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담 Jan 31. 2024

어머 손님, 얼굴이 노라세요!

미용실에 간 날

"어머 손님, 얼굴이 노라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네??"


그제야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미용사분의 한 마디에 깜짝 놀랐다.

나는 머리를 그리 자주 손질하는 편이 아니어서 두 달에 한 번 정도 가는데, 미용사분께서 오랜만에 찾은 나에게 걱정이 되신 듯 한 마디 건네신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생활할 때, 늘 들었던 말이 바로 그 소리였다.

'얼굴이 노라세요. 어디 아프세요?'

젊다 보니 늦게까지 이것저것 하다가 잠들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던 것이다.

기껏해야 자는 시간이 4시간에 불과했다.

아니다. 새벽일이 끝나면 두 시간 정도 더 잤으니 6시간이다.

그렇지만 잠이란 게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고, 토막 난 잠의 질이 그리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잠이 모자라 힘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늦게까지 뭔가를 했으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나도 되는 생활.

나는 그렇게 살았던 날들이 비록 어려운 시기였다 할지라도,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선물 같은 삶이기도 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감사하게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함께 새벽 독서하는 분들 중에 워킹맘들이 계신다.

일어나는 시간이 최소 4시 30분, 어떤 분은 3시 30분에 일어나기도 하신다.

그런데 그분들의 취침 시간을 대충 재어 보니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인 것 같다.

그분들은 날마다 4~5시간을 주무시는 것이다.

그렇다고 휴일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는 것 같지도 않다.

무슨 사람들이 매일 같이 그렇게 자면서 회사 일 하랴, 집안일하랴, 애들 돌보랴, 새벽 독서하랴, 루틴 하랴, 힘들지도 않나?

참 억척스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항상 그분들을 대단하다고 여기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출처 : pixabay

그런데 요즘 현대인들이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

브런치 작가분 중에서도 '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나' 생각될 정도로, 많은 일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그분의 글을 보면, 역시나 수면 시간이 4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투잡 기본에 쓰리 잡, 이제는 'n잡' 시대가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산다는 이야기일까?

말이 좋아 프리랜서, n잡러지, 하나만 해서는 도저히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라는 이야기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한스럽기만 하다.

몇몇 슈퍼 파워가 좌지우지하는 세상.

사람들은 그저 그 속에 매몰되어 살아가기 바쁘다.

아니, 뭔가 하고 있는데 나만 모르는 건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개미들이 뭉쳐봐야 공룡의 발바닥에 밟혀 오히려 더 많이 죽을 뿐이다.

그래서 그렇게 각자도생 하며 흩어져 사는 건가?

노랗게 뜬 내 얼굴을 보면서, 문득 현대를 사는 우리 이웃들의 고통과 슬픔이 느껴져 가슴이 아파온다.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북입니다.

⁕ 월, 목 - <문장의 힘!>

⁕ 화, 금 - <거장에게 듣는 지혜>

⁕ 수, 일 - <사소한 일상은 인생의 최종손익결산>


일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전 19화 인생에도 텐션이 필요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