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6% 폭락

by 긴기다림

4200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3900선 밑으로 내려왔다. 코스피 지수가 폭락하면서 이날 오전 9시 36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현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이런 폭락은 주식시장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반복되는 현상이 있다. 외국인은 대규모로 매도하고, 개인은 매수한다.


외국인은 왜 팔까? 표면적인 이유는 AI 거품론 확산 때문이라고 하지만, AI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거품론이 앞으로의 AI 전망을 단번에 흔들 정도의 명확한 근거가 있었을까? 명확한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미리 예측해 큰 수익을 낸 마이클 버리가 이번에는 풋옵션 전략을 취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는 팔런티어와 엔비디아에 대해 대규모 풋옵션을 매수했다. 한마디로, AI 관련 주가가 떨어질 것에 베팅한 셈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실제로 떨어진 이유가 그 때문일까? 마이클 버리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큰돈을 벌고, 그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그의 예측이 빗나간 적도 많다. 그가 언제나 시장을 정확히 읽는다고 믿을 근거는 별로 없다.


주식지수가 하루 만에 몇 퍼센트 하락하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평상 시에는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만 언급되던 요인이, 주가가 떨어지면 ‘진짜 이유’인 양 포장된다. 그러나 주식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이유를 사전에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급등락이 일어난 뒤에야 사람들은 그것과 연결될 만한 이유를 찾아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주식시장에서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주체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까? 그들은 급락 이후의 이유를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급격히 빠질 때, 먼저 매도한 후 상황을 파악한다. 왜 그런지는 나중 문제다. 그렇게 함으로써 큰 손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는,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오를 때나 내릴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옵션 상품 때문이다. 이런 상품을 이용해 큰 수익을 얻으려는 경우도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큰돈을 벌어 몸집이 커진 ‘고래’가 ‘연못’에 갇혔다면, 빠져나오기 위해 큰 비가 내릴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큰 비가 올 때마다, 고래에서 참치로, 참치에서 방어로 몸집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도하면, 반대편에서 개인이 매수한다. 개인은 장이 좋다가 갑자기 빠지면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매수한다.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이유는 앞으로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는 현재의 높은 가격을 ‘적정 가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인다.

사실, ‘가치’보다 ‘가격’이 높은지 낮은지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설령 정확히 구분한다고 해도, 그 시기가 길지 짧을지 판단하는 것은 더 어렵다. 기준이 흔들리면 투자는 결국 ‘운’이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운이 아닌 것처럼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지만 자신은 그 진실을 안다. 주식은 예측해서 맞출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비쌀 때 팔고 쌀 때 사면 된다.”라고 하지만 언제가 비싸고, 언제가 싼 지 어떻게 알겠는가?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르길 바라는 탐욕과, 내리면 더 내려갈 것 같은 공포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10% 수익이 나면 무조건 판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자동 매수·매도를 걸어두면 된다고 하지만, 10%를 훌쩍 넘거나 10% 하락 후 다시 오를 때마다 새로 세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8% 오르고 9% 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처음 세웠던 기준은 어느새 너덜너덜해진다.

주식을 오래 했다는 지인의 말을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 그들이나 나나 오십보 백보다. 주식시장은 예측으로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다. 이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주식시장에서 살아 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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