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반, 보이지 않는 것이 반이다. 현상과 사물이 다인 것 같지만 실제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모든 것이 움직인다. 무의식은 의식을 이긴다. 의식적으로 행동을 하려고 하지만 행동은 무의식의 명령을 따른다.
의식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노력해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다. 무의식에 쌓인 것은 태고적부터 쌓인 집단 무의식과 부모와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옮겨진 것들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학습 방법은 이미지와 감정이다. 이미지로 형상이 만들어지고 감정으로 깊이가 결정된다. 특정 사건으로 감정이 상하거나 기분이 좋아지면 그것은 오래도록 남는다. 나쁜 감정과 함께 새겨진 이미지가 더 오래간다. 태고적부터 생존을 위해 새겨진 두려움을 통한 방어기제가 작동해서다.
건강해지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며 잠을 충분히 자려고 한다. 그럼에도 건강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그런 마음이 없기 때문일까? 자신도 모르게 건강과는 다른 길을 가기에 그렇다. 건강을 원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으로 가는 길은 고통이라는 통행료가 필요하다. 고통이 지나면 편함이 온다. 몸과 마음은 고통보다 즐거움을 따른다. 즐거움은 고통을, 고통은 즐거움을 품고 있다. 즐거움을 좇는 본성이 고통 많은 세상을 만든다.
현존을 깨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깨달음의 단어를 의식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식으로는 현존을 가늠할 수 없다. 그것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언어에는 없다. 닿아보려고 애쓰지만 늘 제자리인 이유다. 비슷한 곳까지 간 것 같지만 사실은 의식과 무의식의 합작에 의한 속임수다.
돈만 생각하고 그 일에 열중하며 반복하면 돈은 오지 않는다. 돈을 잊고 일에 몰두했을 때 나도 모르게 돈이 온다. 투자 공부를 하고 좋은 대상을 찾아다녔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괜찮다고 생각한 아파트 분양 정보를 지인들이 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주변에 알려 주었다. 나는 당첨 확률이 제로에 가까워 청약을 할 생각도 안 했다. 그러던 중 확률이 제로는 아니니 한 번 넣어볼까? 생각이 스쳤다. 청약을 넣었다. 나보다 확률이 훨씬 높았던 모든 지인은 떨어졌다. 나는 됐다.
힘을 너무 주고 있는 일로 인해 삶이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씩 놓기 시작했다. 책도 읽고, 명상도 많이 하고 있다. 마음에 공간이 만들어지고 일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 일이 원래 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고 단정했다. 지금은 안도 바깥도 공간이 생겼다.
새벽에 커피를 내려 마시고 바로 잔과 받침을 닦는다. 떨어질까 싶어 꽉 쥐면 더 떨어질 것 같다. 손의 힘을 적당히 늦추면 잔과 받침은 여유롭게 움직이다가 제자리를 찾는다. 기분 좋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허무맹랑한 말일까?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언가를 하면 결과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인 척하면 기가 막히게 알고 나쁜 것을 준다.
내 세상은 끝나지 않지만, 끝나는 것으로 정해 두어 힘들다. 이리저리 헤매다 손님으로 온 이별에서 즐거움과 고통의 균형이 무너진 채로 살다 죽는다. 지옥도 행복도 마음에 있다. 남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지옥에서 산다.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지 운이 좋아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대가로 봄에 꽃이 핀다. 여름의 눈부신 자태를 뽐내는 대가로 잎은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길거리에 버려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화무십일홍은 꽃의 아름다움이 오래가지 않는 것을 권력의 무상함에 빗대어 표현할 때 자주 쓴다. 꽃이 오래가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핀다.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권력이 등장한다. 모든 것은 왔다가 가고, 갔다가 온다.
어려운 일이 극에 달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문구에 기댄다. 힘든 상황에서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좋은 일이 극에 달할 때도 똑같은 지혜를 가진다. 좋은 일도 지나간다. 한쪽만 보면 반만 보인다. 이쪽도 저쪽도, 위도 아래도, 앞도 뒤도 없다.
다 버리고, 다 비웠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많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것마저도 지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멈춘다. 이게 지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