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겪어봐도 모른다.

오롯이, 나

by 숙희달


나는 스스로

사람을 꽤 잘 안다고 믿는 편이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만큼 사람을 보는 감각도

쌓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겪어본 만큼은 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내 옆에 있던 사람은

내가 알던 어떤 유형과도 달랐다.



겉으로 보이는 태도도,

사람들에게 보이는 얼굴도

내가 세워온 기준 안에서는

문제 될 게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확신했다.

나는 이 사람을 잘 만났다고.




하지만 어떤 일은

경험으로 쌓은 감각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많이 겪어봤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라는 걸.




그 이후로 나는

‘경험이 많다’는 말을

성공적인 선택의 전제로

쓰지 않게 되었다.



경험은

판단의 재료가 될 수는 있어도

확신의 증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겪어봐도 모르는 일이 있고,

겪어봐도 알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

나는 덜 확신하는 사람이 되었고,

대신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