려고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정작 아빠와의 통화는 단  '23초' 

"잘 받았어요.!" "네!" 네~!"로 끝이나 버렸다.



잘 익은 감 한 개를 들고 껍질을 벗겼다.

모양만 예뻐졌나 했더니 맛도 참 달고 좋다.

작년까지는 분명 떫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맛있게 익은 감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맛있는 감을 먹여보리라.'


감이 익는다. 

나도 익는다. 

나의 시간과 아빠의 시간도 함께 익는다.



우린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노사연의 '바램'중에서)

*오늘 문득 수업 갔는데 교수님께서 틀어주신 노래, 아주 예전에 스치듯 들었던 노래인데 오늘 가슴이 울컥했네요..! 깜놀..전 원래 아이돌 좋아하는데;;^^)





           -바램-         노사연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몸을 아프게 하고
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때문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
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 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큰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한 마디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 준다면
나는 사막을 걷는 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노사연의 '바램' 아래 링크 공유~!

https://youtu.be/bKxKsX-0F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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