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뭐예요?

흘러가는 단상

by 숙희달

아르바이트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고민 상담을 주고받는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루틴에 공백이 생기면,

제가 너무 보잘것없고 하찮은 인생이 된 것 같아요.”


그 말을 여러 명에게 들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잠깐의 비워진 시간이

인생을 하찮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데 반복해서 듣다 보니

그건 한 사람의 예민함이 아니라

요즘 20대들의 공통된 고민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쉼을 불안해했다.

멈춤을 뒤처짐처럼 여겼다.


그리고 나는

그 앞에서 자주 머뭇거린다.


이제는 조언이 쉽지 않다.


더 살아봤다는 이유로

더 많은 답을 알고 있을 거라 기대받지만,

사실 나는

내가 맞다고 믿었던 것들이

틀렸던 순간들을 여러 번 지나왔다.


열심히 사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고,

버텨야 한다고 믿었던 날도 있었고,

놓지 않는 것이 성실함이라 여겼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그중 일부는 고집이었고,

일부는 두려움이었고,

일부는 괜한 자존심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쉽게 말할 수가 없다.


“괜찮아요.”

“그 정도는 별거 아니에요.

나중에 보면 별 일도 아니에요.”


그 말조차

가볍게 들릴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들을 보며 자주 존경을 느낀다.


저 나이에 저렇게 바쁘게 살다니.


학업과 아르바이트,

과제와 자격증,

자기 계발과 인간관계까지

숨 가쁘게 채워 넣는 하루.


나는 저 나이 때

놀기 바빴는데.


어쩌면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조금 부끄러워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나는 그들의 단단함을 본다.


그래서 되레 속으로 묻게 된다.


‘정말 그 시간이 당신을 설명하나요?

찰나의 순간이 사람을 규정한다면

나는 이미 몇 번이나

사라졌어야 할 사람일 텐데.‘


나 또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후회하는 날이 많고,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은 기분에 흔들린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시간을 잘 쓰는 법을

저절로 알게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정답 대신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시킨다.


가게 음식이 아닐 때도 있다.

치킨이 될 때도 있고,

떡볶이가 될 때도 있다.


나는 괜히 먼저 말한다.


“오늘 점심 뭐 먹을 거예요?”

“나 이거 먹고 싶은데, 최소 주문 금액 때문에 물어봐요.”


그들이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 전에

배고프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괜찮아요.” 대신

“일단 먹어요. 식으면 맛없어.”라고 말한다.


말로는 다 채워주지 못하는 순간에

기름기 묻은 손가락과

김이 오르는 국물 사이에서

조금은 숨이 느려지기를 바라면서.


그 고민을 완전히 없애줄 수는 없지만

그 한 끼 동안만큼은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게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어른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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