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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상대와의 싸움

by 긴기다림

유독 맞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의 문제도 그의 문제도 아닙니다. 서로의 결이 다르기에 불편합니다. 불편하면 만나지 않으면 되지만 그럼에도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때가 어렵습니다. 마음공부를 하고 많은 글로 무장하지만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일이 생깁니다.


사람이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감정의 정리로 끝나지 않을 때가 마음이 쓰입니다.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욱 불편합니다.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 조율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에 방향을 조금씩 수정해야 합일점이 생기지만 어긋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서로의 방향만을 강요하면 함께 일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함께하는 이유는 혼자보다는 능률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함께하지만 한 사람의 길로만 가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또 하나의 비용은 한쪽의 감정이 상한다는 것입니다.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과 감정이 생긴다고 매번 말로 풀기도 어렵습니다. 쌓인 감정으로 상대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마음은 상대의 어떠한 행동도 받아들이지 않게 합니다.


상대의 결정에 마음이 상하면 앞으로의 행보가 더 걱정입니다. 상대가 저런 방향으로 나가면 암담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 결과가 벌어지면 상대와 일전을 불사해야 하는지 갈등에 놓입니다. 그러기에는 감정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생각에 주춤합니다.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묻지 않은 채 상대가 내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할 것 같은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이미 마음속에는 그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간주합니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데 마음속에는 그 일이 벌어져서 온통 전쟁통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단정하고 상대에 대한 분노를 마음속에서 표출합니다. 며칠이 지나 상대가 진행한 결과를 보고 허탈했습니다. 걱정했던 그런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바람과 비슷한 결과였습니다.


며칠 동안 마음속에서 키운 괴물은 허상이었습니다. 내가 파악했던 상대의 실체는 실제와는 달랐습니다. 상대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괴물을 만들었습니다. 맞지 않는 상대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실체 없는 상대로 인해 마음이 상한 것입니다.


관계에서 부정적인 생각은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 좋은 것은 끝까지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신을 흔들어 놓습니다. 마음은 바람에도 흔들립니다. 그런 마음에 나를 공격하는 상상의 거인을 가져다 놓는 것은 자신입니다. 마음의 적은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나의 마음입니다.

상대로 인해 마음이 힘들면 상대를 노려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매번 다짐하지만 매번 속게 됩니다. 경험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잘 간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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