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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탤 Feb 08. 2023

바디프로필을 준비할, 준비하는, 준비했던 모든 이들에게

바디프로필을 찍으며 내가 한 실수들을 생각했어.


“나 58kg로 사는 게 너무 지겨워.”


정확하게 22킬로를 빼고 몇 달간 똑같은 체중을 유지했다. 만족스럽고 안정적인 마음으로 체중을 유지했다면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음식이 문제였다. 난 음식 앞에서 늘 죄인이었다.


특히 간식.

과자, 빵, 초콜릿은 내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었고, 난 늘 그것으로 입이 터졌다.

운동을 아무리 해도 배는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내 몸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렇게 사는 게 지겨웠다. 차라리 한창 살을 뺐던 70kg 시절의 내가 자존감은 더 높았다.


“지겹고 지겹다.”


차라리 어떤 목표가 있으면 이런 삶을 반복적으로 겪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바디프로필을 찍어보자!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을 시기였다. 안 할 이유보다 할 이유가 더 컸다.

그때의 난, 오로지 속도에만 초점을 맞춰 내 몸을 바라보았다.

다이어트는 식단8, 운동 2할이라고 했으니 식단을 철저하게 지키면 되겠지.   있겠지. 고작 88일인데.


나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바디프로필을 시작했다. 하지만 찍는 이유부터 엇나갔기 때문에 실수투성이었다.


바디프로필 준비 전, 내가 했던 첫 번째 실수


“어차피 준비하면 못 먹는 것들, 다 먹어버리는 거야!”


디데이를 시작하기 전까지 우울할 정도로 음식을 많이 먹었다. 까눌레, 쿠키, 피자, 떡볶이…. 어차피   거니까, 어차피   먹으니까. 마치 평생  음식을  먹을 사람처럼 먹었다. 기쁘면서도 슬펐다. 하지만 365 다이어터로 살았던 내게는 고통스러운 천국이었다. 이런 자유는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정말 드물게 생겼기 때문에.


당연히 몸이 전보다 더 불어난 상태로 디데이에 들어갔다.

디데이 첫날에 행복했다.  불어난 몸에서 벗어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급하게 들어간 식단은 나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바디프로필 준비 중, 내가 했던 두 번째 실수


“그냥 먹는 것만 참으면 되는 거 아니야? 그거 말고 힘든 게 있나?”


나름 다이어트라면 22kg 감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 넘쳤다.

하지만 디데이를 걸어두고 정석 보디빌딩 식단을 먹으며, 탄수화물의 정량을 조절하는, 몸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모두 처음이었다.


특히 “촬영”을 하는 것이라 내 몸의 단점을 계속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그 단점은 잘 보안되지 않았고 나는 더욱더 내 몸을 좋아할 수 없었다.


“부유방은 왜 안 빠질까? 이 늘어난 살들! 난 왜 상체에 지방이 많을까?”


끊임없이 거울을 보며, 몸을 영상으로 담으며 자책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쳐도 될 것들이었다. 일상에서 내 부유방과 늘어난 살을 볼 일은 거의 없으니까.

일반적인 다이어트와 촬영을 위해 몸을 만드는 다이어트는 그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인데 점점 내 단점만 좇았다.


또한 먹는  극심하게 제한하다 보니 가끔 크고 작은 입 터짐이 있었다. 크게 입이 터지면 무서울 정도로 음식을 끊임없이 먹었다. 그땐 정신적 타격이 너무 커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없었다. 책감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운동했다.  먹었을까, 00일만 참으면 되는데. 나는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

22kg 감량하며 수없이 자책했고 그게 지겨웠다. 그런데  자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바디프로필은 더욱 심각한 자책이 나를 옭아맸다.


그리고 입 터짐의 가장 큰 원인 ‘수면 부족’


탄수화물을 제한하기 때문에 혈당이 낮아진다. 그래서 깊게 자기 어렵다.  10시에 잠들어자정에  때가 많았다. 다시 잠드는 것도 어려웠다. 그때마다 ‘단백질  하나만  먹으면 잠이    같은데.’ 같은 악마의 속삭임에 두 손 두 발  들었다. 그러나 단백질  하나를 먹는 순간 하나가 셋이 되고, 비건 빵이 추가되고, 프로틴 칩이 추가되었다. 


다이어트로 잠을 못 잘 줄은 몰랐다. 평소 수면 패턴이 엉망이 내게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잠을 많이 못 잔 날은 그 어떤 일도 집중하기 어려웠고, 운동도 힘들었다. 내게 활력을 불어넣던 운동이 그저 칼로리 태우기로 변하고 있었다.


바디프로필 준비 후, 내가 했던 세 번째 실수


“자꾸만 먹고 싶어. 과자, 아이스크림, 빵.”


누구나 디데이가 정해지면 열심히 한다. 하지만  기간 동안 식단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것이 곧, 욕구가 사라졌다는  의미하는  아니다. 나는 마음속 욕구를 꾹꾹 눌러 담은  촬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끝나면 정말  먹을  있다는 기쁨을 생각하며.


앞서 말했듯이, 잠이 오지 않는 날은 많았다. 그때마다 핸드폰을 켜고 온라인 쇼핑몰을 확인했다.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쇼핑으로 풀었다. 장바구니는 지금 먹을  없는 음식으로 가득했다. 촬영이 끝나면 조금씩 조절해서 먹을 나를 상상했다. 그게 가능할  같았다. 자신 있었다.  그렇게 , 음식을 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음식 집착이 가장 심할 , 집에 음식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음식들을 끊임없이 먹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집에 있는 음식을  먹어치운 , 천천히 폭식증을 극복해 나갔다. 못 먹을 때는 음식  맛있어 보였지만, 실상 그저 그런 맛 들이었다. 음식은 본디 함께하는 사람들,  당시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때  불안정한 마음으로 혼자 먹어치웠다. 당연히  맛이 만족스럽게 느껴질  없었다.


물론 바디프로필 촬영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기간 동안 얻는 점도 많았다.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성취감, 운동의 집중도, 살이 쪘지만 그럼에도 변한 몸 형태, 자신감 등등.

요요가 오며 배운 점도 많다. 오로지 바디프로필 기간에만 정석 식단을 하고 전 후로 음식을 괴로울 정도로 먹는 행위를 보며 깨달았다. 정말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것을.


이제 특정 체중에 지겨움을 갖지 않는다. 먹고 싶은  있으면 먹는다. 약속이 잡히면 사람들과 함께 그 음식을 즐긴다.. 행복하 운동한다. 맛있는 식단을 찾는다.


이렇게 많은 체지방량을 가진 적은 정말 오랜만이다. 하지만 이제 365일 다이어터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오늘도 무사히 넘겼다!”가 아닌 하루하루 만족스럽게 음식을 먹고 운동한다.

하루는 무사히 넘기는  아니라 즐겁게 보내는 것이다.


인생에는 디데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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