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계, 돈이 다 좋은 사주는 없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불행한 사람은 다 안 좋고 행복한 사람은 다 좋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건강, 관계, 돈으로 나누어 생각했을 때 세 가지를 다 가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물리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습관과 운동, 쉼을 의식적으로 관리하여야 합니다. 욕구와 상반되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력해서 각종 수치를 낮추거나 근육량을 늘리는 것으로 만족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본능적인 욕구를 누르는 것도 힘들지만 노화과정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욕구는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채 우리 안에 잠재해 있습니다. 그러다 마음이 약해지면 틈새를 비집고 나옵니다. 분출하고 싶은 욕구와 누르려는 의지와의 싸움에 종전은 없습니다. 노력하는 과정만이 있을 뿐입니다.
완벽하게 건강하거나 깊은 병의 질곡에 빠진 사람보다는 대체적으로 건강하거나 또는 대체적으로 병약한 사람이 많습니다. 극단은 언제나 소수입니다. 소수를 지향하거나 피하려는 에너지의 양에 비해 성취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물리적인 노력의 대가로 물리적인 결과를 얻고자 할 때 만족의 기준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입니다. 누구보다 많기에 행복하다는 생각, 스스로의 기준이 높아 양이 안 찬다는 생각 등 남과의 비교와 나의 기준선에 따라 만족의 수위는 다릅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 관한 배려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나의 이익과 다른 사람의 이익이 상충할 때 나의 이익에만 집중하지 않아야 합니다. 관계에서의 만족감을 위해서는 나의 안위와 이익을 우선하면 관계가 훼손되기 쉽습니다. 관계는 상대가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이 나로 인해 언짢을 수도 있지만 상대가 언짢을 때 내가 그 속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의 노력만으로 완벽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나의 감정 조절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의 감정이야 더 하지 않겠습니까. 정확하게 통제되지 않는 마음과 마음이 교차한다면 충돌은 예정되어 있습니다.
완벽한 관계 유지를 위해 너무 신경 쓰는 것은 10할 타자가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야구선수라 해도 10할 타자를 꿈꾸지는 않습니다. 이런 목표는 가능하지도 않은 데 힘은 많이 듭니다. 과도한 에너지 소모는 몸과 마음을 소진시킵니다. 관계에서는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너무 가깝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익숙해야 합니다. 인연이 소중하다지만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지키려는 것은 욕심입니다. 가족도 시간이 지나면 생과 사로 갈리는데 다른 관계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수가 좋은 관계의 기준은 아닐 것입니다.
돈을 어느 정도 가지면 경제적으로 자유로울까요?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몇천 원으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한 달 몇십만 원으로 행복하게 사는 분도 있습니다. 연봉 몇억이 되는 사람도 사고 싶은 아파트나 명품을 못 사서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돈은 교환 가치를 가지기에 가지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많은 돈을 갈망합니다. 많은 돈을 갈망할수록 큰돈이 오가는 판으로 향합니다. 큰돈이 오갈수록 위험도 큽니다. 10억을 가지고 있어도 단기간에 잃을 수도 있는 판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지려는 돈이 많을수록 물건에 대한 욕구를 다스려야 합니다. 물건에 대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돈을 버는 것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돈의 양으로 행복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돈이 넘쳐나는 사람과 너무 없는 극단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람의 행복은 돈의 양으로 갈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행복은 돈의 양보다 물욕을 다스리는 마음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 사람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 한구석 비어 있는 곳이 있을 것입니다. 위안을 삼으려는 마음이 아닙니다. 비어 있지 않은 것으로 전체를 이루는 것은 없습니다. 차 있는 것과 비어 있는 것의 합이 그 자체이기에 이는 선택과 확률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고 하면 하기 좋은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진 만큼 잃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머리를 덮으려 이불을 끌어올리면 발이 나오고 발을 덮으면 머리가 나옵니다. 발을 덮으면 발의 따뜻함을, 머리를 덮으면 머리의 따뜻함에 만족한다면 이불은 언제나 만족스러운 대상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충분하고 어떤 것은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시기에 따라 대상이 달라질 뿐이지 전체적으로 이런 상태는 계속됩니다. 부족함이 아니라 충만함에 시선을 둔다면 행복은 언제나 내 마음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