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들의 배움의 적

by 긴기다림

아이들을 보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배움에는 두 가지 장애물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유전자)와 스마트폰입니다.


최초의 인류는 350만 년 전에 등장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입니다.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35만 년 전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5만 년 전에 넓게 분포했습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나라는 이집트, 인도, 그리스, 중국 정도입니다. 이 나라들의 역사는 5천 년에서 4천 년 정도 됩니다. 30만 년 넘게 우리는 유인원에서 갓 벗어난 상태로 살았습니다.


30만 년 동안 우리의 뇌와 DNA에 ‘알지 못하는 곳은 가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일이 아니면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한다.’의 내용이 깊게 새겨졌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지 않은 이유입니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책을 읽거나 생각하기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오랜 기간의 원시생활은 현대인의 삶에는 맞지 않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지 못하면 삶의 수단을 얻지 못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요구되는 것이 달라졌지만 우리의 뇌와 DNA는 수십만의 습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글이 발명되기까지 사람은 삶의 경험을 DNA에 기록하여 후세에 전달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고 제도와 문물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증합니다. DNA의 기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한 것이 책입니다. 글이 만들진 후에 사람들은 삶의 지혜를 책에 기록했습니다. 책에 삶의 지혜를 기록한 사람들은 당대의 석학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지혜의 정수를 모아 책 속에 기록했고 지금껏 전해지고 있습니다.

독서는 글을 읽고 생각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칩니다. 당연히 글을 배우고 문장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글을 읽어도 의미가 잘 통하지 않는 이유는 글을 읽는 연습이 부족하기에 그렇습니다. 글을 배우고 책을 읽는 것은 수십만 년 인류가 쌓아온 뇌와 DNA의 속성에 반하는 일입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 만들어진 시스템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책을 통해 문해력과 사고력을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은 사람들입니다. 뇌와 DNA의 속성에 역행하는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아이들은 아니 사람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특정한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오랜 기간의 세팅값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이 어렵습니다. 공부를 안 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못하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배움을 실천하는 사람은 인간의 속성을 극복한 부류입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스마트폰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크게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상품이 되기를 바라며 스마트폰을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스마트폰은 배움의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은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는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많은 기능이 있지만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게임기나 영상 시청, 톡을 나누는 기기로만 사용합니다. 주머니 속의 게임기이자 TV입니다. 책 읽는 것이 원래 어려운데 주머니에 있는 컴퓨터를 어찌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아이들은 배우기 위해서 인간의 뇌와 DNA의 속성을 극복해야 하고 스마트폰을 끊어내야 합니다. 두 가지 모두 배움에 있어서 극강의 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을 통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책을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버려야 합니다.

3.png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놓고 책을 들 수 있도록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끄고 책을 드는 것에 동참해야 합니다. 아이들 혼자는 가기 힘든 길입니다.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결승선까지의 노력과 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