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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파리 Sep 13. 2024

해파리는 떠다니지

하지만 나는 떠나다닌다. 정착은 무엇일까

20살 이후의 삶을 설명하다 보면 수없이 듣는

 “ 역마살이 있다.”라는 말. 정도를 따지자면

주민등록증의 전입주소 칸은

이사 한 집을 전부 등록하지 않았음에도

주소변경 스티커가 가득 차 있어 변경을 해야만 했다.


이후 유학으로 인해 말 한마디 못하던 시절

구약소에 가서 회사에 간 오빠를 대신해

전출신고와 전입신고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단 7개월 후 오빠의 해외 전근으로 인해

또다시 짐을 싸고 물건을 버렸다.


심즈나 모바일 게임들의 집들처럼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구조의 집이라면

그냥 그대로 쭉 살아도 될 텐데,

항상 바뀌는 방의 구조와 크기에 침대를 줄이고

겨우 돌아다닐 만큼의 공간에 책상을 욱여넣고

옷장하나 없는 일본의 1R 원룸.


매번 짐은 늘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늘어난다.

그렇게 이사와 20대를 함께 보내고

일본 신분증의 주소가 2번 바뀐 후 고향에 돌아왔다. 그리고 또 작년 서울에 가까운 곳으로 떠났다.


어른이 된 후 횟수만 따지면

10번이 넘는 이사를 다녔다.

그래서일까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독립을 생각했으나

본가에서 지내고 있다.

내겐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돌아온 집에 누군가가 항상 있는 것. 내가 깜빡하고 키고 간 불을 누군가 꺼주는 것, 저녁밥을 차려주는 것.


작년, 방랑자는 간만의 방랑은 방황을 겪었다.

내가 지내게 될 바다라 생각하고 떠난 여정에서

녹아내릴 것 같아 잽싸게 그 물에서 도망쳤다.

‘해파리는 죽지 않는다’

다만 물 온도가 몸에 맞지 않으면

녹아 없어진다고 한다.

‘내’가 사라지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기에

다른 환경을 찾기 위해 잠시 돌아감을 택했다.


언제쯤 한 곳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사는 곳’ 은 끊임없이 바뀐다.

또한 삶의 난이도가 무거워지면서

고통들은 많이, 그리고 빨리 떠내려온다.

잔잔한 심해를 꿈꾸며

계속해서 해파리는 떠다닐 것이다.

거친 파도와 맞서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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