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 경력이 가장 길어서 두 사람 차는 회사에 두고 내 차로 다녀왔으니, 집이 아닌 회사로 다시 돌아와야 했다.
두 사람을 내려주고 차를 돌려서 가려는데 J의 모닝 아래 뭔가 있다.
걱정 반, 궁금함 반에 차에서 내렸다.
새끼고양인가 했는데, 바닥에 엎드려서 보니 새다.
목소리가 귀여운 J가 말한다.
"아, 얘 모야아. 야 나와~ 왜 하필 거기에 들어갔어."
새는 맨손으로 만져본 적이 없어 나오게 유도만 하고 있는데, M이 손을 뻗어 덥석 잡았다.
"오~~~ 용감해!"
사람 손이 닿으니 푸드덕거리며 "깍-"하고 비명을 지른 이 녀석은 까치였다.
잘은 모르지만 딱 봐도 아직 애기다.
"왜 거기 들어갔지?"
"엄마는 어딨지? 잃어버린 거면, 전에 보니까, 엄마새가 찾으러 오던데."
"둥지에서 떨어졌나? 상처는 없는데?"
셋이 머리를 맞댔다.
까치는 차 밑에서는 나왔지만 날지 못하고 총총총 힘겹게 걸어서 자기 몸 숨길 곳을 찾는 것 같았다.
"왜 못 날지? 이대로 두면 고양이가 잡아먹을 텐데."
"못 날아서 엄마가 버린 거 아니야?"
그래도 어찌하리. 내가 달리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집에 있는 아픈 남편도 신경 쓰여 자연의 것은 자연의 섭리에 맡기고 싶었다.
근데 M은 집에 갈 생각이 없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했다. M의 어머니는 잠시 후에 맡아 길러줄 농원을 알아내셨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에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님이감지됐다.
M의 확고함에 J와 나는 협조할 수밖에. 사무실에 들어가 A4상자를 구해와서 바닥에 나뭇잎을 조금 깔고 까치를 넣어줬다.
실물은 꽁지 부분에 훨씬 푸른빛을 띠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유바바가 새로 변신한 모습 같다.
바로 그 농원으로 갈 수는 없고, 하루는 까치를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M의 집에는 남편이 데려와서 키우는 스트릿 출신 고양이 '마롱이'가 있다. 그 집으로 가면 마롱이의 먹잇감을 데려가는 꼴이니 M의 친정집으로 얘를 데려가야 하는데, M은 아직 초보운전이다. 가는 동안 얘가 차 안에서 갑자기 날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엔 소식을 들은 M의 남편이 등판했다.
'이 가족은 모두가 이런 일에 한마음 한 뜻이구나.'
어느 누구도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손발이 착착 맞는다. 모두 정의로운 수호자의 DNA를 가진 걸까? 그날 내 눈엔 M의 가족들이 마치 어벤저스같았다.
까치는 아직 어려서 날지 못하는 거였고, 다친 건 아니었다. 그래서 M의 어머니가 날 수 있을 때까지 보살펴주고 계신다. 꽁지가 어느 정도 길어지면 날 수 있게 된단다. 보통 주워온 곳에 방생해 준다는데, M은 더 좋은 곳을 물색 중인듯하다.
J의 차 밑에 들어가는 탁월한 선택으로 목숨을 구한까치가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그런데 걱정이다. 이렇게 목숨 하나가 구해지는 걸 봐버렸으니 앞으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제 그냥 지나치지는 못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