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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이 낯설어질 때

by 긴기다림

사람을 만나서 웃고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지금은 예전의 그런 감정이 좀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하는 시간이 재미가 덜합니다. ‘술을 끊어 그런가’했지만 그게 다는 아닌가 봅니다.


혼자 하는 일을 하나둘씩 늘려가던 초기에는 성장한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매일 배우고 매일 성장하는 느낌으로 행복했습니다. 이런 날이 많아지면서 혼자 하지 않는 일이 조금씩 불편해졌습니다. 모임도 재미가 예전만 못합니다. 주선해야 하는 모임도 주저하게 됩니다. 모임의 기대감이 생기질 않습니다. 지인에 대한 반가움은 금세 바닥이 납니다.


사람에게 힘을 얻던 예전에 비하면 많이 변했습니다. ‘모임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니 모임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모임을 정리하면 지인과 만날 기회가 없어 그것도 선뜻 내키지는 않습니다. ‘모임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1∼3회 정도인데 이마저도 부담스러우면 너무 까탈스러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 쓰는 시간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희미해집니다.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매일 보는지라 가족과의 시간은 익숙하고 선명합니다. 가족 외의 만남은 낯설어져만 갑니다. 어제 모임에서 지인 한 분이 말씀하십니다. “우리만 술 마셔서 미안한데, 그래도 모임은 계속 나와요”라고 웃으면서 하신 말씀에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순간 움찔했습니다. 힘든 시간을 함께 했던 분들이라 쌓은 친분이야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이런 모임까지도 희미해 지기에 마음이 불편합니다.


적당한 시간에 먼저 일어난다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간에 일어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합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인들도 그려려니 합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반쪽자리 모임 참석자입니다. 시작은 같이 하지만 끝은 같이 하지 않는 모임의 반만 참여하는 사람말입니다.


자리가 불편하다고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이 더 애매합니다. 만나면 반가운데 반가움은 잠시뿐이고 지루한 시간은 길어집니다. 그렇다고 얼굴만 보고 일어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반가운 얼굴을 보는 대가’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모임을 정리할지, 지금처럼 모임에 나갈지 결정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느 쪽으로든 생각이 쌓이면 의지가 생기고 의지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우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알기에 지금 생활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익숙했던 것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시간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결정이 어렵다고 마냥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선택의 시간이 무르익으면 그때 상황을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의 공간이 부딪히며 갈등으로 치닫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삶의 공간들이 조화롭게 서로를 채우며 새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시원합니다. 바람이 전하는 행복의 소리를 마음 가득 담아 가는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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