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동요가 일어날 때는 언제일까? 상대가 나에 대해 정확히 평가하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무례한 행동을 포함해 자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감정이 일어난다.
감정은 무엇일까? 감정은 나의 사회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진화했다. 혼자가 아니라 집단으로 생존에 대응했다. 집단에서 버림받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미움을 받는지 신뢰를 받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시스템이 감정이다.
감정에 빨간불이 켜지면 주위에서 나를 싫어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나를 싫어하는 신호가 느껴지면 반응이 일어난다. 대표적인 반응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제거하거나 그의 말과 행동을 훼손하는 것이다.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상대를 부정하거나 그의 말이 잘못됐음을 밝히려 한다.
스스로를 극도로 미워하거나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완전히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미움은 자신을 죽게 하고, 남에 대한 미움은 상대가 자신을 죽이도록 한다.
감정시스템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감정은 진화의 과정으로 만들어진 생존의 파수꾼이다. 감정이라는 파수꾼을 제거할 수는 없다. 우리는 감정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감정은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긍정적인 시선을 감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에 대한 감정이 좋으면 그것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좋은 감정을 일어나게 하는 상대와는 멀어지지 않도록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감정이 나쁘면 외부에서 시선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때는 상대와의 관계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상대의 말과 행동이 잘못됐음을 밝히려 한다. 이런 마음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고 우리에게 늘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화를 통해 만들어진 시스템 중에는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감정시스템이 경보를 울린다고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여 공격하면 더 큰 위기에 놓인다. 상대가 먼저 때려서 나도 때린 거지만, 자신의 행동은 잊어버리고 내가 때린 것만 분해한다.
자신의 잘못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자신도 볼 수 없는 곳에 숨겨진다. 이곳을 보려면 감정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감정은 순간적이지만 성찰은 느리다.
감정은 인정하고 행동은 다스려야 한다. 감정은 신호다. 신호는 인정하지만 감정으로 인한 행동은 보류해야 한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약해지다 없어진다. 감정이 일고 약해지고 살아질 때까지 반응하지 않는다면 천 가지 근심을 덜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면 그대로 지켜보자. ‘지금 화가 나고 있구나, 기다리면 이 화도 지나가겠구나’ 눈을 감고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내 안에 있는 검은 감정의 실체가 몸을 떠나 뒤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말이다. 잘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이미지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인다.
순간적으로 오해하는 사람은 있어도 나를 지속적으로 미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신경 쓰느라 남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돌멩이를 냇물에 한 번 던진 것으로 끝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 길을 간다. 상대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아파하는 것은 땅에 떨어진 적의 화살을 집어 내 가슴을 찌르는 일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상대의 문제도 나의 문제도 아니다. 내 이전에 만들어진 방어기재일뿐이다.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면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