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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탤 Feb 13. 2023

하루종일 음식 생각만 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비행기 좌석에 앉아 집에 남은 초코 프레첼을 생각했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친구가 내게 젤리를 건넸다.


젤리?


내가 생각한 젤리의 정의는 그저 ‘ 덩어리 불과했다. 그래서 한두  먹으며 생각했다.


‘당은 역시 중독성이 강해. 계속 먹고 싶어. 하지만 참아야 해.’


이럴 줄 알았으면 단백질 바나 가져올 걸, 하는 후회를 하며 젤리를 참았다.


중독과 집착.

이 두 가지는 그게 무엇이든 나쁘다고 배웠다. 다이어트가 끝난 뒤, 난  과자 중독, 그리고  과자 집착이 동시에 왔다.

단과자를 먹으면 짠 과자를 먹었고 속이 안 좋으면 매콤한 라면을 먹었다.

배가 터질 듯이 나왔고  모습을 보기 싫었다. 그래도 먹었다. 그러곤 밤마다 헬스장으로 달려가 그날의 죄책감을 불태웠다.

그렇게 음식과 다이어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나날을 보냈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그것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꾸 붓는 몸과 그 모습이 보기 싫은 나. 어떻게든 상쇄하려는 운동.


내일은 좀 다르겠지, 더 잘할 수 있겠지, 싶다가도 그러지 못할 거 같아 두려웠다.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난 의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음식 집착이야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있었고 그래서 살이 쪘던 거니까. 집착에서 벗어나는 걸 포기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고, 늘 그래왔고 그래서 다이어트에 성공했으니까.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이렇게 해서 난 20kg를 뺐어.


이런 일련의 생각들은 다이어트를 시작하고부터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 여행은 어느새 즐기는 게 아닌 ‘즐겁지만 살찌는 기간’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자, 행복했지? 천국이었지? 이제 다시 지옥이야.


여행 마지막 날이 되면 마음 한 구석에서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죄책감은 ‘저녁 굶기.’ 혹은 ‘여행 후 바로 운동 가기.’로 이어졌다. 둘 다 건강에는 별로 좋지 않은 것들이었다.


바디 프로필 후, 치솟는 몸무게를 보며 ‘이번엔 즐기면 안 될 거 같은데? 여행까지 다녀오면 정말 큰일 나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 있다고 해도 덜 먹는 게 아니었다. 여행을 가든, 가지 않든 음식 집착은 족쇄가 되어 나를 끌었다.


괴로웠고, 피하고 싶었다. 그 마음은 회피성이 강하게 묻었을 어떠한 다짐을 만들어냈다.


‘어차피 살찔 거라면 여행 가서 찌는 게 낫겠다!’


적어도 간식 가득한 집에서 도망갈 수 있으니까.

친구들과 행복하게 먹는 음식은 또 다르니까.


그리고 여행은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고맙게도 나와 함께 여행한 친구들은 모두 음식에 별다른 미련이 없었고, 나 역시 그 미련을 닮아갔다.


물론 한 번에 음식 집착이 끊어지는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행하다 보면 제때 음식을 먹지 못할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강제적으로 음식을 못 먹는 상황이 좋았다. 그렇게라도 음식 섭취를 줄이고 싶었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연신 들렸고, 기내식은 나오지 않을 때였다. 전날까지 먹다 남은 프레첼이 생각났다.

집에 남겨져 있을, 죄책감이 덕지덕지 묻은, 해외직구로 어렵게 구한 달고 짠 프레첼.

차라리 다 먹어 없애버리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좀 낫을까? 싶었던 너무도 맛있는 프레첼.


그러면서도 내 행동은 모순의 연속이었다. 태국 여행 첫날, 내가 현지인에게 물은 첫 번째 말은 이거였다.


“여기 제로 콜라는 없나요?”


아쉽게도 제로 콜라는 없었다. 하지만 맹물을 먹기엔 갈증이 심했기에 내가 내린 최종 결정은 탄산수를 시키는 것이었다. 액상과당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안 좋은 음식이니까.


태국 여행 둘째 날, 수박 주스와 망고 주스를 마시며 걱정했다.


‘괜찮을까? 근데 시원하고 맛있긴 하네.’


혼자 있을 땐 배로 많은 설탕을 먹으면서 나는 마치 그런 내 모습을 잊은 것처럼 행동했다. 수박 주스 하나 먹을 때도  less suger를 외쳤고, 편의점에서 제일 건강해 보이는 과자를 골랐다. 사실 편의점은 ‘건강’과 거리가 먼 곳임을 알면서도.


그런데 이상하게 여행할수록 점점 배가 들어갔다. 배고프면 먹었고, 배부르면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렸다.

그곳에서 음식은 그저 음식일 이었. 여행을 조금  즐겁게  주고, 친구들의 배려를 엿볼 수도 있고, 때론 여행의 크고 작은 궁금증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웅장한 왕궁을 보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아름다운 섬을 보며, 나의 감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설탕은  좋지만 팟타이는 설탕을 뿌려야 맛있고, 식후 망고는 혈당 상승에 치명적이기 이전에 그냥 과일일 뿐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는 감칠맛이 중독적이었지만, 사실 특별할  없는 맛이다.


여행 전, 나는 뭐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음식이 아닌 다른 곳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일, 인간관계, 가족 모든 게 다 어그러져 있었다.


나는 산만했고, 늘 음식에 대해 생각했다.

더 심한 요요가 오지 않기 위해, 더 감량하고 싶은 마음에 항상 음식을 생각하고 긴장했다.


여행 후, 당연히 살이 쪘다.

하지만 기뻤다. 이제 더는 한 번에 많은 음식을 입에 넣지 않는다. 남은 과자를 보며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나는 살이   모습에 좌절한  아니었다. 음식 이외의 것을 사랑할  없는  모습에 좌절한 것이었다.


여행 한 번으로 모든 진리를 깨우치면 좋겠지만, 나는 아직도 음식이 두려울 때가 많다.

체중은 찌지도 빠지지도 않고, 밤마다 음식 생각을 하며 잠에 들곤 한다.


내재된 욕망의 끝이 왜 음식과 맞닿아 있을까.

왜 내 혀를 즐겁게 하는 모든 것들이 내 몸에는 독일까.

나는, 언제쯤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을 찾을 때까지 부단히 생각하고 노력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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