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이야기 2
넉넉잡고 한 시간 정도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작은 섬이었다.
워낙 작은 섬이라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육지로 나오곤 했었다.
정기 여객선이 없어 마을 사람들이 조그만 배로 육지에 나갈 때 얻어 타곤 했는데,
그마저도 없을 때는 비싼 값을 주고 육지에 있는 배를 불러서 나가야만 했다.
그날 저녁까지는 꼭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날씨에 배를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혹시나 나오는 배가 없는지 안절부절,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펜션을 하시는 분이 육지에 나올 일이 있으니, 시간에 맞게 선창에서 기다리라고 하신다.
고맙고 기쁜 마음에 얼른 선창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막상 바다를 보니 파도가 정말 무시무시하다.
먹물을 깔아놓는 듯한 시커먼 암흑의 바다.
바라보기만 해도 바로 '죽음'이 연상된다.
그런데 이 펜션 주인장의 성품이 참 거칠다.
이렇게 파도가 치는 날씨에 작은 배를 몰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 분의 사람됨을 잘 말해주는 것이다.
파도가 치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거칠게 배를 모신다.
배는 파도를 넘나들면서 앞에서 뒤로 타야지, 만약 파도가 배 옆을 때리게 되면 배는 뒤집어지고 만다.
그래서 파도가 칠 때는 배 앞부분이 높이 들렸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나아가게 된다.
작은 모터로 전진하는 배의 뒷부분에 엔진이 달려있고, 그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된 운전석이 있다.
아저씨는 파도가 쳐도 가림막이 막아주니 괜찮지만, 나는 거칠게 튀어 오르는 바닷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바닥에 앉아 밧줄을 단단히 부여잡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바닥에서 스키를 타듯 요동을 친다.
배가 파도를 타고 높이 솟았다가 떨어질 때는 배가 부서질 듯 큰 소리가 나는데, 그만큼 충격은 엄청나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으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척추로 전해지게 되는데, 그러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척추가 내려앉게 된다.
마을에 그렇게 평생 불구로 사시는 분이 계신다.
그런 위험을 피하려면 반드시 쭈그리고 앉아야 한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조금 불편하게 행동하는 이 일이, 몸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인생의 안녕을 보장해 준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에도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반대로, 바다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어떤 파도가 칠지 모른다. 현대인들은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으며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을 완화시켜 줄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충만한 내면의 힘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세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밖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유일하게 내 것인 마음을 다스리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세차게 밀려오는 파도를 지혜롭게 넘나들며 안전하게 항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