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by 긴기다림

서울, 경기, 인천의 인구수를 합치면 2천6백만이 넘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입니다. 지방소멸을 이야기하면서 모든 지방에서 서울로 들어올 것 같은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합니다. 인구가 줄면 사람들은 지금의 주거지를 떠나 서울로 가려할까요? 서울의 강점이라면 일자리, 학군지, 문화시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자리, 학군지, 문화시설을 누리기 위해 서울행을 바람만으로 강행할 수 있을까요?

경기도와 인천은 어떨까요? 경기도와 인천은 서울과 접하고 있어 경제적 여건 및 직장 여건이 맞으면 서울로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수요가 아이의 교육과 만나면 더 큰 힘이 발휘됩니다.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조금 무리해서라도 옮기려고 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서 수도권(서울, 경기도, 인천)은 차치합니다. 5대 광역시 부산(328만), 대구(236만), 울산(111만), 광주(143만), 대전(145만) 중에서 일자리와 학군지로서 퇴색한다면 5대 광역시도 서서히 인구가 줄 수 있습니다. 자체 인구 감소와 유출 인구로 지역의 인구는 줍니다.


수도권(2,600만)과 5대 광역시 인구(963만)를 합치면 3,500만이 넘습니다. 나머지 1,600만 정도의 인구가 그 외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인구감소가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흐름은 기타 지방 -> 지방 거점 도시 -> 5대 광역시 -> 수도권 순일 것입니다.


인구수가 줄면 지방이 우리가 우려했던 만큼 빠르게 소멸할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져서 아이들의 교육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이것도 모든 가정에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핵심 교육열은 핵심 직업을 아이에게 가지게 하려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 잘하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기를 바라지만 가정의 경제력이 여의치 못하면 어느 선에서 타협합니다. 아이가 준다고 모든 부모들이 전국의 학군지로 몰리는 것은 아닙니다.


수도권에는 양질의 직장이 많습니다. 도시가 클수록 양질의 직장이 많은 것이 아니라 양질의 직장이 있어서 도시가 커진다는 것이 맞겠습니다. 누구나 좋은 직장을 다니고 싶지만 지금까지는 특정 관문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허락되었습니다. 좋은 대학(좋은 학과)과 스펙을 쌓은 사람들이 들어갈 확률이 높았습니다. 좋은 대학(학과)과 스펙은 가정의 경제력과 관계가 깊습니다. 가정의 소득이 자녀의 좋은 직업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문화시설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야 모든 사람이 같을 것입니다. 영화관람료가 15,000원 시대입니다. 뮤지컬, 연주회, 콘서트는 1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흔합니다. 문화체험 비용이 부담스러운 시대입니다. 문화체험도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 선택 사항이지 그렇지 못한 경우는 그림의 떡입니다.


지방소멸이 된다는 것은 자체 인구가 자연적으로 소멸(출생인구 < 사망인구)하는 것과 지방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조금 더 먼저 진행이 될 것입니다. 지방인구 유출이 급속도로 진행될까요? 기타 지방 -> 지방 거점 도시 -> 5대 광역시 -> 수도권의 인구 이동을 그려본다면 기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점프하는 경우보다는 근처 거점도시로 이동할 확률이 높습니다. 지방 거점 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확률보다는 지역 근처 광역시로 이동할 확률이 높습니다. 수도권 진입도 거주비용이 싼 지역부터 유입될 것입니다.


이렇게 인구의 유입・출이 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 지역으로 인구가 계속 유입되면 주거시설 비용이 상승합니다. 비용 지불이 가능한 사람만이 그 지역에 남게 되고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은 하위 지역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인구가 주는 이유도 주거 비용이 감당되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지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선호지역으로 모두 이동할 것 같지만 사람이 많아질수록 주거비용 증가로 비용이 적은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지방소멸은 이동으로 인한 소멸보다는 궁극적으로 자연소멸로 인함이 큰 요인입니다. 자연소멸이 되는 인구만큼 외부 충원이 안 되면 인구는 계속 줄고 급기야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지역이 됩니다.

출산율 저하가 바로 지방소멸로 연결될 것 같지만 많은 단계(오랜 시간)를 거친 후의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양질의 직장, 좋은 학군지, 풍성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지역에 살 수 있지 않습니다. 레벨을 하나씩 낮춰도 비용이 허락되는 사람까지만 가능합니다.


지방소멸이 된다고 하며 특정 지방을 들먹이면 그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선택을 훼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땅이 빈다고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최소한의 명분까지 앗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고 브레이크를 거는 일에 온 힘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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