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니” “돈 많은 백수요” 돈 많은 백수 이야기는 작년부터 심심치 않게 들었습니다. 이 말을 직접 들으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직장인도 돈 많은 백수를 꿈꾼다고 한다는데 아이들도 돈 많은 백수가 좋은가 봅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건물주요”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이제는 ‘돈 많은 백수’로 바뀌었나 봅니다.
돈은 많으면 좋겠고 돈이 많으면 사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돈이 없어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사고 싶은 것을 못 사는 것이 싫은가 봅니다. 돈이 많으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백수는 직업이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백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일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돈 많은 백수’는 직업을 가지는 것은 싫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했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직업을 가지지 않고 많은 돈을 가지려면 부모가 부자이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방법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돈을 많이 벌려면 좋아하는 일을 하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든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돈 많은 백수’는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하거나 모순에 놓입니다. 희박한 확률에 해당되는 분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는 1등에 당첨될 때까지 로또를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서도 로또 살 돈은 벌어야 합니다.
근로(직업)의 개념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의 의미가 크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근로(직업)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사람들이 시간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근로(직업)는 공동체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입니다. 근로(직업)는 자존감과 건강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근로는 신성하다’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편적으로 근로가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고 중요합니다.
근로(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에도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에 교육에 대한 무력감이 들기도 합니다. 교육이 근로자(직업인)를 양성하는 것만이 소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근로(직업)에 대한 거부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돈은 신용입니다. 돈은 사람으로부터 나옵니다. 돈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한 대가로 지불됩니다. 돈은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의 대가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중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공부(읽고, 쓰고, 생각하기)를 계속하면 돈은 나와 연결됩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음 ->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접점을 찾음 -> 하고 싶은 것에 관해 읽고, 쓰고, 생각함 ->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내가 만든 가치)을 제공 -> 문제 해결의 대가를 받음 -> 돈 많은 사람의 단계를 거칩니다.
일하는 것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휴식의 만족과 행복감은 반감합니다. 소비로서의 만족과 행복만이 남습니다. 소비가 삶의 만족과 행복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엄청난 부자지만 불행한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돈 많은 백수’라는 말에 마음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애잔함을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고민하고 실천하며 배움과 성장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