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재미나이, 그록, 코파일럿 등 AI 전성시대다. AI로 인해 전문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거의 모든 직업이 도전을 받고 있다. 최근 눈에 가장 두드러지게 흔들리는 직업이 프로그래머다. 몇 년 전만 해도 높은 연봉으로 모셔가던 개발자들이 AI 코드 도구의 등장 이후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AI를 활용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개발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 변화는 프로그래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번역가, 통역사, 작가, 기자, 회계사, 데이터 분석가, 변호사, 의사, 약사 등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선호 직업들에서도 AI의 압박은 거세다. 앞으로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전문직이라고 해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얼마 전 신문 기사에서는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강제 퇴사한 후, 용접공으로 전직한 사례를 소개했다. AI 능력이 크게 발휘되는 직군에서 빠져나와, 몸으로 직접 하면서도 당분간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일들에 눈을 돌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선호하던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블루칼라 직종으로 방향을 튼 사람들의 선택에는, “앞으로 정말 안전한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AI는 거대언어모델인 범용 AI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글·소리·이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구조다. 예전에는 특정 정보를 찾고 정리해 쓰는 것 자체가 전문성이었지만, 이제는 간단한 질문만으로도 그럴듯한 보고서와 기획안, 코드와 디자인 시안까지 뽑아낼 수 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는 AI가 로봇 안으로 들어간다. 피지컬 AI의 시대가 열린다. 중국의 BYD 전기차 공장에서는 생산 라인의 약 90% 이상을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담당한다. AI가 로봇의 동선과 작업 순서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의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도 Figure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거운 부품 운반과 정밀 조립을 맡아 작업 속도를 4배 이상 끌어올리고 있다. GM이나 포드 공장들 역시 용접·도장·조립 라인에 수천 대의 산업 로봇을 투입해 반복 노동을 거의 로봇화한 상태다.
BYD나 미국의 자동차 공장 같은 사례는 “단순 반복 노동”만 위험한 게 아니라, 로봇이 팔·다리가 되고 AI가 두뇌가 되면서 공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지능형 기계’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세상에서 인간은 어디에 서야 할까. 최근 여러 보고서는 “완전히 안전한 직업”보다, AI·로봇과 협업하면서 인간이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역할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공통으로 살아남는 축은 크게 세 가지로 묶인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상담, 교육, 간호, 사회복지, 리더십)처럼 관계·공감·설득이 핵심인 영역은 완전 자동화가 어렵다. 몸을 쓰는 숙련 기술(배관, 전기, 용접, 설비 유지보수, 현장 시공)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손발을 써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로봇이 따라잡기 쉽지 않다. AI를 다루는 메타 직무(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데이터·AI 제품 기획, AI 윤리·정책, 인간–AI 협업 설계)등 AI를 도구로 설계·조율하는 역할은 오히려 수요가 늘고 있다.
“어떤 직업이 안전한가?”의 질문을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안전한가?”로 바꿔야 한다. 글로벌 리포트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AI 시대 생존 방법’은 AI 리터러시, 복합 문제 해결력, 커뮤니케이션·협업, 디지털 역량이다. 이러한 역량을 가진 사람은 ‘AI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장비처럼 쓰는 사람’이 된다. 프로그래머라도 코드를 직접 다 치기보다, AI가 만들어 준 코드 조각을 검증·통합하고, 비즈니스 요구를 기술 구조로 번역하는 역할로 이동하면 여전히 강한 협상력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교사·회계사·의사도 “AI 없이 하던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AI를 수습·조수처럼 쓰면서 사람에게 꼭 필요한 부분에 시간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
AI와 피지컬 AI 시대에,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AI가 오기 어려운 쪽으로 한 걸음 이동하기다. 몸을 쓰는 숙련 직업(용접, 설비, 배관, 시공 관리 등)을 배우거나, 현재 사무직이라면 현장·고객을 더 가까이 만나는 역할로 커리어를 조금씩 조정할 수 있다. 이때도 완전 AI와 관계없는 직업을 찾기보다는 현장에서 센서·로봇·디지털 도구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익히면 안정성이 더 높아진다. 둘째, 현재 전문성을 AI와 결합해 ‘레벨업’하기다. 이미 가지고 있는 전공·직무 지식(교육, 금융, 의학, 법, 제조 등)에 AI 도구 사용 능력을 덧붙여서, “AI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 되는 길이다. 예를 들어 교사는 AI를 활용해 개별 학습 자료를 자동 생성하고, 자신은 학생 상담과 동기 부여에 집중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가는 원시 데이터 정리는 AI에게 맡기고, 패턴 해석과 전략 제안에 시간을 쓴다.
자동차 공장이 보여주는 것은, 대부분의 제조업 공정에서도 “사람 + 로봇 + AI 에이전트가 한 팀으로 일하는 시대가 온다는 신호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팀에서 사람이 맡게 될 역할을 미리 상상하고, 그 자리에 맞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AI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안전한 직업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