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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파리 Aug 25. 2024

한계의 끝

언제 나의’ 쉼‘은 마지막이었나

2018년 2월 떠나 2021년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2024년 4년째, 햇수로는 3년이 됐다.


돌아오게 된 이유는 처참한 취직 실패였다.

교수님과 친구들의 기대를 받았으나,

그 누구보다 먼저 기회를 찾아 손을 뻗었고

외국인이라는 나의 입장, 이곳에서 살아남기에

이제껏처럼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게 되는 것들에

알게 모르게 내 인생에 스스로 죄책감을 쌓아왔다.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제시해 주었던

학교 소재의 아카펠라 그룹에서 활동해 보는 것.


그러나 학교를 너무 떠나고 싶었다.

휴학을 하고 돌아온 학교는 내게 무거웠다.

노래를 연습하며 가사를 쓰고 합주를 하던 일상에서

‘작곡’이라는 큰 벽이 문을 열자마자 나를 막았다.

감정을 기록하며 글을 쓰는 일은 계속해왔으나,

내 음악의 ‘회피’는 작곡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다들 기본코드에서 ‘악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새벽 3시의 연습실에서 끊임없이 코드진행을 연습하고 모든 구성들을 꾸역꾸역 만들었으나,

내 곡은 솔직하게 정말 별로였다.


곡을 써야 한다는 납득이 가지 않았고, 즐겁지 않았다.

기대주였던 1학년의 나는 돌아온 방랑자였다.

그 시기에 수많은 가사를 썼으나,

겨우 두곡에만 쓰였다.


지금 음악을 그만둘 때와 같은 회피과정을 겪고 있다.

음악 프로그램 기획, 환경 프로그램 기획, 콘텐츠 전시회의 pm, 일러스트레이션페어의 총괄, 환경전시의 pm, 출판마케터로서의 삶의 도전, 프리랜서 기획자로서의 활동, 사랑하는 친구들의 밴드를 위한 통번역,

정말 돈을 벌기 위한 통번역, 나의 모든 것을 채워 넣었던 에세이

이 모든 걸 3년 안에 모두 도전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다.


이 삶은 두 가지로 평가된다.

꾸준함 없이 근성 없이 정착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한 끗 차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예술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글? 음악? 디렉터? 마케터

짧게나마 이 사이클을 돌아본 후,

지금 난 배움이라는 과정을 회피 중이구나

이 마음 하나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는 어렵고 논문주제는 계속해서 고민된다.

그러나 우습게도 학교에서 마음이 가장 편하다.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서,

솔직하게 내가 고민하는 이 업계의 문제를 나이, 성별 관계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일까.


지금 내 차는 엔진오일을 갈아야 한다.

그리고 나 또한 내 삶에 기름칠을 할 때이다.


내게 마지막으로 진정한 ’ 휴식‘은 언제였는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 돈을 벌어 어른답게 살아야 한다는 죄책감, 뒤쳐지고 있다는 두려움.


이 모든 것에서 한 번이라도 지난 7년간 내게 ’ 쉼‘이 있었는가.


사람, 일, 관계, 공부, 발전

사람이라면 고민할 수밖에 없겠으나,

생각이 많아 잠을 못 자는 밤과 새벽은 더욱 외롭고 두려움을 야기한다.


이제, 조금이라도 쉼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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