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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탤 Feb 07. 2023

바디프로필 찍고 3주 만에 10kg이 쪄버렸다

행복은 인바디 순이 아니잖아요.


“회원님 살찌셨네요.”

“알아요.”

“근데 좀 많이 찌셨는데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이 대화는 내 담당 트레이너가 아닌 옆에 있던 트레이너가 내게 넌지시 건넨 말이었다. 이 사건을 말하자, 지인들은 자기였다면 정말 상처받았을 거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딱히 상처받지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왜냐면 정말 사실이니까. 그리고 쪄도 상관없으니까.


바디프로필을 찍으며 내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을 곤두박질쳤다. 먹는 걸 제한하기만 했는데 무기력증, 부정적인 생각이 내 몸을 휩쓸었다. 물론 달라지는 내 몸을 보며 뿌듯하긴 했지만 그 감정은 너무도 쉽게 발화되었다. 식욕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는 날, 나는 입이 터지기도 했다. 한 번에 단백질 바를 3개 먹을 때도 있었고 더 심하면 정말 하루종일 먹기도 했다. 그때마다 통제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기간 내 몸을 만들지 못할 거 같다는 조급함에 더욱 강도 있게 운동했다.


정말 하루하루가 위기였고,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정말 큰 위기는 바디프로필이 끝나고 있다는 것을.


억제한 식욕은 그대로 잠재워지지 않았다. 나는 동면 전 식량을 확보하는 다람쥐처럼 간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백질 바를 차곡차곡 모았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디데이가 줄어들수록 그것마저 힘들어졌다. 밤마다 여러 온라인 쇼핑몰을 보며, ‘끝나면 어느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고칼로리 과자, 초콜릿, 빵을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꽤 계획적인 쇼핑이었다. 너무 빨리 주문하면 촬영 전에 먹어버릴까 봐 기간도 조절했다. 그렇게 d-7부터 내 방에는 해외직구한 과자부터 신상 과자까지 차곡차곡 쌓여갔다.


나름 성공적으로 촬영을 끝냈고, 하루 이틀 동안은 정말 행복하고 죄책감 없이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기초대사량보다 적은 칼로리를 섭취하며 감량했기에  몸은 극도로 예민했다. 3 만에 3킬로가 쉽게 증량되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정말 괜찮았다. 그깟 3킬로 정도는.


그때는 10킬로가 증량될 줄 몰랐으니까.



몸이 멈출 줄 모르고 4,5킬로 증량하자, 급급하게 다시 식단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속세의 맛을 본 혀는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몸이 괴로울 때까지 음식을 먹었다.


음식에도 종류가 있다. 한식, 양식, 중식, 간식….


그중에서 최악은 간식으로 먹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과자다. 배는 차지 않지만 고열량인 음식들. (사실 이런 식으로 음식의 종류를 나누는 것도 좋지 않다) 나는 그 음식들을 끊임없이 먹었다. 먹지 않을 때도 생각났다. 자꾸만 과자와 아이스크림에 손이 갔다. 특히 초코와 캐러멜이 잔뜩 묻은 프레첼에 빠져 살았다.


“일단 집에 사두면 먹는 건 당연한 거야. 눈에 보이니까. 나도 그래.”


내 식이 문제를 토로하자, 친구 h는 애초에 사두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어쩌지? 아직도 쌓여 있는 과자가 한가득인데?


결국, 나는 친구들에게 과자를 나눔 하고 냉장고에 얼려서 눈에 보이지 않게 하고, 내 방이 아닌 다른 곳에 꽁꽁 포장하는 길고 긴 노력(?) 끝에 과자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그때는 이미 10킬로가 증량된 상태였다.


몸이 괴로울 정도로 과자와 빵을 먹었던 시절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불과 지금으로부터 2주 전이다. 트레이너는 이러다가 다시 28킬로가 고스란히 찔 것이라는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고, 음식을 음식으로만 바라보지 못했던 나는 하루하루 자책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 바디프로필 촬영 전처럼 ‘음식’, ‘운동’ 외의 삶에 초점 맞추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살 뺀 날 보고 감탄하면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 난 그 모습이 아닌데. 그 모습은 정말 찰나에 불과한데.’


하지만 그렇게 얼룩진 생각을 끝으로, 난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뼈아픈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식욕을 억제하면 언젠가 돌아온다는 것을. 식사에 초점을 맞추면 간식은 생각나지 않다는 것을. 양조절하며 먹는 간식은 정말 괜찮다는 것을. 운동은 삶에 활력을 준다는 것을. 바프 전과 후 몸을 비교하는 게 아닌, 바프 전 유지어터 몸과 지금 유지어터 몸을 비교하는 게 맞다는 것을.


여행과 격리로 3주 정도 운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일반식과 음식 외의 것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10킬로가 증량해도 지금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이유는 이제 더는 괴로운 폭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하면 몸이 어느 정도 되돌아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촬영 전날까지 난 내 몸을 싫어했다. 지방은 없지만, 늘어난 살들은 볼품없었고, 부유방과 종아리 근육은 여전히 돋보였다. 전날까지 걱정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자, 정말 예쁘니까 그러지 말라고 다독이고 싶다. 정말, 진짜로 예쁘고 대단하니까.

지금은 살이 많이 차올라서 볼품없진 않지만 뱃살이 정말 많이 늘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제 의미 없는 다이어트 타이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적절한 식이 관리와 운동만 병행하며 ‘살’과 ‘음식’에 더는 집착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다이어트 말고 중요한 게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 일, 먹는 행복, 자아실현.


무모하게 도전했던 내 바디프로필의 끝은 10킬로 증량이라는 영광의 상처를 남기며 끝났다. 얻은 것도 많기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이젠 단기간 다이어트, 디데이 다이어트보다 평생 가져갈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데 초점을 둘 것이다.


살이 좀 찌면 어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다이어트식-입 터짐을 반복했던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한데.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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