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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Feb 03. 2022

아빠 할아버지 돼서 돈 못 벌면, 그땐 어떻게 살아?

라고 이야기하는 아들에게서 배운 삶-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우리가 결혼할 즈음

이른 결혼도 아니었건만,

남편은 직장생활 2년 차 나는 5년 차였다.

경제관념도 둘 다 빵점이라..

부끄럽고 죄송스럽게도

남편은 시댁 도움을

나는 친정 도움을 조금씩 받고 시작한 결혼생활이었다.





최근,

시댁에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 생겼다.

마침 우리에게 약간의 목돈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우리 형편을 뻔히 아는 가족분들이라

여윳돈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하셨을 테니...

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해야 하나?'


혼자만의 고민과 갈등을 하던 어느 날,

아이와 이야기를 하던 중

"엄마 나이 많아 할머니 되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운전해서 엄마 아빠

재미있는 곳도 많이 데려가 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게요~!"

라는 말을했다.


그러자 내가 한술 더 떠

"어머! 엄마 아빠 늙으면 우리 1호가 돈 벌어서 책임져 주는 거야?"라고 묻자

아들은 망설임 없이


"응! 당연하지!"

라고 대답했다.


속으로 나는

'나중에 자기 아내 될 사람이 어지간히 좋아하겠다'

라고 생각하며


"아니 아니 괜찮아, 엄마 아빠 먹고사는 것은 알아서 할 테니.

우리 1호는 커서 잘 살아주면 그걸로 충분해!"

라고 대답하자 아들은 안도의 눈빛이 아니라,

이상하고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어본다.


''아빠 나이 많아 할아버지 되면, 회사도 안 다녀서  못 벌 텐데 내가 엄마 아빠한테 돈 안 주면, 그럼 엄마 아빠는 어떻게 살아?''

라고 진지하게 물어본다.


지금껏 자기를 보살펴 주고 먹고 살게 해주는 엄마 아빠가 늙으면 자기가 돌봐야 하는 건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재차 묻는 아이의 말에  한 동안 멍하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그 돈, 어머님께 드려요."

지금 그 돈이 필요한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어머님이신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순간 멈칫하더니

"아!.... 네... 알았어요. "라고 대답했다.


남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지,

아니면 부모님께 드리고 싶었지만 차마 내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민의 결론과 남편 결론은 같았다.

물론 우리 집 1호 생각까지도...





자식은 부모님께 받는 것은 늘 익숙하다.

그래서 우린 자녀를 키울 때 주는 것에 익숙하다.

우린 그걸 '내리사랑'이라 하지 않나,


하지만, 결혼한 부부가

부모님께 드리는 것엔

부부간 상의해야 하고 갈등을 겪기도 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나는 그럴 마음이 없는데,

남편 입에서 먼저 그런 제안을 듣게 되었다면

나 또한 정말 당혹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고 단순한 이치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듣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결혼과 동시에 네 분의 부모님이 되었고,

남편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도리이다.

하지만 우린 늘 그럴 때마다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참 죄송할 뿐이다.


부모는 참 그렇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려주고
자신의 꿈을 덜어 자식의 꿈을 불려주고
밖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돈을 벌어다 주고
그렇게 늘 줬는데도 자식이 커서
뭔가 해드리려 하면 매번 "미안하다" 고 말한다.
단지 받는게 미안해서가 아닐 것이다.
더 주고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고 입을 여는게 아닐까.

ㅡ언어의 온도. 이기주ㅡ


우리 가족은 새해 다짐으로 허리띠를 다시 한번 더 졸라 매기로 다.


그 돈으로 며칠간 내가 하고 싶어 했던 일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던 순간떠올랐다.


딱히 어디에 소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읽은 경제서에 마르고 닳도록 말하는 '시드머니' '종잣돈' 이 드디어 생겼으니 '어디에 투자를 해볼까?'

싶어 설렘 가득 이것저것 재테크 책을 콧바람 불며 읽었는데...ㅎㅎ


아들 덕분에 그 설렘이

'한겨울밤의 꿈'으로 빨리 끝난 것이 조금 허탈하긴 했지만

어떤 투자를 한 것보다 참 기분이 좋다.


마치,

복리가 엄청

하늘 은행에

큰 적금을 든 기분이랄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부모와 자녀 관계에 관한 그림 동화책.

2호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 너무 눈물이 나서

''엄마 화장실이 급해서 잠시만....''

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울었던 책이라 이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나네요.


아이를 둔 부모님이 혹 이 글을 보신다면 꼭!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같아요.

*읽다가 눈물이 나올 수 있음을 주의하세요.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세상을 누비며 훨훨 날아다니렴
그러다 힘들면 언제든 엄마에게 찾아오렴
다시 날아오를 힘이 생길 때까지
엄마가 꼭 안아줄게.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윤여림, 안녕달. 위즈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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