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
나는 동등한 관계에 대해
오래 고민해 왔다.
관계를 동등하게 운영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정말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나를 오롯이 나로 두고,
굳이 나를 낮추지 않아도
유지되는 관계가
현실에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경험한 관계들 중
그나마 그에 가까웠던 건
가족이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지고,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관계.
하지만 그 관계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대신,
책임의 방향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정해져 있는 관계이기도 했다.
그 질문들 끝에서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내가 바랐던 이상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몫을
스스로 책임지는 관계였다.
동등한 관계란
감정의 크기가 같은 상태가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책임이
한 사람에게만 쏠리지 않는 상태.
그래서 내가 그리는 이상향은
완벽하게 균형이 아니라,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고
나만 애쓰지 않아도 되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