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기대 내려놓기

오롯이, 나

by 숙희달



나는 타인을 대할 때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면

상대도 나에게

같은 기준으로 대해줄 거라는

조용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의를 지키면 예의가 돌아오고,

선을 넘지 않으면

상대도 지켜줄 거라 믿었다.



그건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라기보다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거라는

나름의 신뢰에 가까웠다.





하지만 관계를 거치며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기준으로 살아간다는 걸.



내가 배려라고 여긴 것이

상대에게는 의미 없을 수도 있고,

내가 조심한 지점이

고려 대상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실망했던 건

상대의 태도라기보다

내가 미리 만들어 둔 기대였다.




기대는

상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관계의 형태를

미리 그려두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기대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내 기준이

상대에게도 당연할 거라는 가정을

접는 일부터.




기대를 내려놓으니

관계가 가벼워졌다기보다

내 마음이 덜 흔들렸다.



이제 나는

기대를 버리기보다

기대를 중심에 두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상대의 기준은 존중하되,

내 기준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만.



그게 지금 내가 선택한

기대에 대한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