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일
사자조차 물소를 혼자 잡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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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중에 가장 겁이 많은 사자. 물소 중에 가장 용기 있는 물소. 서로 겁먹는 건 매한가지. 상호 목숨이 걸린 것도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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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밤은 유독 짙고 어둡고 깊은 것만 같았다. 아차, 하고 막을 틈도 없이 뜬 새벽 해가 중천을 지나 사라지고 나면 영영 다음 날의 어스름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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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집고 새어 나오는 표현에 대한 욕구. 글로써 내 감정을 모조리 늘어놓고 고를 수 없게 되어간다는 의미다. 이 좁은 틈으로 나오는 것들을 그저 받아 가지런히 정돈해두어야 한다. 잘 못 쌓은 테트리스 블록은 다음번 블록을 미리 알려줘도 놓을 곳을 찾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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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만에 펜을 들어 종이에 자모를 나열해서 편지를 써보기도, 가진 비루한 사랑을 콩 한쪽을 나누는 심경으로 떼어주기도. 밀린 일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처리가 되는데 밀린 마음은 갚을 수 없게 된다. 파산신청은 거취가 참 불안정한 나를 대신해서 대리인이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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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잇대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 비슷하니까. 살아왔던 시기도 일치하니까. 하는 일, 즐겨하는 말. 입은 옷. 모두 비슷할 수밖에. 이 시대의 소년들을 한 번씩은 관통하여 한데 꿰어놓는 그 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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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아리다고 생각해. 한 겨울에 스케일링받은 날, 이 사이로 들어오던 찬 바람 같다고 생각해. 갑작스럽게 청한 도움에 응해서 무심코 들게 된 무거운 짐, 가까스로 내려놓은 후의 팔 같다고 생각해. 시린 이는 금방 본래 항상성을 되찾을 것이며 오늘 저린 내 팔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도덕적 만족감에 의해서 묵인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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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계속 퍼담아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저 바다에 직접 들어가겠노라. 내가 결코 담지 못하느니 그 자체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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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해 깊숙이 가라앉고 나면 근처의 모래를 삽으로 한 번 떠보자. 혹시나 금이 있을지도 모르니. 삽질 한 번으로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사실 나는 이 삽질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금보다 귀한 것은 맞잡은 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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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냥 시공간에서의 역할을 마치면 된다. 어렵다 어려워, 나의 시대와 나이를 관통한 흑발이나 고양이처럼 생긴 눈매 같은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는 숙제가 따로 없다. 난 선을 어디까지로 정할 건데? 본인인데 본인하고 합의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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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그렇게 귀여워하지도 않던 고양이는 오늘따라 유난히 귀엽다. 보고 싶은 얼굴은 없는데 기억은 소지품이나 주변의 환경에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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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린 일이 아니다. 하루분의 들숨과 날숨의 기분 정도는 걸려있다. 내일은, 모레는.