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
나는 스스로
사람을 꽤 잘 안다고 믿는 편이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만큼 사람을 보는 감각도
쌓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겪어본 만큼은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내 옆에 있던 사람은
내가 알던 어떤 유형과도 달랐다.
겉으로 보이는 태도도,
사람들에게 보이는 얼굴도
내가 세워온 기준 안에서는
문제 될 게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확신했다.
나는 이 사람을 잘 만났다고.
하지만 어떤 일은
경험으로 쌓은 감각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많이 겪어봤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라는 걸.
그 이후로 나는
‘경험이 많다’는 말을
성공적인 선택의 전제로
쓰지 않게 되었다.
경험은
판단의 재료가 될 수는 있어도
확신의 증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겪어봐도 모르는 일이 있고,
겪어봐도 알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나는 덜 확신하는 사람이 되었고,
대신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