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겠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나오는 말입니다. 오래 사신 노인분에게 다시 산다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에 대한 답입니다. 아이스크림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참았던 음식입니다. 콩은 먹기 싫지만 건강에 좋다고 해서 먹었던 음식입니다.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멀리하고 싫어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먹으려 합니다. 이런 분들은 생각한 대로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산 분들은 목표했던 그 지점을 지나면 본전 생각이 날 수 있습니다. 물론 오래 살면 살수록 좋을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계가 지나면 참아왔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 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상으로 그려 놓은 결승선이 있습니다. 결승선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숨도 참고, 팔과 다리는 최대한도로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래야 원하는 시간 안에 결승선을 지날 수 있습니다. 결승선을 원하는 시간 안에 지나고 나면 참았던 숨과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고통에 대해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잘했다는 생각이지만 결승선을 지나는 것이 시간이 아니라 통과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 후회가 듭니다.
결승선을 원하는 시간 안에 통과하려면 통과하는 그 지점에서의 속도를 최고 속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100m 선수들이 100m에서 딱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목표는 100m지만 경주에 참여하는 사람은 100m 이상을 목표로 생각하고 달립니다. 그래야만 결승점을 최고의 속도로 통과합니다. 결승점을 최고의 속도로 통과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생은 저스트로 맞출 수가 없습니다. 건강, 관계, 돈에 관해 원하는 선을 그어 놓는다고 해도 그 선에 저스트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기에 건강, 관계, 돈에 관한 과잉 인내와 노력은 필연적입니다.
음식을 절제하고, 운동을 하는 것을 딱 원하는 만큼의 건강을 위한 노력으로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음식을 수도승처럼 참아내고 싫어하는 운동을 선수처럼 감내합니다. 이런 노력은 건강의 목표선을 훨씬 지나게 하지만 참아왔던 것의 대가로 적정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작은 돈으로도 가능한 행복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종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립니다. 목표한 자산을 달성하고 나서 그때까지 미뤘던 행복을 사려니 이미 매진됐습니다. 속도에만 정신이 팔려 놓쳤던 행복을 다시 찾을 길이 없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던 노력이 주인을 찾지 못합니다. 자의든 타의든 시간이 지나면 많은 관계들은 정리됩니다. 내 곁을 지키는 사람은 한 줌이 되지 않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수백 명이 남을 정도의 양인데도 말입니다. 함께 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사람을 위해 쏟아부었던 날들이 후회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 것, 가상의 결승점을 그어 놓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지점만 보고 전력을 다해 달리기만 하면 그때만 얻을 수는 행복을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서의 행복은 달리면서 만날 수 있는 행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려서 도달한 그곳에서의 행복과 달리면서 만날 수 있는 행복은 본질적으로 하나입니다. 특정한 지점에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편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