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 일로 완전히 무너지는 일은 없다는 말입니다. 삶에는 고난과 역경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것으로 내 삶이 두 동강이 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갑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자객처럼 우리를 공격하고 그 공격에 내상을 입기도 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고통은 미약하다 해도 크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손에 가시가 박히면 그곳에 온통 신경이 쓰이는 이치입니다.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그것도 기대한 것과 반대로 일이 벌어지면 당황스러워합니다. 당황스러움을 넘어 마음이 아픕니다.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삶에 대한 회의가 생기고 부정적인 감정이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이 상태에서는 좋은 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1년 전 이맘때쯤 힘들었던 일이 생각납니까?”의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작년에 좋은 일만 있었습니까?”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람들은 힘들었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사무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년이 지나지 않아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대부분의 힘들었던 일들의 실체입니다. 마음을 무겁게 했던 고민의 실체는 사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마는 그런 일들이지만 당시에는 내 인생의 배에 큰 구멍을 낼 것 같습니다. 그 구멍으로 물이 들어와 바닷속으로 영원히 가라앉을 것 같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내 배에 들어온 물이 잔파도로 인해 순간적으로 튀어서 들어온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튀어서 들어온 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집니다. 그런 물은 자주 내 배로 들어오지만 내 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배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영향을 줄 뿐입니다. 우리의 감지 시스템이 과도하게 민감해 1만큼의 이상 현상에도 100 이상으로 반응하여 비상사이렌을 울립니다. 비상사이렌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민감한 비상사이렌은 손을 봐야 합니다.
고난 없는 인생이 없을 정도로 고난은 어찌 보면 상수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힘들어 주저앉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더욱 단단해집니다. 고난과 역경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워줍니다. 근육을 키우는 원리와 같습니다. 근육을 기르기 위해 무거운 것을 계속 들면 근육에 상처가 납니다. 근육에 상처가 나면 우리 몸은 이를 치료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근육이 커집니다. 역경과 고난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탄탄하게 합니다.
진짜 고난이 삶을 관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침몰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고난을 이긴 힘으로 많은 사람에게 빛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잘 겪지 않는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면 분노와 좌절에 빠집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갈기갈기 찢긴 마음을 표출하려 합니다. 마음이 제어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면 그 사람도 큰 상처를 입습니다. 극심한 고난과 역경을 내면에서 잘 승화시킨 사람은 그 에너지로 많은 사람을 살립니다.
학교폭력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님, 누군가(조직)을 위해 가족을 잃은 분, 나라를 위해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속에는 사그라들지 않는 앙금이 있습니다. 이 앙금이 붉게 남아 있다면 다른 사람을 해하게 됩니다. 앙금이 푸른색으로 변하면 다른 사람에게 힘과 의지가 됩니다. 푸른색은 시간이 지나면 빛이 되고 빛이 되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립니다. 커다란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에도 큰 빛이 됩니다.
삶에는 부정적인 결말로 남는 고난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고난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어느 정도의 고난은 자신의 성장을 위한 거름입니다.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있다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어떤 고난도 사람을 바닷속으로 영원히 가라앉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고난은 내 삶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까지도 빛나게 하는 에너지입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듭니까? 이는 성장한다는 신호입니다. 성장의 신호를 소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