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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May 10. 2024

X의 아이

 "풍습에서 오는 무형의 제재" 239p-김약국의 딸들



김약국은 통영에서 한약방을 하며 부유하게 살았지만 결국 집안은 몰락한다. 1910년 나라를 빼앗기고 독립운동을 하던 시기이다. 문명의 개화로 신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이다. 박해받던 천주교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하던 시기이다.


 이러한 격동적인 세상에서 버틴다는 것은 어쩌면 흘러가는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과 같다. 좌절과 불행을 안고 사는 삶은 물살조차도 견디지 못하는 남루한 삶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살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김약국은 무리한 투자로 망한다. 주변인들의 눈초리와 떠벌리는 소문들은 타인의 삶을 벼랑으로 이끈다. 우리는 법보다 풍습에서 오는 무형의 제재를 더 경계해야 한다.


 추적 60분에서 '보호출산제'와 'X의 아이'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7월부터 시행되는 보호출산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다. 아이를 익명으로 낳을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부모를 보호하고 아이의 생명을 구한다는 측면에서는 찬성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의 개선이 먼저이지 않을까? 임신한 미성년자에게 막말을 하는 어른들과 미혼모의 자립을 지원하지 않는 정부, 아기의 아빠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법망의 느슨함 등을 개선하지 않는 한 '보호출산제'에 관한 불협화음은 계속 될 것이다. 


 남의 집 일에 관심을 가지고 한 마디 건네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던 시기는 지났다. '감놔라 배놔라' 하던 시기도 지났다. 좋은 풍습을 만들고 발전시켜나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좋은 법이 생겨나더라도 그 실효성은 의문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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