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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소중담
Feb 04. 2024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축복입니다.
섬마을 이야기 3
28살 젊은 나이에 나는 작은 섬으로 들어갔다.
조그만 배 하나에 살림을 모두 싣고 섬으로 들어가던 날, 내 가슴에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대도시에 살면서 문명의 풍요로움과 젊음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갈 때,
나는 10여 가구 남짓 되는 작은 섬에 들어와, 거의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았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발전기를 돌리며 살던 곳.
수도 시설은 생각도 할 수 없고, 가게조차 없어 생필품도 구할 수 없는 곳.
그래도 TV는 볼 수 있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5년의 시간을 보냈다.
가까운 친족들이 모여 사는 이곳은, 바지락 양식장이 생기면서부터 삶이 부유해지기 시작했다.
고기를 잡고 김 양식으로 살던 사람들에게, 바지락은 고달픈 삶에 활기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갑자기 많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생산한 바지락을 출하시키기 위해 선창에 모여 무게를 재는데, 서로 먼저 하려고 다투고, 행여 바지락 자루가 섞이게 되는 날에는, 많은 것이 자기 것이라고 하면서 싸우기 일쑤였다.
젊은 아낙이 연로하신 어른께 쌍욕을 하면서 싸우는 것도 예사였다.
연세가 많아 몸을 움직이기 힘든 노인분도, 젊은 사람처럼 많은 양을 캐기 위해 악착같이 일한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고이 모아 놓았다가, 육지에서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다 보내준다.
그렇게 애지중지 기르는 자식들은 육지에서 변변치
못하
게 살다가, 늙고 병든 부모에게 찾아와서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받아간다.
같은 친족끼리 근친혼을 하다 보니 유전병도 많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 하나가 어린 동생이 있었는데, 둘 다 혈우병이라는 유전병을 앓고 있었다.
혈액응고인자가 부족하여 한번 피가 나면 멈추지 않는 병.
이 병은 상처가 생길 때 피가 멈추지 않기도 하지만, 외상이 없이 어디에 부딪히기만 해도 내출혈이 일어난다.
동생은 형보다 더 심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출혈이 일어나고, 병이 오래되어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에 찾아갈 때면, 늘 얼음찜질을 하고 있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도 정부에서 희귀병 환자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 몇 달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약을 타러 서울에 가곤 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해 비대해진 몸, 휠체어에 앉히기도 버거울 만큼 커다란 몸을 조그만 경차에 태워 서울까지 가는 동안, 그 아이는 많은 땀을 흘렸다.
섬을 떠나 육지에 나와 있던 어느 날, 나에게 연락이 왔다.
동생이 커다란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그러나 혈우병이 있는 사람에게 수술은 목숨이 걸려있는 위험한 일이다.
수술할 때 일어나는 출혈이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각오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기에 수술을 결정한 것이겠지.
많은 애정을 주었던 아이였기에 가슴이 아팠다.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던 나에게 전해온 소식은 수술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
서른을 갓 넘긴 그 아이는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다
.
나는 살면서 어려울 때마다 그 아이를 생각한다.
나면서부터 고칠 수 없는 병을 안고 태어난 아이.
고립된 곳,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부모 밑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어찌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불쌍한 아이.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왔을 아이.
누구를 탓해야 하나?
세상엔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기만 할 뿐 부끄럽기만 하다.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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