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by 긴기다림


새로운 일을 하는데 늦은 나이가 있을까? 사람들은 퇴임 즈음이면 새로운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년은 60세에서 65세 정도다. 이때쯤 되면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퇴임 이후에는 새로운 취미, 또는 연금 외 추가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에는 관심 가지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3세에서 85세 수준이다. 퇴임하고도 20년 이상은 더 산다. 취미와 생계를 위한 추가 일로 보내기에는 너무 길다. 또한 60세는 예전의 60세와 사뭇 다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웬만한 일은 감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퇴임이 임박하면 인생 퇴임을 맞이한 듯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다.

60이 넘어 다른 일에서 새롭게 시작하여 성과를 낸 사람들은 많다. 커널 샌더스는 원래 주유소, 식당, 여러 잡일을 전전하며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했다. 그러던 중 65세에 새로운 업종인 프랜차이즈 치킨 사업에 도전했다. 이전까지는 경영이나 브랜드 사업과 전혀 무관했지만, 60대 이후 치킨 레시피 하나로 사업을 성공시켰다. KFC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는 평생 농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돌보던 전형적인 농부이며 주부였다. 60세가 넘어 글쓰기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시작했고, 65세에 첫 책을 출간했다. ‘초원의 집’이다. 문학 교육도, 작가 경험도 없던 그녀는 이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 잡아 늦게 시작한 창작 성공의 상징이 되었다.


모모후쿠 안도는 섬유업·무역업 등 비식품 분야에서 일하던 사업가였다. 하지만 파산을 겪고 60세가 넘어서 식품 개발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그는 61세에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었다. 이후 컵라면까지 발명하며 전 세계 식문화에 혁신을 이끌었다.


장기영 씨는 평생을 버스 기사이자 회사원으로 일하며 만화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60세 이후 우연히 수강한 웹툰 강좌에서 그림의 즐거움을 맛보고, 처음부터 다시 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연습 만화와 일상 에세이를 꾸준히 온라인에 올리며 독자층을 만들었다. 결국 ‘아빠의 아빠가 되어가는 중입니다’의 작품으로 데뷔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나이 때문에 새로운 걸 못 한다는 건 착각이었다’는 그의 메시지는 60대 이후 도전 사례로 널리 회자된다.


이 외에도 완전히 새로운 일로 인생 2막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는 아니다. 비결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단지 나이가 나를 막아서는 장애물이라 생각하지 않는 자유로운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새로운 일에 걸림돌은 아니다. 60세는 디딤돌이고. 70세는 걸림돌일까? 70세는 디딤돌이고 80세는 걸림돌일까? 80, 90, 100살은 어떤가?


후지무라 시게노리는 평생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고, 디지털 기술과는 거의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90대 후반에 들어서 손주들이 들려주는 유튜브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며 “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컴퓨터 사용조차 익숙하지 않았지만, 삶의 경험·철학·장수 비결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100세 가까운 나이에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초고령 유튜버 중 한 명이 됐다. 나이가 주는 한계보다 호기심이 더 크다면, 누구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나이는 장벽이 아니라 지혜다. 졸업이 새로운 시작이듯이, 퇴임은 새로운 돌파구다. 끝이 아닌 다른 문의 출발점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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