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팔분이란 말이 있습니다. 배를 가득 채우지 말고 약간 모자란 듯 먹으라는 말입니다. 배를 가득 채우면 몸도 마음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태극 문양을 보면 음과 양의 머리는 양과 음의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음과 양이 가득 차면 양과 음으로 변화됨을 의미합니다. 뫼비우스의 띠는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보이는 면은 보이지 않는 면과 연결되고 보이지 않는 면은 보이는 면과 연결됩니다.
초승달이 엊그제였는데 보름달이 되어있습니다. 꽉 찬 보름달이었는데 어는 샌가 여인의 눈썹을 닮은 초승달입니다. 달은 차고 기울고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뜻입니다. ‘부족함은 풍족함과 통한다’는 말도 이에 해당합니다. 화무십일홍은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 즉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화무십일홍도 물극필반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계영배는 가득 채우려고 할수록 밑의 구멍으로 술이 떨어지게 만든 잔입니다. 잔의 7할이 넘으면 자동적으로 술이 떨어지는 잔입니다. 아무리 가득 담으려고 해도 가득 채울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도끼날을 갈고닦습니다. 나무를 베기 위함입니다. 나무 하나를 베면 더 큰 나무를 베려고 도끼날을 더 갈고닦습니다. 나무가 또 하나 베어지면 더 큰 나무를 베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찹니다. 더 큰 나무를 베려는 마음은 도끼날을 더 갈고닦도록 만듭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리 도끼날을 갈아도 베어 지지 않는 큰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날카로운 날만 믿고 도끼질을 하면 날이 상하고 심지어 자루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어떤 책에서는 목표를 달성하면 더 큰 목표를 정하고 성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성취를 멈추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는 개인의 발전이 계속됨을 전제합니다. 자신을 계발하려는 노력이 멈추지 않으면 목표의 성취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사람에 따라 역량이 다릅니다. 역량이 높고 낮음이 사람의 가치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역량은 욕망의 다른 말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계속해서 키우려는 사람은 욕망이 큰 사람입니다. 욕망은 노력을 부르고 노력을 먹어 치운 욕망은 더 큰 노력을 부릅니다. 노력을 먹어 치우며 욕망의 몸집이 커질수록 욕망을 달랠 수 있는 노력과 성취는 커집니다. 욕망은 만족을 모르는 먹깨비입니다. 욕망이 어느 정도까지는 행복을 견인할 수 있지만 탄성의 한계에 이르면 행복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욕망은 폭주하는 기관차입니다. 처음부터 폭주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속도가 나고 기적 소리가 커지면 자신의 위용에 도취되고 결국은 속도를 못 이겨 탈선에 이릅니다. 탈선을 막으려면 브레이크를 밝아야 합니다.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려는 노력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성취에 취해 더 큰 목표만을 좇다 보면 목표에 치여 노력의 한계에 이릅니다. 능력을 키우는 일에는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목표의 한계치를 넘지 않도록 욕망을 덜어내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욕망의 주머니가 터지지 않도록 팽팽해지면 공기를 조금씩 빼야 합니다.
나의 도끼로 지름 1m의 나무까지 벨 수 있다고 1m 나무에 온 힘을 다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1m보다 지름이 작은 나무를 찾아 그 나무를 베는 것으로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나의 능력은 키우고 내 능력보다는 조금 작은 목표에 만족하는 것이 화무십일홍, 계영배, 복팔분의 지혜를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욕망으로 가득 찬 자신을 발견한다면 조금씩 바람을 빼는 일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