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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파리 Jul 31. 2024

2024년의 반에서 0.1이 더 지났다

1년의 65%가 지난 7월의 마지막 날의 기록

2024.07.31


또 한 달이 끝났다.

7월은 짧기도, 길기도 했다.

약간의 두근거림이 시작되기도 했으며, 그에 따른 조급함과 불안함에 걱정하는 날들이 잦았다.

이번 달은 꽤 긴 시간 혼자 집에 있었다. 부모님이 어느새 환갑이 되어 두 분이서 영국으로 약 2주간 여행을 가셨다.

혼자 있는 한 주 동안은 눈앞까지 일이 쌓였던 탓에 2배속의 시간이 흘렀다.

그 안에 매우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친구가 득칠이를 위해 집을 봐주기로 한 날, 아침에 출근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집 앞 도로가 6차선이 넘고, 공사로 인해 차도가 엉망진창이기에 항상 조심히 운전한다. 


사고의 원인은 나는 신호를 보며 천천히 진행하고 있었으나, 뒤차가 3개의 차선을 순식간에 넘어 지나가다가

내 차를 박았다. 내 마지막 교통사고는 작년 4월이었는데 내 잘못이었기에 미숙한 운전실력에 아버지께 꾸중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내가 피해자였다. 

내 차림은 사무직의 옷차림 같지는 않았고, 좀 편하게 출근하는 대학원생과 같은 차림이었다.

교통사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처리하려 했다. 

상대방이 그렇게 무례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반말과 삿대질 여자라고 까내리는 말들. 안 그래도 피곤한 아침 출근시간에 회사에 급히 연락을 드리고

지나가던 경찰분들께서 도와주시며 사고접수를 해주신 덕에 보험사를 불러 일단은 그 장소를 벗어날 수 있었다.


회사에 와서 일에 하나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날 하필 출국이셨던 부모님이 걱정할 생각에 죄송한 점.

회사에 괜히 늦어 애매하게 출근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점.

점점 아파오는 몸, 끊임없이 오는 양쪽 보험사 전화들.

지겹도록 똑같이 반복하는 말에 하루가 후루룩 지나고

그다음 날 몸이 아파오는 게 느껴졌다.

서있는 게 잠시 힘들다가, 어깨가 안 굽어지고, 목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병가로 보냈다.

입원을 하고 싶었지만 일로 시간을 보내버린 탓에 입원불가판정을 받았다.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어깨, 목, 허리에 주사를 맞는 게 소름 돋게 무서웠다.

그렇게 아프게 치료를 받고 지쳐 집에 가도 아무도 없으니 약을 먹고 자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득칠이를 위해 겨우 움직여서 밥을 챙기고 물을 갈고 화장실을 치우고 푹 쉬지 못했다.

애기가 활동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느껴서 미안한 마음에 울컥한 날이 이틀, 아파서 계속 약을 먹고 정신없이 잔 날이 닷새.

이렇게 지내고 출근을 하니, 아직 아픈데도 그렇지 않은 척하고 , 밀린 일을 하며 밥 먹는 시간이 아깝도록 전화를 하고 서류를 적었다.


그러다 탁 카페에서 적었던 내 글에서 '왜 지금 내가 힘든가'에 대해 깊게 성찰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행정일들이 물론, 당연히 모든 곳에서 도움이 되겠지 세상에 배워서 나쁜 일은 없지 되뇌면서도

조금만 더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관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일을 통해서 내가 배운 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이런 티끌 같은 주저리가 부스러기 같은 생각들이 되고, 비눗방울만 한 고민이 되어 터질 때마다 나만 들리게 귓가에 나의 탄식이 들렸다.

지금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더 이상 나는 누군가가 책임질 수 없는데, 계속해서 기대고 싶은 사람이 그리운 걸까.

아무 말 없이 힘든 날 전화하면 와서 안아주는 이 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계속 바라는 게 

철이 없어서일까, 정말 내가 안 좋은 상태에 이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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