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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 지연

by 긴기다림

눈앞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눈앞의 이익을 취한다. 이에 대한 실험이 머시멜로 실험이다. 머시멜로 실험은 1970년대에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이 주도한 자기 통제와 지연된 보상에 대한 연구다. 4세에서 6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고 아이들이 혼자 있는 공간의 테이블에 머시멜로를 놓아두었다. 아이들은 바로 먹을 수도 있고, 15분간 참으면 1개를 더 받을 수 있다.


머시멜로 실험 결과 67%의 아이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먹었다. 33%의 아이들은 15분 동안 참아 1개를 더 받았다. 실험 후, 수십 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기다린 아이들이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취도, 사회적 적응력,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더 높았다.


눈앞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에서 다수가 눈앞의 이익을 선택하는 이유를 DNA의 관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보상 시스템이 있으며,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보상을 받을 때 강하게 분비된다. 이 시스템은 “즉각적인 보상을 받을 때” 더 강한 만족감을 느낀다. 즉,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것”을 더 가치 있게 느끼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인류의 조상들은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았다.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눈앞의 보상을 놓치는 것은 생존에 불리했다. 예를 들어, 미래를 위해 음식을 저장하는 것보다 당장 먹어야 생존에 유리했다. 즉,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먹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이런 생존 본능이 현대까지 DNA에 남아 있어 인간은 여전히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한다.


이와 비슷한 것이 할인율 현상이다. 이는 먼 미래의 보상을 덜 가치 있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멀리 있는 보상을 실제보다 더 하찮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즉 “오늘 1만 원” vs “1년 후 2만 원”이면 많은 사람들이 “오늘 1만 원”을 선택한다. 하지만 “10년 후 1만 원” vs. “11년 후 2만 원”이면 “11년 후 2만 원”을 선택한다. 이 현상은 인간의 뇌가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 미국에는 크리스마스 클럽 계좌라는 저축 상품이 있었다. 가입자는 매주 또는 매월 일정 금액을 계좌에 저축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일시불로 지급받는다. 계약 기간 동안 중도 인출이 제한되며, 만약 중간에 돈을 찾을 경우 벌금 또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다. 낮은 이자율과 벌금에도 불구하고 이 상품은 인기가 높았다. 사람들은 저축을 지속하는 것보다 소비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축하고 싶지만 소비로 인해 어렵다고 생각하여 페널티와 낮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이 상품을 선택했다.


도자기로 만든 돼지저금통이 있다. 이 저금통은 돈을 넣는 곳만 있고 돈을 뺄 수 있는 곳은 없다. 돈이 필요하면 저금통을 부셔야 했다. 도자기로 만든 돼지저금통이 비쌀수록 중간에 돈을 빼지 못하게 하는 자기 제어력이 더 크다.


술을 마시면 당장은 기분이 좋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려면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게 마셔야 한다.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기 어렵기에 대부분 술을 마신다. 음주를 피하려면 단기적 보상보다 장기적인 보상에 민감해져야 한다. 단기적 보상보다 장기적인 보상이 유리하다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금주를 위한 노력이 매번 실패해도 시도가 자주 있을수록 좋다. 계속해서 실패해도 자신의 의지를 탓할 필요는 없다. 실패한 것은 그럴 수 있지만 실패 경험이 금주를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실패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금주하는 기간만큼 술을 먹지 않게 된다. 자주 반복하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한 달이 되는 때가 반듯이 온다. 금주한 날이 쌓이면 금주는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족 지연은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나쁜 습관을 줄이는 데 꼭 필요하다. 즉각적인 보상을 포기하고 더 나은 미래의 보상을 위해 기다리는 능력을 위한 다짐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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