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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탤 Nov 08. 2023

퇴근하고 헬스장으로 가는 당신에게

나는 현재 직장인이 아니다.

그래서 카페로 출근한다.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


나의 오랜 운동메이트는 직장에 다닌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운동메이트였다. 그 친구는 직장의 직장이 바뀌면서 우리는 더는 운동하지 않았다.

친구의 퇴근 시간은4시반. 헬스장에 오면 5시다.


그렇다면 나에게 5시는 어떤 시간일까?

아직 일을 마무리하면 안 되는 시간이다. 친구는 나에게 몇번이고 함께 운동을 하자고 했지만, 나는 차갑게 거절했다.


아니, 사실 이것도 변명이다.

나는 운동하기 싫어서 안했다.


그냥 사는 게 힘들어서.

너무 바빠서.

너무 피곤해서.

운동보다 더 소중한 일이 많아서, 나는 운동을 하러 가지 않았다.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이 있던 사람이 일 년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변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앉아만 있다간 큰일날 것 같다고 느낄 때 나는 비로소 헬스장에 가서 중둔근 운동을 한다.

내가 이렇게 운동에 방어적인 이유는, 1년 전에 찍었던 바디프로필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이제 그건 그만 우려먹고 싶다. 바디프로필 부작용으로 내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싶진 않다.

나는 그냥 운동하기 귀찮아서 안 한 것뿐이다.

친구가 퇴근을 하고 바로 헬스장으로 간다고 했다. 너무 졸리지만 그냥 간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졸면서 운동중이라는 말을 덧붙여 보냈다.


나는 퇴근하고 바로 헬스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하나의 루틴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내가 운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친구는 나와 다르게 꾸준히 운동을 나갔다. 늘어난 업무 강도 탓에 야근할 때도 많았지만, 정말 성실히 루틴을 만들어냈다.


나도 직장을 다닌 적이 있기에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잘 안다. 나약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면, 헬스장은 갈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단단한 마음으로 퇴근을 맞이해야 한다.


나는 퇴근 후 헬스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타오르는 장작을 본다. 그 장작은 너무 화려하지도 않게, 안정적으로 꾸준히 타오른다. 그 사람들 옆에 나란히 서서 운동하면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가겠다는 마음보다는 안 가도 된다는 마음을 키우며 살아왔던 나와 너무 대조되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내가 쌓아온 변명들이 한없이 무너진다.


운동하고 나면 집가는 길이 상쾌하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 기분은 운동한 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찰나의 순간을 느끼기 위해 퇴근 후 헬스장으로 무거움 발걸음을 옮기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정답은 모른다.

세상에는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모두 대단하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본받을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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