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냥이다옹

그러나 개냥이는 아니었다옹...

by ㅎㅈㅇ



다옹이가 집에 온 지 이제 한 달 남짓인데, 나의 휴대폰 사진첩이 어느새 고양이 사진으로 가득하게 됐다. 아직 그렇게 정이 깊은 것도 아니고, 몹시 사랑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카메라를 켜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순간들이 분명 있다. 꽤 자주.


그렇게 포착된 순간들의 대부분, 다옹이는 누군가의 무릎이나 배 위에서 자고 있다. 집에서 마냥 시간을 보내는(혹은 죽이는) 때에 남편과 내가 주로 머무는 거실 소파에 우리가 앉거나 누워있으면 다옹이는 어김없이 우리 몸 위로 올라와서 숙면을 취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아있는 침대 취급이라니... 역시 참으로 뻔뻔한 고양이가 아닐 수 없다.


배 위에서 책도 함께 본다.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읽고 있었는데, 마침 거기에도 고양이에 대한 내용들이 있어서 이 독서 시간이 뭔가 조금 더 운명적인 느낌이었달까?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남편과, 다옹이와는 결이 많이 다른 도도냥이를 겨우 일 년 남짓 키워본 나는 "얘는 개냥이다"라고 확신했다.






남편은 뻑하면 "도둑고양이 산으로 다시 보내."라고 미운 말을 내뱉으면서도 자기에게 다가와 몸을 기대는 생명체를 귀엽고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절친 GPT에게 부탁해 이런 것들을 만들어 내는 걸 봐서는 말이다.


심지어 카톡 프사로 해놓다니... 남편은 연신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얘는 개야, 고양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임시보호자였던 M에게 사진들을 보내며, 다옹이의 근황을 전하니 "무릎냥이"라는 답이 왔다. 그러면서 드문 경우라고 덧붙였던가. '오, 우리 집에 레어템(?)이 들어왔군!' 하는 실속 없는 뿌듯함이 생겨났던 건 분명하다.


그날 이후로 고양이가 새로 온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냐 물어보면 "잘 적응하고 잘 크고 있어요. 완전 개냥이고, 무릎냥이예요."라고 대답하면서 사진들을 보여줬다. 키우는 고양이 세 마리 중에 한 마리도 그런 아이가 없다는 지인이 "어우 부럽다~"라고 말하니, 괜히 "저는 독립적인 애가 좋은데... 조금 귀찮아요." 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마음에 없는 말을 제법 잘하는 인간이라고.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를 혼자 보기가 아깝고 또 자랑도 하고 싶었던 나는 평소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을 집에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떠오르는 일곱 명을 다 같이 부르고 싶었지만 나의 손님대접이 서툴기도 하거니와 여러 명의 시간을 한 날 맞추는 게 쉬운 일도 아니어서 나눠서 초대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초대할 사람은 당연히 다옹이의 생명의 은인 M과 깜찍한 이름을 지어준 J.


두 사람의 방문에 다옹이도 식구인 양 평소처럼 행동하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 마음껏 식탐도 부려가면서 친화력을 뽐냈다. 그렇게 얼마간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에 헤어지면서 아무래도 다옹이의 존재가 각별하게 느껴질 것 같은 M에게 보고 싶을 땐 언제든지 보러 오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첫 모임에 이어 다음번엔 귀여운 초2짜리 아들이 있는 B와 몰티즈 두 마리를 키우는 H를 초대했다. 없는 솜씨에 나름 신경 써서 음식도 준비하고 다옹이 목도리도 고쳐 매 주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손님들이 온 순간, 다옹이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때부터 몇 시간 동안 귀여운 초딩과 다옹이의 못 말리는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던 B의 아들은 다옹이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같이 놀기를 원했고, 다옹이는 꼬맹이에게 발견되는 순간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전력질주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옹이는 무릎냥이는 맞지만 개냥이는 아니었다.


그 몇 시간 동안 엄마 B까지 가세하여 모자가 우리 집의 모든 방을 구석구석 수색했고, 평소 성격이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H는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뜨면서 B를 조용히 원망했다.


"언니랑 다시는 같이 안 올 거야..." (ㅋㅋㅋ)


손님들이 돌아간 후에도 다옹이는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너무 궁금한지 방마다 이름을 부르면서 애타게 찾아다녔다.


그 사이 GPT에게 물어보니 계속 이름을 부르거나 억지로 끌어내지 말라기에, "때 되면 나온대. 소용없어, 그냥 둬."라고 남편에게 말하면서도 내심 안도했다. 산에 다시 갖다 버리라는 남편의 말이 순도 100%의 농담임을 실감해서.


농담인 줄 알면서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어쩔 수 없는 건 나의 성향 탓인지. 쓸데없이 미운 말을 농담 삼아하는 남편 탓인지.






"아하하, 미친 거 아니야?"


GPT 책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남편이 세상 즐거운 모습으로 다옹이를 찾아서 안고 나왔다. 다옹이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먼저 찾지 못한 게 내심 서운하여 어디서 어떻게 찾았냐고 물어보니, 남편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어디선가 미세하게 '애옹'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소리를 따라간 곳에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한껏 겁에 질려 평소보다 더욱 동그래진 다옹이의 눈을 마주한 남편은 그 모습이 너무나 어이가 없기도, 또 사랑스럽기도 해서 웃음을 터뜨린 모양이다.


다행히 다옹이는 오래가지 않아 평온함을 되찾았고, 여전히 틈만 나면 우리 무릎에 올라와 잠을 자거나 골골송을 부른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무릎이 아니긴 하다... 민망하니 깊이 따지진 않겠다.)


너도 민망한 모양이구나...


이 일로 나는 무릎냥이와 개냥이는 같은 개념이 아니며, 반드시 공존하는 특징이 아니란 점을 확실하게 배웠다.


그나저나 이후 초대 일정은 모두 취소구나. 쫄보 무릎냥이... 근데 M과 J가 왔던 날은 왜 괜찮았을까?


실종 당일 밤의 다옹이는 아직도 놀란 토끼눈이다. H가 선물로 준 추르 포장에 묶여 있던 예쁜 리본을 그냥 버리기는 아까워 사진 한 장 남겨보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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